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근검절약에 대한 수많은 일화를 남겨 '자린고비'로 널리 알려진 조륵 선생은 지독한 구두쇠로 살면서 모은 전 재산을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자선사업을 펼침으로써 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와함께, 우리나라 첫번째 영부인으로서, 이부란(李富蘭) 이라는 한국이름과 '호주댁' 별칭을 가지셨던 오스트리아 출신 프란체스카(Francesca)여사의 절약정신도 대단하다.

하늘색 투피스를 40년간 입어, 소매와 솔기가 닳아 없어졌고, 속옷, 양말은 물론 스타킹까지 기워 신었으며, 양산 하나를 31년간 사용했다고 한다.

손자들에게 손수 깎아 주었다는 몽당연필은 새끼손가락 보다 짧아 연필깍지를 끼워도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까지 썼다고 하니, 자린고비 못지않은 절약정신이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소비를 할 수 없기에, 절약하면 할수록 인류는 오래 생존할 수 있는데, 요즘 우리의 소비패턴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러한 절약정신은 많이 약하다.

더욱이, 지금의 소비는 엄청난 힘을 가진 종교처럼 '지름신'이 존재한다.  '소비의 주기도문' 도 있다. 하늘의 별처럼 많은 온-오프라인에서는 전 세계 유명 브랜드가 지름신의 강림하심을 유혹함으로써, 충동구매와 과소비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이 넘어,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 과소비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듯 하다.

그런데 이런 과소비 문화는 지구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까?

지구환경의 악화 정도를 시간으로 나타내는 '환경위기시계' 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환경재단이 일본 아사히 그라스 재단과 함께 1992년부터 매년 환경위기 시각을 발표하고 있는데, 총4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00:01~03:00 불안하지 않다.>, <03:01~06:00 조금 불안하다.>, <06:01~09:00 꽤 불안하다,>, <09:01~12:00 매우 불안하다,>

그럼 우리나라의 현재 환경위기시계는 몇시 몇분을 가리키고 있을까? 참담하지만 현재 <09:38 매우 불안하다.> 의 적색경고등이 켜진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물론, 다른 분야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하겠지만, 특히 충동적 과소비 문화를 개선하지 않으면, 환경위기시계 바늘은 인류생존이 불가능한 12시로 더 빨리 움직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12시가 되기 전에 현재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과 과감히 결별하고, 근검절약의 대명사인 자린고비 조륵 선생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생활궤적을 따라 가야 한다.

과도한 소비는 엄청난 탄소발자국을 남기기 때문에 환경위기시계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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