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용원 사장님의 미용봉사 이야기, 동네 최고령 이덕우 할아버지의 건강비결,

병원에서 죽을병 진단받고 떴던 테이블 보... 굳이 애써 박물관을 찾지 않아도, 아니

세상 어떤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동네의 기억들을 만날 수 있고 가볍게 들러

차 한 잔 마시며 동네에 관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동네기록관이다

– 동네기록관 아카이빙북 중에서

우리 동네, 우리 집 앞에는 어떤 ‘동네기록관’이 있을까?

대한민국 첫 법정 문화도시인 청주시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문화도시센터(이하 문화도시센터)가 지난해 선정한 동네기록관 10곳의 기록이 담긴 ‘동네기록관 아카이빙 북’을 발간했다.

‘마을의 정체성을 재발견하다’,‘마을살이의 긍지를 높이다’,‘기록공동체를 만들다’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번 아카이빙 북에는 각 기록관이 위치한 동네의 이야기와 일상의 역사, 이웃들의 삶의 발자취가 정감 어리게 담겼다.

▶ 마을의 정체성을 재발견하다 – 문의면‧중앙동‧우암동 동네기록관

문의면 대청호 근처에 위치한 ▲문의면 동네기록관(마불갤러리)은 잊히는 한지의 역사와 전통을 기록하고 계승하는 기록 공동체다.

종이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과 닥칼 만드는 과정, 닥나무의 생태, 종이 만드는 기술, 한지를 만들던 장소까지 문의면 동네기록관에서는 한지에 관한 모든 기억을 만날 수 있다.

또 청주의 근현대적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중앙동 골목 3층에 자리한 ▲중앙동 동네기록관(너나우리도서관)은 도심의 역사와 변화를 간직한 청주의 구도심 중앙동 일대를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드로잉하며 기록 중이며, 북적이는 대학가의 큰 길 모퉁이를 돌아 동네로 가는 길목 어귀에 자리한 ▲우암동 동네기록관(청주 사진도서관)은 사진을 좋아하는 우암동 주민들이 한 장 한 장의 사진으로 자신들이 살아가는 동네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해 나가고 있다.

▶ 마을살이의 긍지를 높이다 – 금천동‧운천동‧내덕동 동네기록관

40년 간 운영해온 공장을 새롭게 갤러리 카페로 개조한 ▲금천동 동네기록관(정스갤러리)에 들어서면 자개장식장, 옛날 다리미, 함지박 등 정겨운 물건들이 먼저 반긴다.

이 물건들은 동네 주민들이 하나 둘씩 기증한 것들로, 덕분에 이곳에 사는 주민들만이 아니라 방문하는 손님들까지 모두 옛 기억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만드는 공간이 됐다.

그런가하면, ‘여기는 뭐하는 곳이에요?’라며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들어서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동네기록관도 있다. 기존에 술 빚던 가게에서 ▲운천동 동네기록관(라이트 하우스)으로 재탄생한 곳으로, 동네기록관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면서부터 주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얻었다.

이제는 더 이상 술을 빚지 않지만 기존 간판 역시 기록이라는 의미에서 떼지 않은 채 운영하는 언밸런스한 매력에 드나드는 주민들로 문턱이 닳는 중이다.

1985년부터 이어온 역사에 지금도 40개 남짓한 점포가 있는 밤고개 자연시장 골목에서는 ▲내덕동 동네기록관(베짱이 문화쌀롱)을 발견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들과 동네예술가들이 이야기 흥정을 펼치며 그림 자서전을 기록해가고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삶의 이야기들로 내덕동에 문화의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곳, 내덕동 동네기록관은 오늘도 성업 중이다.

▶ 기록공동체를 만들다 – 산남동‧영운동‧용암동‧우암동 동네기록관

2005년 주택단지로 조성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산남동은 이주해온 주민들이 직접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가며 자연스레 공동체 문화가 형성된 곳이다.

그런 이곳에 ▲산남동 동네기록관(산남두껍말기록관)이 자리 잡게 된 것은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점점 사라지는 여느 도심의 아파트 단지와 달리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모여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그 이야기들을 기록해가는 산남동. 그 중심에 동네기록관이 있다.

과거 피난민촌의 역사를 간직한 청주 영운동에도 동네기록관이 있다.

폐가를 개조해 한옥스테이, 문화체험터 등으로 운영하고 있는 ▲영운동 동네기록관(터무니)이다.

손때 묻은 항아리부터 빛바랜 액자, 한 땀 한 땀 손으로 뜬 테이블보까지 눈 돌리는 곳마다 생활사 박물관에 온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은 주민들 스스로 채워가는 기억저장소가 돼가고 있다.

1990-2002년 사이 택지개발로 들어선 마을 용암동에도 초등학교 인근에 자리한 ▲용암동 동네기록관(초롱이네 도서관)이 있다.

작고 아담한 공간이지만 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 동네기록관이 된 이후 마을에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이웃들의 이야기가 한 켜 한 켜 소중하게 쌓여가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무심천 하류 외곽에 위치한 ▲우암동 동네기록관(온몸문화공간)은 ‘활자’로만 인식돼 오던 기록을 ‘몸’으로 풀어내며 동적 방식의 새로운 기록형태를 시도하는 곳이다.

카페와 공연장으로 구성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인 이곳에서 주민들은 몸으로 기억하고 예술로 기록해나가는 일들을 스스로 해내고 있다.

이렇듯 동네기록관 10곳의 소개와 더불어 동네기록관 모니터링단으로 참여한 고영직 문화평론가, 광주 북구문화의 집 정민룡 관장, 충청타임즈 연지민 부국장이 동네기록관 10곳을 직접 방문하여 느꼈던 이야기를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풀어내 이해를 돕는 이번 아카이빙 북은 전국의 문화재단과 지역 동네서점, 독립서점 등 200여 곳에 사전 배포됐다.

[기록문화 창의도시]의 비전을 담은 ‘동네기록관 아카이빙 북’은 2021년도 동네기록관 사업 홍보 및 연구 자료로 활용되며, 향후 동네기록관 관광코스로까지 발전할 계획이다.

수령을 원하는 시민은 문화도시센터(043-219-1026)로 문의하면 무료로 받아볼 수 있으며, 수량은 선착순 100권까지다.

문화도시센터는 “올해도 동네의 이야기와 주민의 기억이 만나는 ‘동네기록관’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라며, “청주 곳곳에 청주만의 이야기를 담아가는 기록 공동체가 들어설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동네기록관’이란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이 살아온, 지금도 살고 있고 또 앞으로도 살게 될 그 동네만의 이야기와 일상의 역사, 함께하는 이웃들의 삶의 발자취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수집하고 기록해나가는 커뮤니티 공간을 뜻하는 것으로, 시민들이 이미 자생적으로 운영해온 거점 공간들이 주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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