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리병원 정호 원장

20년간 척추전문의로 신경외과분야에서 진료를 보다보면 다양한 환자분들이 진료를 보러 저희 병원에 오신다. 그분들은 처음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타 병원에서 정밀검사(MRI, CT) 및 치료계획까지 듣고 2∼3개의 척추관련 병원을 다니다가 오신 분들도 꽤 많다.

이러한 경우에 저희병원에 처음 진료를 받으신 분보다는 여러 병원을 다니다가 오신 분들의 경우 진료가 좀 더 힘들다. 그 이유는 우리 병원에 오기 전 진료한 의사선생님이 한 말씀에 대해서 그 의미나 속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많은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 자신도 나한테 오기 전에 진료를 하셨던 의사선생님이 아닌 이상이야 미루어 짐작 할 수 밖에 없으며,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여러 병원을 다녀오신 분들의 경우에는 용어의 혼란으로 의사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A라는 병원에서는 ‘디스크가 터졌다’는데, B 병원에서는 ‘디스크가 흘렀다’고 한다거나, 질환명이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하던데, 타 병원에서는 수핵 파열증이라고 들었다거나 하는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혼란스런 용어에 대한 오해를 최소화 시키고자 신경외과 질환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실제로 신경외과에서 사용되는 의학용어의 경우, 우리나라 의학이 주로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 대부분인데다가 책들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서 책의 내용을 머리에 두고 적절한 용어를 찾아서 설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표현하는 방식이나 심지어 진단명도 통일이 되어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의사들끼리야 진단명 정도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큰 불편이 없겠지만 각기 다른 의사들이 환자에게 설명을 할 때에는 다른 진단명이나 표현을 쓰는 경우가 허다해서 생긴 에피소드이다.

외국 논문에서도 추간판탈출증의 정도나 위치, 특성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니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여기서는 환자분들에게 신경외과학회에서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는 추간판탈출증(HIVD, HNP)의 파열 상태에 따른 일반적인 표현을 몇 가지로 구분해서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1. 디스크 (椎間板, intervertebral disc): 젤 형태의 말랑말랑한 수핵 (髓核, nucleus pulposus)과 수핵을 단단한 섬유조직으로 싸고 있는 섬유륜 (纖維輪, annulus fibrosus)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스크에 염증이 있으면 추간판염(Discitis)라고 부른다.

2. 추간판 팽륜증 (膨潤症, bulging disc) : 대부분 만성적인 퇴행성 변화로 디스크가 전반적으로 부풀어 오른 경우이며, 일반적으로 디스크의 높이가 좁아져 있다. 굳이 병적인 상태라고 보기 보다는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만성요통의 원인이 되며, 그로 인해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한다.

3.섬유륜 파열증 (annular tearing) : 진단명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섬유륜이 찢어진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팽륜증에서도 섬유륜이 찢어져 있으면, ‘섬유륜 파열증’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섬유륜이 찢어져서 내부의 수핵이 흘러나오는 일반적인 ‘추간판탈출증’에서도 동반될 수 있다. 최근에 보험회사에서 외상의 연관성에 대한 언급을 요구하면서 진단명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4.추간판 탈출증 (Herniated intervertebral disc: HIVD, HNP) : 일반적으로 디스크라고 부르는 질환으로 섬유륜이 찢어져서 내부의 수핵이 섬유륜 너머 흘러나온 상태로 신경의 압박소견이 보인 경우에는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허리디스크 병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환자의 몸무게의 3배 이상의 충격이 가해진다면 디스크가 파열될 가능성이 발생한다. 하지만 디스크가 파열되었다고 주장하시는 환자분의 경우 대부분 기껏해야 20∼30킬로 정도의 물건을 들다가 삐꺽한 후에 증상이 발생되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골절을 동반한 디스크 파열이 아니고서는 외상성 디스크 파열이란 용어를 쓰지 않고, 단지 진단서에 외상의 기여도가 몇 %다라는 식의 표현을 하게 된다.

5. 디스크 내장증 (Discogenic back pain, intervertebral degenerative disc) : 굳이 정의를 하자면 “디스크 내부에 문제가 생겨서 요통이 생기는 병” 이겠지만, 무척 포괄적인 진단명 이다 보니 최근 척추를 진료한다는 병, 의원에서 아무렇게나 사용되는 애매한 진단명이다. 요통을 유발하는 무수히 많은 상태 중 다른 곳에는 이상이 없고,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가 요통의 원인이라고 밝혀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그 요통의 원인이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서라고 밝혀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진단명이다. 꽤 까다로운 병으로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의 통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밖에도 ‘척추협착’, ‘척추분리증’, ‘척추측만증’, ‘척추후만증’, ‘척추전만증’, ‘척수증’, ‘염좌’라는 용어도 신경외과에서 자주 사용되는 의학용어이다.

끝으로 환자분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자신의 진단되는 추간판탈출증에 대해서 너무 여러 곳의 병원을 다니시지 말고, 반드시 척추전문의에 의해서 진단을 받으시고, 상태가 심한 경우는 대학병원에 가서 최종 확인 후에 원하는 척추전문의에 의한 치료와 관리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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