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에세이’ 출판사

유진택 시인

유진택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밥에 대한 예의』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유진택 시인은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97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했다. 등단 이후 30년 동안 삶을 지탱해준 문학의 궤적이 시집 속에 진솔하게 표현했다. 특히 고향과 부모, 농사와 삶의 들판과 질곡의 저수지까지 날것 그대로가 아닌 자연스러우면서 감각적 표현들로 가득하다.

유진택 시인은 혼란한 『밥에 대한 예의』를 통해 시국에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눈을 감고 향수만을 좇는 시들이 많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황달기로 부어 있는” 농촌 이야기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며 지켜져야 할 가치이자 여전히 유효한 숭고함을 담고 있다는 좋은 평가가 더 우세해 문단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애장품처럼 끼고 다녔던 쟁기와 호미처럼 그렇게 들과 논을 오가며 거친 ‘가시밭길을 헤쳐 온’ 이유가 밥을 위한 길이었기에, 그것은 농촌의 삶을 토대로 사회와 국가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유진택 시인은 생활은 곤궁했지만, 시를 쓰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문학지에 시를 싣는 횟수만큼 “업보처럼 달고” 있는 살림도 펴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숨어서 시를 써야 하는 현실은 암담했다. 그러나 “터덜터덜 걸어가”도 시를 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시인이었기에, 시집을 읽고 난 사람들이 불쑥 건네는 칭찬에도 뒤통수를 긁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종종 겪는다고 했다.

복잡한 시 말고, 꽈배기처럼 뒤틀린 시 말고, 한평생 들판에서 뼈와 살을 묻고 간 아버지와 어머니 같은 농사꾼, 누구나 읽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를 쓰고 싶다는 유진택 시인의 다짐은 조용하지만 묵직했다. 오늘도 그의 유년을 기어 나온 달팽이 한 마리는 온 힘으로 시의 땅을 밀며 살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유진택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밥에 대한 예의』시집이 출간하기까지의 심정을 말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시를 쓰면 빨리 회복되었다.

이럴 때는 옛날 고향 집 언덕배기를 뒤덮은 대숲을 떠올렸다.

죽창처럼 상처를 주는 시가 아니라 대꽃처럼 향기를 뿜는 시를 쓰고 싶었다.

대꽃을 피운 후에 곧바로 대는 삶을 마감하지만 대꽃 같은 청정한 시를 쓰고 죽는다면 후회는 없으리라.’

표사에서 김완하(한남대학교 교수)시인은 유진택 시인의 시집 『밥에 대한 예의』에 담긴 속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유진택 시인의 시집 『밥에 대한 예의』는 인간에 대한 예의이자 사라져 가는 고향에 대한 예의이다. 그동안 그는 시인의 삶 30년 동안의 궤적을 시집 일곱 권에 담아놓았다. 요즘 들어 그의 시에는 부쩍 더 고향 생각에 사무친 그리움으로 넘치고 있다. 꽃이 필 때 고통이 따르듯이 그의 삶도 때로는 고달팠다. 그의 시 목록은 매우 구체적인 세목들로 표출되고 있다. 해바라기, 솔방울, 소, 초승달, 부추꽃, 팽이, 나팔꽃, 사과나무, 달, 철길, 장대비, 풍뎅이, 별, 빈집, 돌담, 석류, 낫, 거미, 달팽이, 신발, 포도, 황소, 수저, 담쟁이 등 고향에서 그가 유년 시절을 함께한 것들이다.

