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성공회대 신영복 석좌교수의 저서 ‘담론(談論)’에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이라는 말이 나온다.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 는 의미로, 초겨울 감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탐스런 감(柿)을 떠올리면 된다. 

이 감은 미래의 우리 후손들을 위해 남겨둔 것이다. 과실속의 씨앗은 겨울을 이겨내고, 새봄의 새싹으로 돋아나며, 이것이 자라서 나무가 되고 숲이 되어, 종국에는 거대한 산림으로 자라게 됨으로써, 우리 후손들이 풍족하고 윤택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우리 후손들을 위해 석과불식의 지혜를 발휘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과도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어마어마한 온실가스를 방출시켜, 후손들에게 위험한 환경을 물려주고 있는 것이다. 

석과불식은커녕 후손들에게 남겨줘야할 각종 자원을 아낌없이 쓰고 있고, 위험한 환경만을 물려줌으로써 엄청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지금의 아이들은 스스로 초래하지 않은 위험을 물려받게 됐다. 

각종 질병의 발생도 환경파괴와 무관하지 않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 ‘총균쇠’에서 “제2차 세계대전 사망자는 전투보다는 세균에 의해 희생된 사람이 더 많았다”라고 하면서, “인류 근대사의 주요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등과 같은 질병들은 짐승에서 진화된 전염병이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생태계 파괴와 환경을 훼손한 인간이 저지른 자업자득의 결과이다.

지금은 석과불식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좀 더 안전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인문학의 최고 가치는 사람을 아는 것(知)이고, 인간학의 최고 경지는 모든 사람을 주인공의 자리에 앉히는 것이라고 했다. 기후위기 상황에서도 가장 존귀한 존재는 바로 인간이다. 특히 미래세대가 안전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바람이다. 

충청북도의 탄소중립을 책임지고 있는 탄소중립이행책임관으로서 늘 가슴에 담고 있는 한 구절이 있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여기에 석과불식의 지혜도 보태야겠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