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먹는 나한(羅漢)>전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 서울관에서는 12월 2일(수)부터 7일(월)까지 ‘이경섭 개인전’이 열린다.

 작가는 전주대학교 사범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19번째 개인전이며, 1983년부터 현재까지 350여 회의 국내외 기획 초대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2019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작가는 외길인생, 40년 넘게 꾸준히 작업해 온‘성찰과 인간애’를 가로지르는‘인간과 자연’이라는 또 다른 주제로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40년간 화단의 세월을 건너면서 그동안의 작업과 함께 삶을 되짚으며 주변의 어려운 처지의 동료 화가 그리고 우리 이웃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자 했다”고 한다. 보는 이들의 다양한 감정이 더해져 현재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볼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인간과 자연을 재해석해보고 싶었다. 나이라는 게 참 희한하다. 예전 젊었을 적 날카롭게 바라봤던 것들이 이제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지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저들의 고난을 미뤄 짐작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을 모두 담아 따뜻한 그림을 그려보자고 마음먹게 된다. - 작가 노트 중

 작가는 모래 먹는 나한(羅漢)이다. 속언에 나한에도 모래 먹는 나한이 있다고 하였다. 화가는 그냥 화가일 뿐 신분의 높고 낮음은 없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어떤 고달픔이나 육체적인 혹사도 감내한다. 숱한 실험적 작품은 작가를 마치 거친 막노동처럼 험하고 고단하게 만든다. 결국, 모래 먹는 나한은 예술가의 삶과 같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바람 부는 날>, <시간여행>, <그해 여름>, <그때 그 시절> 등 인간에 대한 성찰과 자연에 대한 시선, 관조의 흔적이 작가만의 강한 붓 터치로 화면에 되살아난다. 또한 <그리운 날>, <순령수>, <독백> 등의 연작은 사람 사이에 나타나는 사회적 소통의 관계 속에서 끝없이 연결되는 생각들이 일상의 편린(片鱗)이 되어 화면에 나타난다.

 <노암리> 연작은 이경섭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 주변 마을의 풍경을 작가만의 색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시간여행>, <푸른 밤>, <폐가>, <다산옥> 등은 우리 삶의 모습으로 지나간 흔적을 유추해보고 삶터의 자국을 통해 마음에 위안을 얻는다. <바람 부는 날>, <가을의 전설>, <그해 여름> 등은 알 수 없는 각기 다른 추억과 사연을 담고 있는 사람들을 화면 위로 하나씩 수집해 가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