시인의 고향은 힘겨운 삶의 터전, 역설적으로 시인의 시적 토대였다. 어머니의 호미와 아버지의 쟁기는 대지와 만나 건강하고 힘찬 노동의 숨결로 살아난다. 어머니 땀과 한숨 소리 아버지의 소몰이 외침이 흙으로 스며들어 비옥한 밑거름이 되어 그의 시를 키워내고 있다. 그의 문학은 철저히 전원적이고 자연적인 식물성이다. 그래서 고향의 풍경과 마을에 연루된 사물들이 날것 그대로의 숨을 몰아쉬고 있다. 오늘도 그의 유년을 기어 나온 달팽이 한 마리 온 힘으로 시의 땅을 밀며 간다. 이 완벽한 백지에의 저항, 그는 백지의 공포를 철저히 누리며 산다. 그러니 우리 어찌 유진택 시인의 『밥에 대한 예의』 없이 이 땅을 살아갈 수 있으랴!’ -표사 전문-

유진택 시인을 시집『밥에 대한 예의』는 고향에 대한 예의임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유진택 시인이 어떻게 시 밥을 지을지 그 모든 것들이 몹시 기대된다.

[약력]

유진택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97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텅 빈 겨울 숲으로 갔다』, 『아직도 낯선 길가에 서성이다』, 『날다람쥐가 찾는 달빛』, 『환한 꽃의 상처』, 『달콤한 세월』, 『붉은 밥』, 『염소와 꽃잎』이 있다. 현재 좌도시, 무천 동인, 대전작가회의, 영동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진택 시인의 시 감상-

「밥에 대한 예의」

엄마는 밥을 먹고 나면 밥그릇을 살살 핥았다

엄마가 밥그릇을 핥는 것은 오래된 버릇

팔순까지 살아온 세월이 고생으로 사무쳤기에

밥그릇에 붙은 밥 한 알이라도 신앙처럼 여긴다

밥그릇이 깔끔해서 눈이 부셨지만

핥는 게 보기 민망해 밥그릇을 뺏으면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땅을 파 봐라

쌀 한 톨이라도 나오는지

감나무에 묶여 있는 백구도 그랬다

꼭 죽그릇에 남아 있는 찌꺼기를 살살 핥았다

그것이 밥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아는지

죽그릇을 핥아대는 백구의 혀가

꼭 엄마의 혀 같았다 -전문-

 

「밥을 위한 길」

아버지는 아침마다 지게를 졌다

관절 삭아 풀썩 고꾸라질 듯했지만

기도하듯 점잖게 무릎을 굽혔다

무릎을 굽히는 것은 땅에 대한 예의

밥을 위한 길이었기에

무릎을 늘 땅에 대고 조아렸다

조아리고 난 후에는

충성을 맹세하듯 무릎을 폈다

굽혔다 펴는 것은 아버지의 오래된 신앙

팔순 동안 신앙을 지켜온 바람에

지게는 늘 무릎을 의지하게 되었다

가정이 단란한 것은 아버지의 무릎이

지게를 하늘처럼 떠받들었기 때문이다 -전문-

 

「팽이 2」

춤을 추고 싶을 땐

그녀의 몸은 채찍질로 부서졌다

등짝을 맞아야 살판났다

맞아야 춤을 추는 여자는 타고난 무희다

둥근 엉덩이 빙판에 대고

어지럽게 돌아가는 춤이

그녀의 삶이었다

춤으로 세월을 보낸

그녀의 등짝엔 채찍으로 맞은 흔적이

연륜처럼 아로새겨져 있었다

빙판이 황홀한 무대로 변할 땐

휘날리는 눈발의 숫자만큼

채찍의 숫자도 늘어났다

 

「별이 되고 싶어」

애초에 별이

저렇게 반짝이지 않았다면

개똥벌레도 날개를 접고

풀섶에 묻혀 밤이슬로 매달려 있었을 것을

아이야, 뜰채로 개똥벌레를 잡지 마라

그것은 별을 따는 것이다

 

「어죽」


온몸 갈려 걸쭉한 죽이 된다 해도
서로 뒤엉켜 살 비비던 옛날을 잊지 않으리

양동이에 담겨 짠 소금에 눈 못 떠
발버둥 치는 그날을 잊지 않으리

요리조리 세월을 빠져 다니며
간사하게 살지 않았어도 받지 않았을 벌 한 줌

그 죄로 사람들에게 온몸 통째로 바치는 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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