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되면 좋겠다고 그의 첫 번째 시집 <바람의 지문>에서 노래했던 조문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시위를 당기다>가 출간됐다.

첫 번째 시집을 낸 지 6년째, 두 번째 시집 <반나절의 드로잉>을 출간한 지 4년 만이다. 문학을 전업으로 삼지 않는 시인치고는 다작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그에게 있어서 시는 일상이며 생활이다. 마치 그의 바람처럼 세상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되기를 염원하는 것이 그의 시 생활에서 느껴지는 듯하다.

이번 시집에는 70여 편의 시가 수록됐다. 얕은 시냇가에서 작은 낚싯대로 건져 올린 토속어처럼 대부분 삶 속에서 일상적이며 평범한 언어들로 엮었다.

그렇다고 그의 시들이 모두 평범하다는 말과는 다르다. 여제(餘眦) 즉 다른 눈초리를 가졌다는 그의 별명처럼 평범한 일상과 사물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멈춘 곳에서 그의 시는 싹이 텄다.

유월을 ‘젖비린내 나는 달’이라고 했다든지, 비 내리는 바깥 풍경 속에 갇혀 있는 집 안의 모습을 ‘그득하다’고 했다든지, 빈 오동나무 가치를 수천 마리의 참새 떼가 한꺼번에 박차고 날아간 후의 가지들의 흔들림을 통해 시위를 떠난 화살을 연상하는 것들은 일상생활이 시와 함께 하지 않으면 토해내기 어려운 시어들의 저장고가 있기 때문임을 직감할 수 있다.

세상의 비정상적 흐름에 애타하는 갈급함도 절절하다. 자신을 로컬주의자라 할 만큼 지역에 천착한 삶을 사는 그는 서울과 지방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고발한다.

‘천국 가는 길’에서 “상행선은 늘 붐비고 하행선은 늘 한산하다 서울은 상행선 끝에 있다”라 든지 ‘서울과 안(不)서울’에서는 아예 대 놓고 서울공화국을 비난한다.

결국 ‘도시고양이 생존연구소’에서는 농촌을 떠나 도시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친구들을 불러낸다. 도시고양이들이 농촌에 이주해 와서 차린 ‘도시고양이 생존연구소’에서처럼 도시에서 좁은 골목길을 고개 숙이며 걷는 농촌고양이들을 위한 응원가이기도 하다.

그의 15년 지기 시인 이빈섬(본명 이상국)은 해설에서 “통찰이란 말이 있고 통효(通曉)라는 말이 있다. 통찰은 발견의 시원함이지만 통효는 소통이 빚어내는 새벽 같은 환한 경지다. 통찰이 맛있다면 통효는 멋있다. 조문환은 가끔 통효를 보여준다”고 썼다.

시집 <시위를 당기다>를 펼치면 통효의 멋을 지닌 시인 조문환을 만날 수 있을까? 그는 오늘도 마을로 출근하는 중이다.

도서출판 학이사에서 펴냈고 전국 유명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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