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에 새로운 비엔날레 제시-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집행위원장 김성연 부산현대미술관장)는 지난 9월 5일부터 65일간 열린 2020부산비엔날레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Words at an Exhibition–an exhibition in ten chapters and five poems) 전시가 호평을 받으며 안전하게 폐막했다고 밝혔다.

이번 2020부산비엔날레는 11명의 문필가들이 부산을 테마로 집필한 10편의 소설가 5편의 시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문학작품에 영감을 얻어 시각예술가와 사운드아티스트들이 작품을 제작 또는 구성하는 독특한 형태로 전시가 구성되었으며, 도시 부산을 배경으로 한 각 장르들의 결합을 통해 ‘부산’이라는 도시에 가상의 층(Layer)을 만들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3곳의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도시를 탐정처럼 탐험하고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비엔날레 모델 제시

코로나19로 국내·외 비엔날레들이 취소 또는 연기되는 가운데 조직위도 한때 비엔날레 개최에 대한 고민에 빠졌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과 응전, 실험의 장인 비엔날레가 새로운 시대적 고민에 대해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내부 의견과 집행위원장, 전시감독의 개최에 대한 열정으로 2020부산비엔날레는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었다. 특히 입국이 불가능한 해외작가들의 작품 제작은 조직위 스텝들과 비대면 소통을 통해 이루어졌고, 작품 선정과 작품 설치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소통해야 하는 어려움에 조직위 스텝들의 고충도 가중되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조직위는 온·오프라인 전시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했고 이에 필요한 사항들을 준비해 나갔다. 정상적 전시 준비는 물론 온라인 개최를 위한 콘텐츠 확충과 전시장 제한 관람, 철저한 방역은 필수 요소였다.

새로운 시도와 안정적 개최에 대해 국내 주요 비엔날레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광주비엔날레, 서울미디어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서울건축비엔날레, 전남수묵비엔날레 등 내년에 개최될 예정인 비엔날레 관계자의 방문이 이어졌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 국공립미술관과 삼성리움미술관을 비롯한 주요 미술관 관계자들의 관람도 줄을 이었다. 이밖에 시내·외 문화기관과 해외기관들의 방문이 폐막일까지 이어졌다.

역대급 완성도 높은 전시, 호평이어져....

관람객들이 탐정이 되어 부산이라는 도시를 탐험하길 바랐던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의 기획의도는 적중하였다. 문학에서부터 출발해 시각예술과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확장은 전시를 풍성하게 만들었고, 더욱 밀도 있게 만들었다. 11개의 문학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 7개, 영도 폐창고 1, 중앙동 원도심 3개의 장소에 배치되었으며, 이에 시각 예술가과 사운드 아티스트의 작품이 매칭 되었다. 문학과 전시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부산과 부산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된다.

시각예술가 작품들은 부산의 역사에서 출발하는 정치·사회학적 이슈와 번역적 탐구, 도시와 부산에 대한 새로운 해석, 공간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 작품 매체에 대한 다변화된 실험 연구 등 다양한 주제들에 집중하였고, 이는 공감각적 전시로 이어졌다. 기획과 작품들이 충분히 보여 지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공간 구성도 관람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작품마다 제 장소를 찾아 제대로 전시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작가가 비엔날레를 위해 동원됐다는 느낌보다는 개인전을 열어주듯 한 작가가 충분히 조명되도록 연출됐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역대 비엔날레 행사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완성도를 성취했다는 상찬이 나온다.” 라는 극찬이다.

