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의 마지막 날

전 세계 195개국 40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2.14.~2.27.까지 비대면(영상)으로 개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55차 총회에서 기후변화 영향과 적응, 취약성에 관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WG2) 보고서가 공식 발표됐다.

내용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희망의 몫은 줄어들고, 절망의 몫이 늘었다.

보고서 내용 중에서 주요 키워드를 골라보니, '생물종 멸종', '물부족', '폭우', '홍수피해', '심각한 가뭄', '식량위기', '전염병 증가', '영유아 건강악화' 그리고 '불평등 증폭' 등 대부분 부정적 단어들 일색이다.

보고서의 주요내용을 추려보면, 우리가 속한 아시아 지역은 극한기온 발생과 강수 변동성 증가로 식량과 물 안보 위기가 증가하고, 해안도시에는 홍수로 인해 도시 기반시설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반해, 가뭄피해 발생도 5~2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동식물의 경우, 절반의 종 서식지가 고위도ㆍ고지대로 이동하고, 식물의 2/3는 봄철 생육이 빨라지며, 북반구의 호수 결빙감소로 부영양화가 가속화된다.

또한 해양생물군은 10년당 약59km 북쪽으로 이동했으며, 21세기 후반에 전 지구적으로 플랑크톤이 감소하면서 수산자원도 덩달아 5.7~15.5% 감소된다고 내다봤다.

물 부족현상은 심각하다. 전 인류의 절반이 넘는 40억명 이상이 현재 물 부족을 겪고 있으면서도, 지역간 편차가 커 어떤 지역에서는 폭우가 강해지고, 다른 지역에서는 강한 가뭄이 예측된다고 했다.

식량문제는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식량수급의 안정성이 악화되면서 영양실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대응책 마련에는 실패했고, 2050년까지 10%, 2100년에 30% 이상의 작물생산지역과 축산지역이 기후적으로 부적합한 환경에 처할 것이라며, 현재의 적응능력을 십분 발휘하더라도, 식량감소의 영향은 막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위기에 처한 도시인구는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지속 증가하면서, 수인성 감염과 매개 감염, 전염병도 증가하며, 극한기상과 이상기후 현상에 의해 인간 건강의 악영향도 예측되는 가운데 특히 영양실조 등으로 인한 모성과 유아의 신체적ㆍ정신적 질환의 증가 가능성이 처음으로 언급됐다.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방법을 이행하는 과정인 기후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구축될 때 실현 가능하며, 향후 10년간의 사회적 선택이 미래의 기후탄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 보고서는 오는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COP27 등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논의의 근거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 정부도 이번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을 '국가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계획' 과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 등에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지금까지 기후성적표는 낙제점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더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이 난국을 타개할 시간과 기회도 빠르게 지나가면서, 기후위기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IPCC 제2실무그룹 한스 오토 포르트너(Hans-Otto Portner) 공동의장은 "기후변화가 인간의 웰빙과 지구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명백하다. 생존가능한 미래를 구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즉각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그 기회조차도 놓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빨리 이 위기를 알아차리고,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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