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스럽게도 나는 현재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지난주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두 시간 씩 6주 동안 진행한다. 수강생들은 양산시민인데, 이 프로그램을 양산시립웅상도서관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주제는 ‘치유의 글쓰기’, 부제는 ‘무엇이든 쓰게 된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강의는 줌zoom을 통한 비대면 방식(화상회의)으로 진행되었다. 도서관 선생님께서 방을 만드시고 강사와 수강생이 참가했다.

첫 주는 ‘모든 삶은 소중합니다’라는 주제였는데, 수업의 첫 시작을 소설가 이승우의 너무나 좋아하는 문구로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그런 점에서 누구나 작가다.
이승우 저,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마음산책

수강생들은 스무 분 정도였는데 대부분 여성이었다. 그분들에게 글을 쓰는 데 용기를 불어넣고 응원하기 위해 첫 시작을 이 문구로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나의 글쓰기와 책쓰기 훈련기를 소개했고, 내가 쓴 칼럼과 책에 대해 소개했다. 잘난 척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가 글쓰기에 대해 얼마만큼의 경험과 능력이 있는지 에피소드를 스토리로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했다. 또 소설가 김영하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자기해방의 글쓰기’의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과, 카피라이터 정 철의 역시 세바시 강의 중 글에 사람 이야기를 담아라는 내용도 3~5분 정도 영상으로 보여줬다.

첫 번째 수업은 나의 강의 위주로 진행되었다. 본격적인 수업은 어제 2주 차 때부터 진행되었다. 수강생들은 지난 주 내가 내 준 ‘슬픔’이라는 주제에 대해 글을 썼다. 총 네 분이 글을 써 왔다. 한 분은 여든 살 가까이 되어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글을 써서, 그 글을 글을 쓴 분이 읽는 동안 눈물을 훔치는 분들이 많았다. 다른 한 분은 20대의 어려움에 대한 글을 썼는데, 슬픈 감정이 느껴지는 부분이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세 번째 분은 화분에 있던 꽃이 죽은 것에 대한 글을 썼다. 어떤 교육생의 말처럼 슬픔을 주제로 쓰는 글을 대부분 사람의 죽음에 대한 것인데, 식물의 죽음이라는 것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아쉬웠던 점은 반려동물을 많이 기르는 시대인데 그것에 대한 글이 없었다는 점이다. 네 번째 분은 수업 조금 전에 제출했는데, 수업에는 결석하셔서 함께 나누지 못했다.

치유의 글쓰기 프로그램 홍보문

수업은 그 주에 글을 쓴 사람이 자신의 글을 읽고, 다른 교육생들이 돌아가면서 소감을 말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에는 강사가 글에 코멘트나 첨삭을 해서 이야기 한다. 진행 중 아쉬웠던 점은 두 가지인데, 먼저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분이 계시다는 것과 다음으로 글쓰기 수업에 와서 글쓰기 과제를 하기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다음 주 주제는 ‘화(火)’에 대해서 쓰는 것이다. 어제 강의 끝날 즈음에 자발적으로 두 분이 쓴다고 하셨고, 한 분이 더 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한 분을 지명했는데 다음에 하겠다고 했고, 또 다른 한 분에게 글을 써보겠느냐고 하니 다음에 쓰겠다고 해서 난처했다.

글쓰기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사의 대단한 글쓰기 기법이 아니다. 교육생이 글을 직접 쓰는 것이다. 어떤 글이라도. 이 수업은 특히 ‘치유의 글쓰기’다. 여러 가지 이유로 억눌여 있는 감정을 마음 가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쓰면 되는 것이다. 아주 날 것의 감정을 타인과 공유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지 않겠지만 우리 교육생들이 용기를 내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실제로 글을 썼으면 좋겠다.

​_ 이태우 작가.
<박항서 매직>, <독서의 시작>, <혼자 알기 아까운 책 읽기의 비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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