풍성한 온라인 콘텐츠, 새로운 필수 콘텐츠로 등장

여정의 시작은 온라인이었다. 9월 5일 개막식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무 관객-온택트 방식으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6,500여 명의 누적 시청자와 덴마크 출신의 전시감독 야콥 파브리시우스, 김성연 집행위원장이 개막을 축하하고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프라인 개막식에 4~5백명이 참여하는 것을 비교해 볼 때 훨씬 많은 사람들이 편한 공간에서 접속할 수 있었고, 개막 기념 퍼포먼스와 전시준비의 뒷이야기도 온라인 상황에서 전시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전시감독이 직접 거리를 걷고 전시장을 돌며 작품과 이야기를 소개하는 투어에서는 최대 접속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비엔날레 사상 최초의 시도이자 앞으로 전시의 방식적인 접근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조직위가 비대면 온라인 전시에서 핵심 콘텐츠로 삼았던 것은 3D 웹 전시와 전시감독이 직접 전시를 설명하는 영상인 ‘명탐정 야콥 051’이다. 3D 웹 전시의 경우 다른 전시에서도 선보인 바 있지만 2020부산비엔날레의 경우 고해상도의 화질과 전시장 외부의 풍경까지도 감상할 수 있어 더 좋았다는 평이다. ‘명탐정 야콥 051’은 전시감독의 고뇌와 열정이 그대로 보여 진다. 전시준비와 촬영이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이라 촬영 중 자연스러운 모습은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왔고, 일반관람객들은 전시를 이해하는데 적합한 콘텐츠라 평가되었다.

이외에도 문학작품을 시민 성우의 목소리로 듣는 ‘오디오북’, 사운드아티스트의 ‘사운드스케이프’, 사운드를 뮤직비디오로 제작한 ‘사운드 콘서트’도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로 공개되었다. 온라인 전시(공식 홈페이지 PV)조회수는 총 287,539건, 유튜브 구독자는 개막 당시 2백여 명에서 2천 4백여 명으로 1,000%의 증가를 보여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높았던 것을 알 수 있다.

화학적 결합이 돋보이는 시민 참여, 부산을 담다

이번 부산비엔날레에서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시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먼저 시민들이 생각하는 부산의 소리와 향기에 대한 공모를 진행하여 수집된 소리는 사운드아트스트에게 전달되어 사운드로 제작되었고, 이는 LP음반으로 한정 제작,판매 되었다. 향기 역시 부산을 상징하는 향수로 제작되어 개막식에서 공개되었다. 또한 전시의 근간을 이루는 문학작품을 시민들의 목소리로 녹음해 만든 오디오북은 총 651명(한국어 534, 영어 117명)이 응모하는 성황을 이루었고, 선정된 총 20명(한국어 10, 영어 10)의 시민 성우가 녹음한 오디오북은 전시기간 내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었다. 특히 오디오북 제작에는 못 다한 성우의 꿈을 공모를 통해 이룬 시민들도 있어 의미 있는 작업이 되었다.

4개조(1조 5명, 총 20명)로 구성 운영된 대학생 서포터즈는 전시기간 동안 관련 콘텐츠를 취재, 제작, 편집하여 다양한 시선을 통해 비엔날레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처럼 시민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중요한 소재를 제공하여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은 과거의 단순 참여와는 달리 부산비엔날레를 완성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고, 물리적 결합을 넘은 화학적 결합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일상이 바뀐 오늘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한 도전과 적극적인 수용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시를 모두 선보였던 부산비엔날레는 무엇보다 그 완성도에서 업계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술 관계자들은 급변하는 팬데믹 시대를 어떻게 극복하고 그에 맞춰 전시를 준비하였는지와, 비대면 상황에서 관람객들에 제공된 온라인 콘텐츠의 성과에 박수를 보냈다.

올해 10회로 개최된 2020부산비엔날레는 부산현대미술관, 영도 폐공장, 중앙동 원도심 일원에서 진행, 34개국 89명(문필가 11명, 시각예술가 67명, 사운드아티스트 11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였으며 363점이 출품되었다. 9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진행된 2020부산비엔날레는 코로나 19에 따른 방역당국의 지침에 맞춰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전시를 9월 30일부터 개방 하였고, 1일 관람인원 제한 속에서도 총 17,016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다녀갔다.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성황리에 폐막한 2020부산비엔날레는 2021년 사업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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