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의 금강선경도, 덕혜옹주 초상화, 최익현의 초상 자수화

책갈피 속 고미술품들이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예술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장르가 미술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예술적 심미안이나 오랜 경험과 안목이 없이는 그 가치와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이끌리고,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경향이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이상, 누구나 미술의 매력을 즐기며 아름다움에 심취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어쩌면 우리가 미술을 낯설고 어렵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만큼 미술품에 매료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 『고미술의 매력에 빠지다』는 많은 이들에게 낯설게만 느껴지는 다양한 고미술의 세계를 우리 곁으로 가져와 즐길 수 있도록 ‘책갈피 속의 미술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철학박사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이며 명경의료재단 꽃마을한방병원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황경식 교수는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를 품고 곳곳에 숨어 있는 동아시아의 고미술품에 매력을 느껴 20여 년간 고미술품 수집을 해온 베테랑 수집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 담긴 미술품들은 저자 본인이 20여 년간 맨발로 뛰며 모아 온 작품들로서 회화, 조각, 서예, 자수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는 방대함이 특징이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단순히 미술품들을 나열한 어렵고 딱딱한 미술 서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황경식 저자는 각 미술품의 예술성뿐만 아니라 각 미술품에 얽힌 고유한 이야기와 사연에 주목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 근현대사의 광풍 속에서 비극적인 삶을 산 것으로 알려진 조선의 마지막 황족 덕혜옹주의 초상화, 중국의 거부(巨富)들이 그림 한 점 얻기 위해 금과 비단을 들고 찾아와 줄을 섰다고 알려진 겸재 정선의 금강선경도, 남편을 먼저 보내고 성실하게 가정을 꾸려 온 최씨 부인과 조선 최고의 서예 대가 추사 김정희와의 인연이 얽힌 서예 작품 등 다양한 작품들이 각자의 흥미진진하면서도 때로는 애절한 이야기를 안고 책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황경식 저자의 전작 『마리아 관음을 아시나요』는 한국의 삼신할미 전설, 불교의 송자관음보살과 기독교의 성모 마리아를 통해 인류 문화의 근간에 숨어 있는 모성애와 안전한 가정에 대한 갈망을 탐구함으로써 미술, 철학, 신화학, 인류학을 통섭하는 인문학적 통찰로 주목받아 2017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추천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되는 『고미술의 매력에 빠지다』 역시 풀 컬러로 전개되는 다양한 고미술품의 향연뿐만 아니라 5장 ‘컬렉션 여정에서 이삭줍기’를 통해 현대 추상화와 전통 문인화의 사상적 접점, 오로지 진품만을 요구하는 고미술계에 던지는 진품과 가품의 예술적 경계에 대한 통렬한 질문, 남존여비의 사회 속에서 억압받던 조선 여성들의 돌파구이자 ‘페미니즘 아트’로서의 자수에 대한 시선 등 흥미로우면서도 진지한 인문학적 질문과 통찰로 독자들의 사색을 자극할 것이다.

지은이 황경식

서울대학교 철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 석박사 과정 수료(철학박사)

미국 하버드대 객원 연구원 역임

동국대 및 서울대 철학과 교수 역임

現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 윤리학회, 철학 연구회, 한국 철학회 회장,

석문 복지재단 이사장 역임

국가 생명 윤리 심의위원 위촉

現 명경의료재단 꽃마을 한방병원 이사장

존 롤스의 정의론을 번역했으며, 사회정의의 철학적 기초, 개방사회의 사회윤리, 자유주의는 진화하는가, 덕 윤리의 현대적 의의, 법치사회와 예치국가 등의 저서 및 역서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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