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부터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로 무려 26,084ha의 산림과 지역주민들의 보금자리가 잿더미가 됐다. 서울시 면적(60,500ha)의 43.1%, 축구장(0.714ha)으로 치면 무려 36,532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울진ㆍ삼척 산불은 213시간 동안이나 탔다. 거의 열흘 동안 밤낮없이 산림은 물론 민가와 축사, 공장 등 무려 20,923ha를 태우고 가까스로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643개소의 시설물 피해와 함께 337명의 우리 이웃들이 이재민이 되어 망연자실 넋을 잃고 있다.

최근 기상청이 발표한 '2021년 겨울철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겨울철(2021.12.~2022.02.)에 내린 강수량이 13.3mm에 불과하여 1973년(전국 62개 기상관측망을 확충한 해)이래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년에 비해 75.7mm가 적은 양(14.7%)으로, 이 기간 동안 전국 평균 일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2022.2.26(토)에도 1.2mm에 그쳤고, 강수일수도 역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나, 이런 대형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매우 건조한 날씨가 계속됐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걸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면, 지표면의 습기가 증발하면서 토양이 건조해지고, 이에따라 산불의 위험도 높아진다. 산불이 발생하게 되면, 건조한 탓에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2019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6개월 동안 약 1,860만 ha의 산림을 태우면서, 33명이 사망하고 코알라 1만 마리를 포함하여 약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런 대형 산불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어마어마하여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그에 따라 산불 발생 가능성도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벌써 '악순환의 구렁텅이'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남극과 북극에서 일어나고 악순환과 비슷한 양상이다. 지구 온난화로 극 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그동안 얼음으로 덮여있던 육지의 맨살이 드러나게 되고, 그 곳에서 다량의 메탄이 방출되어 더욱 강력한 온실효과를 가져오고, 그로 인해 얼음은 더 많이 녹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IPCC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높아진  기온과 낮은 강수량,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가가 초목에 미치는 영향 등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영향과 관련된 요소가 화재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는 스스로 혼실효과를 가중시켜 더욱 강력한 기후 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시베리아에서는 2019년에 이어 매년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데, 점점 더 커지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 산불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9월 아동인권 국제단체인 'Save the Children'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도에 태어난 아이는 1960년대 태어난 어른보다 산불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2배나 많다. 이밖에도 흉작(2.8배), 가뭄(2.6배), 홍수(2.8배) 그리고 폭염을 겪을 확률은 무려 6.8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3.25(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기본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이러한 기후 위기(Climate Crisis)를 진정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아직도 시베리아 산불과 캘리포니아, 호주, 유럽 산불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이번 경북과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처럼, 위기는 벌써 내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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