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과일가게에 얽힌 황당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바로 '속박이' 라는 것이다.

시장에 가서 과일을 한 박스 사려고 박스를 열면, 잘 익어서 때깔좋고 맛도 좋을 것 같은 큼지막한 과일들이 지갑을 열게 한다.

그러나, 집에 와서 뜯어보면, 밑에는 잘 익지도 않아 크기도 형편없고 맛없는 녀석들로 채워져 있으면서, 최악의 경우에는 썩은 경우도 있다. 장사의 속임수이다.

사마천의 화식열전에는 돈 버는 세가지 방법이 나오는데, 바로 본부(本富), 말부(末富), 간부(奸富)이다. 사마천은 (그 당시 기간산업인) "농사를 지어 돈을 버는 本富가 최상이며, 장사로 돈을 버는 末富가 그 다음이요, 간사한 속임수로 돈을 버는 奸富는 최하이다." 라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속임수로 돈 버는 경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름아닌 그린워싱(Green Washing)과 ESG 워싱이다.

이는, 속임수로 돈을 벌기위해,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하는 것으로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회사인 'TerraChoice'가 그린워싱의 '6가지 죄악들(2007년)'과 '7가지 죄악들(2010년)'을 연달아 제시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ESG경영이 붐을 이루면서 그린워싱과 함께 ESG워싱도 핵심이슈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러한 환경위장주의의 주체는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과 공공기관 그리고 정부도 해당될 수 있다.

그린워싱이나 ESG워싱의 사례는 아주 많다. TerraChoice가 제시한 7가지 죄악에서 밝힌 것처럼, 허위라벨 부착, 거짓광고,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주장, 친환경 증거 불충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친환경 기업 이미지 홍보에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 정작 친환경 연구개발분야의 투자를 줄이는 경우도 있고, 친환경적이지 않은 기업이나 기관이 친환경 방송 프로그램에 은근슬쩍 자사 이미지를 표출시켜 친환경인 것처럼 현혹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도 매우 다양하고 교묘한 형태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기자출신 카트린 하르트만(Kathrin Hartmann)은 그의 저서 '위장환경주의 -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 에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대기업의 속임수를 생동감있게 폭로하고 있다.

앞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관심과 투자가 증대될수록 그린워싱과 ESG워싱의 유혹도 클 수밖에 없고, 이것의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소비자들이다.

따라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조속히 완비돼야 하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과 대안들이 제시되고 합의를 이뤄야 제대로 지켜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런 속임수에 현혹되지 않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속임수를 가려내는 스마트한 실력과 예리한 혜안을 기르고, 소비자연대, 환경단체 등과 체계적으로 치밀하게 대항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린워싱과 ESG워싱이 사라져야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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