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최남수, 출판사 : 새빛

“자본주의 ‘그레이트 리셋’ 이젠 ‘ESG 경영’ 시대!”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코로나19로 인한 변곡점에 있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시각을 던지고 있는 경제 가이드 북이다. 저자는 ‘자본주의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문제를 던지고 있다.

세계 경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겪고 있다. 첫 번째는 워싱턴 컨센서스로 불려 온 신자유주의는 양극화 심화 등 많은 상처를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실상 사라진 상태이다. 두 번째는 베이징 컨센서스로 불리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수치적 성과는 뛰어나지만, 민주, 자유, 신뢰 등 소프트 파워의 결여로 대안이 될 수 없는 체제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한 때 ‘유러피안 드림’으로 불리던 유럽식 자본주의는 재정 위기를 거치며 힘이 빠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가 던진 물음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이다.

저자에 의하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핵심 가치는 기업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반에 흘러내리는 ‘낙수효과’를 복원해 골고루 잘 살고 환경 등 공존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건강한 사회와 경제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세계적인 전략경영 전문가인 마이클 포터가 얘기한 것처럼 기업은 이미지 개선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책임 활동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가치 사슬 전반에 있어 고객, 근로자, 거래 기업,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존중하고 그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공유가치 창출’의 요구에 직면해있고 이에 대한 해답이 바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인 것이다.

이 책은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돼있다. 제1장은 “저무는 주주자본주의”라는 주제로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많은 문제점과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2장은 “이해관계 자본주의의 부상”이라는 주제로 미국 재계와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언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내용, 그리고 여기까지 오기까지 어떤 논의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제3장은 “ESG와 SCM”이라는 주제로 경영혁신을 통해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하는 국내외 기업을 소개하고, 중요한 어젠다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측정을 위한 SCM(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측정지표)을 정리하고 있다.

제4장은 “자본주의 혁신을 위한 실행 과제”라는 주제로 법과 제도의 개선 등 자본주의 혁신을 위한 실행 과제 등을 조명해 보고 있다. 제5장은 “팬데믹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주제로 팬데믹 국면에서 더욱 부각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관련 이슈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팬데믹과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가져올 대개조의 흐름 중 하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4개월 전인 2019년 8월 미국 재계가 중대한 선언을 한 게 시발점이다. 미 재계는 주주가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온 주주자본주의의 종언을 선언했다.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하겠다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깃발을 들었다. 많은 기업이 화답했고, WEF는 이를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바이든도 주주자본주의를 끝낼 때가 됐다고 ‘공명(共鳴)의 화음’을 냈다. - <프롤로그_한국 경제의 미래를 제안한다> 중에서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시장 자유주의자인 프리드먼의 경제관은 경제에 대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자율에 맡겨주는 상태를 가장 바람직한 자본주의 체제로 간주한다. 또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며 기업은 주인인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존재의 목적이라고 규정한다. 프리드먼의 이런 시선은 하이에크에 이어 보수적 경제관의 큰 줄기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프리드먼의 주장 뒤에는 지금은 매우 당연하게 여겨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적대적으로 바라보고, 심지어 ‘사회주의’라는 색깔론을 내세워 그 가치를 폄하했다는 점에서 그의 시선이 상당히 극단적임을 알 수 있다. 또 이게 프리드먼 독트린이 가진 한계이다. - <저무는 주주자본주의_프리드먼 독트린> 중에서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기업 경영에 있어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담기 시작한 ‘상식적인 기업지배구조 원칙’은 2016년에 먼저 만들어졌고, 이는 2년 후인 2018년 업데이트됐다. 또 같은 해에 영국의 기업구조 코드도 같은 맥락의 내용을 포함했다. 미국과 영국의 관련 원칙 또는 코드가 가진 공통점은 이해관계자를 존중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 이사회의 역할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결국, 이 같은 논의의 진전은 2019년에 미국 재계 대표기관인 BRT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실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다. 2019년 성명이 나오기까지 공감을 확산시키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 위한 사전 작업이 상당히 진척돼온 것이다. -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부상_90년간의 논쟁> 중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 경영의 구체적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요즘 자주 얘기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은 단기이익만을 추구하고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수행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담고 있으니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기업 경영의 선언적 방향으로 볼 수 있다. ESG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지속가능경영의 정신이 구체화한 실천 방안의 성격이 강하다. 기업 경영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에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하는 확장적 개념이다. - <ESG와 SCM_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 중에서

시장지배력이 큰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문제가 국내에서도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물론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생활 인프라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정보 검색, 뉴스, 소비, 쇼핑, 지인들과의 소통, 디지털 콘텐츠 구매 등 대부분 일상의 일이 이들 기업이 만들어 놓은 가상의 플랫폼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빠른 디지털화로 경제의 효율성이 제고됐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편익도 확대됐다. 하지만 이들 IT 기업이 급속하게 덩치를 키우면서 불공정 거래 등 부작용이 경고음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편이다. - <자본주의 혁신을 위한 실행 과제_역풍 앞에 선 빅테크> 중에서

팬데믹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해관계자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돕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ESG 등 그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들이 더 좋은 실적을 내고 자본시장에서도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와 같이 호흡하는 기업 경영이라는 ‘명분’과 더 좋은 실적을 올린다는 ‘실리’가 잘 맞물려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앞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개막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팬데믹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_팬데믹과 자본주의 개혁>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코로나19로 빚어진 현재의 상황은 ‘불확실성의 팬데믹’으로도 불린다. 경제에 만연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심리적 불안도 지속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치료제가 곧 사용될 것이라고 하지만 팬데믹을 종식 시키기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또한 다른 팬데믹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셔지지 않아 경제활동이 본격 회복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UN이 지난 2015년에 인류와 지구를 위한 평화와 번영의 청사진으로 ‘지속가능 개발을 위한 2030 어젠다’를 발표하였다. 당시 UN이 주도한 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는 이 어젠다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17개의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를 채택했다. UN은 이들 목표의 실현을 위해 모든 국가에 긴급한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본인도 몇 년 전부터 지속가능발전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활동의 핵심이 바로 ESG와 연계된다.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환경은 파괴되고 사회문제는 심각해지게 된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기 위해 UN이 앞장을 서고 있으며, ESG를 경영의 핵심 가치로 도입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투자자들도 ESG 친화적인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은 최근 ESG에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 기업에 비해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자본주의 개혁과 ESG 경영의 방향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이 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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