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영국의 국제 기후변화 전문 매체 「Climate Home News」는 국제환경단체인 「기후행동 추적(Climate Action Tracker, CAT)」의 분석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이 기후악당(Climate villain)을 선도하고 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는 당시 한국이 전 세계적 추세인 기후변화 대응에 무책임하다고 하면서, 기후악당으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와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재정지원 그리고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폐기 등을 열거했다.
 
이렇듯 국제적으로 불명예스러운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던 대한민국이 2020년에 반전의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탈석탄 및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천명한데 이어, 지난해 9월에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여 지난 3.25(금)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탄소중립 기본법의 공식적인 법률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으로, 법률명에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는 용어를 쓴 나라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글로벌 미션인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한다는 대한민국의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법을 제정한 목적에서도 각오가 선명하다. 기후위기의 심각한 영향을 예방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대책 강화를 천명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명시하고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것은 전 세계에서 14번째이며, 특히 2050년 탄소중립의 성공적 실현을 위해 중간단계인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법령에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 배출량 727.6백만 톤 대비 40%인 291백만 톤을 감축하기로 하여 2030년 배출량은 436.6백만 톤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신규 정책수단도 제시하고 있다. 국가 주요계획과 개발사업 추진 시 기후변화 영향을 평가하는 「기후변화 영향평가제도」를 10개 분야 87개 사업에 적용하는 것을 비롯하여,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 시행과 「기후대응 기금」 신설 등 탄소중립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와 함께, 석탄 기반 산업과 자동차 내연기관 산업처럼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기업도산이나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는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시책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와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고, 기후 위기 사회안전망도 마련하여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특히, 중앙일변도의 편협한 추진방식에서 벗어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호 협력하여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국가는 물론 시도와 시군구에서도 별도로 수립하도록 하고, 「지방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하며, 탄소중립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탄소중립 도시」의 지정과 「탄소중립 지원센터」 설립, 「탄소중립 이행 책임관」 지정 등을 통해 풀뿌리 탄소중립 실현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 법령에서 담고 있는 내용을 보면, 다소 보완할 부분도 있지만, 과거의 기후악당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선진국으로서 명실상부한 기후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범국민적 실천 공감대를 어떻게 이끌어 내느냐이다.
 
우리는 작금의 이 위기(Crisis)를 진정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기후위기에 대해 외면하고 침묵하고 있다. 위기관리학(Crisisonomy)이 지향하는 ‘인류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및 구현’(이재은(2018), 위기관리학)’을 위해, 이번 탄소중립 기본법의 시행은 위기관리 차원에서 주도면밀하게 다뤄져야 한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Paul Hawken도 그의 저서 ‘한 세대 안에 기후위기 끝내기’에서 이렇게 밝혔다. “기후위기를 역전시키는 것은 한 가지 결과를 낳는다. 인간의 건강, 안전과 안녕, 생물세계, 정의를 되살리는 것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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