모든 존재의 정토왕생을 기원하는 무차평등 대화합의 장

수륙재는 우주의 모든 존재를 대상으로 그들의 외로운 넋을 건지고 극락에 왕생하기를 불심으로 기원하는 불교의례이다. 수륙재 외에도 좋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의식은 있으나 그 대상을 개인이 아닌 세상 모든 외로운 존재들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륙재에 초청되는 존재는 불보살부터 외롭게 죽은 영혼까지 차별이 없다. 그래서 수륙재는 무차대회라고도 불린다. 수륙재는 고려시대부터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했던 조선시대, 일제강점기의 수난을 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규모나 구체적인 목적 등의 차이는 있으나 꾸준히 설행되어 왔다. 또한 그 장을 마련함에 있어 재단 등을 장식하는 장엄, 소리와 몸짓으로 부처님의 뜻을 나타내고 기원하는 범패와 작법 등은 진중한 의례 요소이자 대중과의 소통 도구이기도 하며, 상징성을 띠고 심미적이다.

이러한 공익성, 역사성, 예술성 등이 평가되어 수륙재는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삼화사국행수륙대재보존회를 포함한 3개의 보존회가 보유자 없는 보유단체로 인정되었다. 이 책은 2021년 삼화사 수륙재 실황을 바탕으로 수륙재의 의의와 역사, 설행의 과정, 삼화사 수륙재의 특성과 전승 현황, 그 가치를 다룬 국립무형유산원의 기록도서이다.

수륙재의 수륙은 일차적으로는 물과 뭍을 의미하며 이는 천상과 지상, 명부까지 포괄하는 온 우주를 표현한 용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기원을 들어주는 대상과 기원의 대상 모두를 아우르는 용어로 수륙재의 별칭인 무차대회의 무차별과 함께 의례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수륙재는 크게 준비과정과 본 과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준비과정에서는 수륙재 설행 전 기도를 올리고 각종 장엄 등의 의례에 필요한 물목을 갖춘다. 본 과정은 도량을 정화하고, 괘불 및 위패를 모시는 등의 사전의식과 각계각층의 손님을 위한 재단을 차리고 그들을 초대하여 대접하고 기원한 후 보내드리는 본 의식으로 이루어진다.

삼화사 수륙재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현시대 및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도드라진다. 예를 들어 천도의 대상으로 초대되는 이들이 자리하는 하단에 놓인 감로탱화에는 과거 동해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과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 등이 묘사되어 있다. 둘째, 상단의 불보살부터 하단의 유주무주 고혼에 이르기까지 관욕이 행해진다. 관욕은 정화의식으로 한국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것을 불경한 일로 여겨 관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삼화사 수륙재에서는 그러한 인식에서 벗어나 대상에 따라 그 의미를 구별하며 위상의 차이를 두어 관욕을 행함으로써 정화의 보편적 상징성을 관철했다. 셋째, 방생의식이 정식 절차로서 주요하게 다루어진다. 미물의 생명을 살리고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방생의는 수륙재의 목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설법과 범어나 한자로 이루어진 의문을 이해하기 어려운 참여자에게도 수륙재 본연의 의의가 전달될 수 있는 의식이라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넷째, 재가 신도의 적극적인 동참이 큰 역할을 한다. 여타의 수륙재가 2~3시간이나 이틀에 걸쳐 설행되는 것에 비해 삼화사 수륙재는 3일에 걸쳐 이루어진다. 17단에 달하는 설단의 장엄에 쓰이는 지화, 법식에 맞게 음식을 차리는 진설과 고임새 등은 재가 신도의 신심과 동참이 없다면 그 위용을 갖추기 어려웠을 것이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의식 단계와 구성 요소들이 정리된 표와 설행 당시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 1장에서는 수륙재의 유래와 역사, 의식문과 그에 따른 절차가, 2장에서는 삼화사 수륙재의 역사와 구조가 기술되어 있다. 3장은 삼화사 수륙재의 설행을 의례와 범패, 작법으로 나누어 상세히 기술하였다. 의례 부분은 별편과 본편으로 구분하여 각각 세부 의식별로 설행 과정을 묘사하고 그 의미를 설명하였다. 범패 부분은 설행된 날을 기준으로 당일 설행된 의식의 종류와 내용 등을 서술했다. 작법 부분에서는 기본 동작을 설명한 후 각 작법무의 진행 절차에 대해 정리하였다. 4장은 3장에서 살펴본 설행 과정을 바탕으로 삼화사 수륙재의 특성을 의례, 범패, 작법무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5장에서는 삼화사 수륙재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경위와 전승현황 및 전망과 가치에 대해 다루었다. 전승현황에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수륙재의 체계적인 전승을 위해 노력하는 보존회의 역할 및 전승 내용이 담겨 있다.

책의 곳곳에 ‘여법하다’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법과 이치에 합당하다는 뜻이다. 불교의 제의에서 법은 불법일 테니 이는 부처의 뜻에 합당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모든 가여운 이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부처의 마음이라면, 개인의 불행을 공동체의 문제로 끌어안음으로써 외로운 영혼을 위무하고,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수륙재는 아주 여법하다. 한편 삼화사 수륙재에서 보이는 지역사회 및 대중과의 소통, 재가 신도의 적극적 참여, 의식 본연의 의미를 탐구하고 실행하는 정신 등은 이 문화유산이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2021년 삼화사 수륙재의 설행 과정이 담긴 이 책이 미래를 살아갈 수륙재의 여법한 전통을 이어가는 저본이 되기를 기원한다.

│저자소개│

국립무형유산원

인류의 무형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후손들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하는 행정기관이다. 체험 활동과 교육 등을 통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전시와 공연을 통해 현세대와 소통하며, 기록화 사업 등을 통해 문화유산의 보고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미래 세대로의 원활한 전승을 위해 전승자를 지원하고 생산품의 판로를 개척하는 한편, 국내외 교류 협력에 힘써 국제적인 무형유산의 중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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