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한민국 천국의 문은 닫혔다

현대소설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만약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 같은 곳일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얼마 전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인류 역사를 바꾸는 기적을 선보이는 머스크는 흔히 ‘21세기 가장 위대한 천재’로 불리운다. 이런 천재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동네 도서관이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이다. 교보문고 대산 신용호 창업주의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명언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코로나19는 천국의 문을 닫았다. 한국동란에도 열렸던 도서관이 굳게 닫힌 것이다. 전면 휴관 때 찾은 동네도서관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과장하면 거미줄 처진 폐가와 같았다. 코로나 이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던 곳이다.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며 행복에 젖어있던 곳이다. 학생들이 명문대 입학 꿈을 키우던 바로 그곳이다. 흰머리 은빛 훈장을 단 은퇴자들이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해 찾던 희망의 전당이었다. 모든 국공립도서관은 코로나19 이후 대부분의 기간 동안 문을 닫았다. 열람실 폐쇄는 물론 책 대출도 전면 중단되었다. 간혹 문을 연 적도 있었지만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그러면 그 많던 이용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열람실 이용자들은 카페로 갔다. 카페에는 도서관에서 쫓겨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풍선효과이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예전 집장촌 정책이 생각난다. 집장촌을 단속하니 성매매가 번화가와 주택가로 옮겨가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장소이다. 당연히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눈다. 도서관 열람실은 마스크를 안 쓰면 쫓겨난다. 상식적으로 어디가 더 위험한가?

도서관 어린이실에서 책을 보던 아이들은 이제 갈 곳이 잃었다. 사슴 눈망울처럼 빛나던 눈이 지금은 토끼눈처럼 충혈되어 있다. 방구석에서 엄마 스마트폰으로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신화 그림책 ‘미녀 푸쉬케와 사랑의 요정 에로스’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던 사슴 눈망울 아이는 이제 없다. 책 읽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한 달이라는 시간과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에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것은 단 하루면 족하다. ‘제2의 일론 머스크’의 싹은 무자비하게 잘렸다. 진짜 비극의 시작이다.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두 번의 결정적 역사적 퇴행이 있었다. BC213부터 BC206까지 자행된 이른바 분서갱유(焚書坑儒)가 첫 번째다. 글자 그대로 ‘책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묻어 죽인’ 진시황의 문명 말살 정책이었다.

두 번째 분서갱유는 더욱 극적이다. 1966년부터 10여 년 간 지속된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이 그것이다. 중국 5000년 역사의 유구한 문화유산들이 단 10년 만에 파괴된 것이다. 중세 유럽 암흑시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야만적 행위였다. 지리적으로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에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한류를 내준 결정적 역사적 사건이다.

혹자는 코로나19 때문에 국공립도서관 전면적 폐쇄는 불가피했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에게 신세계프라퍼티가 운영하는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을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코엑스몰 중앙에 위치한 별마당 도서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 하루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 철저한 방역을 지키고 거리두기 열람 좌석으로 시민들이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다. 유동인구가 도서관의 몇 배가 넘는 일반서점도 아무 문제 없이 영업 중이다. 앞서 언급했던 카페도 문전성시 중이다. 이 대목에서 영화 실미도 대사가 떠오른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또 혹자는 서점에서 책을 사서 보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소득층 아이들이다. 그들에게 도서관이라는 동아줄을 자르면 안 된다. 그리고 진정한 독서가는 도서관을 사랑하고 애용한다. 수천 년의 지혜가 담긴 대부분 책은 서점이 아닌 도서관에 있기 때문이다. 보르헤스가 도서관을 천국으로 왜 비유했겠는가? 도서관 책 대출 전면중단은 책 ‘읽기 중단(분서)’과 ‘독서가의 씨를 말린(갱유)’ 초유의 문명 정전 사태였다.

도서관 전면 휴관에서 6월 15일부터 책 대출을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다르게 시행되는 책 대출은 한 마디로 가관이다. 그동안 분서갱유를 자행했던 미안함은 고사하고 시민의 편의는 뒷전이다. 천국을 위해서 혹은 천국에서 일하면서 천국이 가지는 의미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지난 6월 초순 코엑스 헌혈의 집에 들르니 많은 헌혈자들이 줄 서있었다. 도서관 도서 대출보다 헌혈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최소 10배는 더 높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피와 사랑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피가 모자라면 수많은 생명들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헌혈자가 참여하고 직원들이 헌신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책 대출이 중단되면 문화 피가 멈추는 동맥경화가 발생한다. 진시황과 마오쩌둥의 분서갱유가 더 이상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져서는 안 된다.

북유럽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이유는? Book...You...Love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떠도는 유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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