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에 올라

주장자를 높이 들어 보인 뒤

오늘 여기 모신 대중은 물론 일체 중생이 모두

다함 없는 무진억겁에 영구불변한 대적광명지 (大寂 光明智)를 갖추었는데

스스로 지닌 이 본성을 아는가 모르는가.

잠시 뒤에

할을 한번 하고

이 몸이 바로 대적광명지의 깃발이요

이 마음이 신통을 담은 궁궐인 즉

작은 촛불 하나에 팔만 사천 지옥을 태우고

용의 입속에 여의주 빼내어 가지고 놀 줄을 왜 모르는가.

게송하다

조계봉출유무간 曺溪峰出有無間

외외낙낙절왕래 巍巍落落絶往來

운리목인첨일각 雲裡木人添一角

삼경석녀성누애 三更石女聲淚哀

나무 아미타불

조계 봉우리가 있고 없는 사이에 나왔으니

높고 높아 오가는 것 끊어졌네

구름 속 나무 사람 뿔 하나 더하더니

밤중에 돌여자 슬픈 눈물 소리 나네

본분납자(本分衲子)에게 결제나 해제가 분별이 있을 리 없지만 하안거 결제라 하니

회상(回上)에 있거나 선원에 있거나 어디서든 자기 분상에서 본분화두가 순일(純一)한지 스스로 점검하고 정진일로를 갈 뿐이다.

옛 조사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물이 많으면 배가 높이 뜨고 진흙이 많으면 부처가 크다’ 했고, 유마경에 ‘높은 언덕에는 연꽃이 살지 않고 낮은 습지의 탁한 연못에 연꽃이 산다’ 하였다.

자기 고행 속에 공부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도(道)가 높아지고 덕망이 두터워질 것이나 오탁악세의 사바세계에서 순일하게 도가 이루어질 리 만무하니 망상과 수면과 몽롱함을 한 칼에 베어내 다시 살지 못하게 하고 나면 본분화두가 자연히 청정하게 이루어져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오직 태양 하나가 빛날 뿐이다. 이를 사바즉적광(娑婆即寂光)이라 하니 더러운 것이 가득한 사바세계가 그대로 법신의 땅인 상적광토(常寂光土)가 된다는 것이다.

태고 조사께서는 13세에 일찍 출가하시어 강원을 나와 선원에서 참구하였으나 때때로 경전을 탐색하였고 심오한 데에 이르러서 이 또한 토끼 잡는 그물이고 고기 잡는 통발이라 판단하고 대장부의 목표는 아니라 하였다. 그리고 대장부로서 큰 원을 세우고 관음기도를 한 후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의 화두에 전념하였다. 스스로에게 조금이라도 게으른 마음이 생기고 기질이 약하여 큰 일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정진고행하다 죽은 후 몸을 바꾸어서라도 반드시 이루어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용맹정진 후 4년 만에 확철대오하여 8구의 오도송을 다음과 같이 읊으셨다.

一亦不得處 일역부득처

踏破家中石 답파가중석

回看沒破跡 회간몰파적

看者亦己寂 간자역기적

나무 아미타불

了了圓陀陀 요요원타타

玄玄光爍爍 현현광삭삭

佛祖輿山河 불조여산하

無口悉呑卻 무구실탄각

나무 아미타불

하나도 얻을 곳 아닌데

집안 돌 밟아 깨버렸네

돌아보니 깨진 자욱마저 없고

돌아본 것까지 더욱 고요하구나

모두 허물어져서 두루 명백하고

깊고 깊은 이치 그 빛이 찬란하니

부처와 조사와 더불어 산과 강을

입없이 모두 삼켜버렸네

하좌하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