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보면, 남성이 58.7세, 여성은 65.8세로서, 이 당시 남성은 평균적으로 환갑을 넘기기 어려웠다. 그러던 것이 50년이 지난 2020년에는 남성이 80.5세, 여성은 86.5세로, 반세기 만에 평균수명이 20년 넘게 늘었다.

이렇게 평균수명이 늘어난 이유는, 비약적인 의•약학 기술의 발전과 영양가 있는 풍부한 먹거리 덕분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깨끗한 물과 하수도 덕분이었다.

실제로, 영국의 유명 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BMJ)이 2007년 의사 3,000명을 포함한 전문가 1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BMJ가 처음 발간된 1840년 이래 인류 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의학계의 중요한 업적을 묻는 조사였는데, 놀랍게도 항생제와 마취제, 백신, 유전자 이중나선 구조 발견과 같은 노벨상 수상 업적을 제치고 ‘하수도와 깨끗한 물’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직도 상하수도 시설이 미비한 저개발국가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약80%가 물과 관련된 수인성 전염병이며, 이 지역 영유아들은 비위생적인 더러운 물과 충분하지 못한 위생설비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이들 사망자의 88%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집중되고 있는데, 기후위기 시대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한 앞으로 이러한 물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

글로벌 미래연구 싱크탱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회장인 제롬 글렌(Jerome C. Glenn)은 그의 저서 「세계미래보고서 2055」에서 미래의 심각한 물 문제에 대해 크게 우려하며, 현재에도 약 7억 5천만명의 사람들이 식수를 전혀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전 세계적인 지하수면의 하락과 다양한 형태의 수질오염 그리고 급격한 인구증가로 인해, “지금은 식수를 얻을 수 있는 사람도 미래에는 식수를 얻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 제조업계 물 수요는 2050년까지 40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가뭄과 토지황폐화, 사막화 등으로 약 15억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아 2050년경에는 수십억의 인구가 물 스트레스 지역에 살게 되면서, 심각한 물 분쟁이 우려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하수는 식수의 주요 공급원이지만, 지하수를 함유하고 있는 대수층(aquifer)이 점점 오염되고 있고, 인도의 여러 지역에서는 지하수면이 연간 1m씩 낮아지고 있는 것처럼 심각한 지하수 고갈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앞으로는 세계 해안 지대의 담수 20%가 바닷물로 변해 마실 수 없게 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은 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탄소중립 기본법 제43조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물 관리’에 대해 규정하면서, 정부로 하여금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 홍수, 폭염 등 자연재해와 물 부족 및 수질악화와 수생태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모든 국민이 물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물 분야 단독의 온실가스 인벤토리가 개별부문으로 편제되어 있지 않아, 물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 현황과 전망, 감축 잠재량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향후 이에 대한 치밀한 보완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와 같은 물 분야에 있어서의 기후위기 대응전략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 적응전략은 더 중요하므로, 기후위기 적응전략을 추진함에 있어 다양한 물 관련 적응시책들을 생활화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햄버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2,400리터의 물이 사용되고,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도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이는 한 사람이 70번 정도 샤워할 수 있는 양이다. 생활속 물 절약 실천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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