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롭고 짧았던 희망의 볕을 지나 다시, 시린 계절입니다.
더는 버틸 수 없다는 간절한 외침을
또 한 번 이 악물고 외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달린 식솔들의 생계보다 먼저
우리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안전을 생각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이 말씀부터 꼭 드려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함께 할 수 없어 생긴 모든 상처도 결국은
함께 해야 아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숱한 위기와 혹독한 시련에도
한마음으로 함께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 어느 국민도 우리만큼 위대하지는 못했습니다.
73만여 명의 접종자, 113만여 건의 검사, 4만 7천여 번의 격리.
그 숫자에는, 스스로 방패가 되고자 걸었던 발걸음과
공동체를 위해 고립을 받아들인 아픈 시간이 있습니다.
나보다 우리를 생각한 679번의 긴 밤과 용기 있는 발걸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헌신했던 모두의 시간을 기억합니다.
86만 시민 한 분 한 분과 4,800여 공직자 모두에게
존경과 애정을 담아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오늘은 요란하게 성과를 내세우는 일도
지금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일도 어울리지 않겠습니다.
그저 우리 모두 잘해왔다고,
서로 등 두드리며 꼭 안아주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만은, 시대정신이니 거대 담론이니 하는 것들 대신에,
떨어져 함께 지내 온, 보통 아닌 보통의 모든 날을 기억하고
앞으로 얼굴 부비고 함께할 작고 평범한 일상을 기약하고 싶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 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종이를 구겨버리고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 박 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中 -
첫눈이나 벚꽃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좋겠습니다.
보통의 풍경인 장마를 함께 보는 일처럼,
가까운 내일,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북적이는 거리를,
생기 넘치는 시장풍경을,
환한 표정 드러내며 왁자지껄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새해에는 모두 함께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사랑하는 청주시민 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1년 마지막 날
청주시장 한 범 덕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