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산 작가의 사진여행 [1]
이강산 작가의 사진여행 [1]
  • 이경
  • 승인 2020.05.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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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끝엔 언제나 선물이 있다.”
경남 하동 : 제3회휴먼다큐개인전『사람들의 안부를 묻는다』출품작
부산, 감천동 : 휴먼다큐흑백사진집『집-지상의 방 한 칸』수록 작품
안동, 풍산읍 : 휴먼다큐흑백사진집『집-지상의 방 한 칸』수록 작품

찾아갈 사람이 많아진다. 외로워지는가 보다.
먼 길이 가깝게 여겨진다. 독해지는 모양이다.

안동을 다녀왔다.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이 거기 산다. 안상학 시인. 교통사고로 다리 부상을 입은 지 두 달. 늦게서야 얼굴을 마주했다. 수술한 다리는 많이 좋아지는 중이라 했다. 천만다행이다. 야채 상찬을 준비하신 ‘누님의 밥’을 차마 다 삼키지 못했다.십여 년 전, 어린 아들 형제를 데리고 시인의 집에서 하룻밤 묵었다. 겨울이다.

시인은 3부자에게 안방을 내주고 한밤중에 연탄불을 붙인 뒤 자신은 냉방에서 밤새 기침을 했다.나는 뒤척이다 졸시 '연탄구멍을 맞춘다'를 써서 시집 『모항母港』 에 담았다.그새 아들 형제는 제대하고 복학했다. 따로 고마운 안부를 전하지 못했는데, 하필 다리 아플 때 시인을 찾았다.

그 겨울, 안동 집을 나설 때, 시인은 내게 통나무 바둑판을 안겨주었다. 지금도 지니고 있다. 오늘 나는 그날보다 더 묵직한 선물을 받았다.시인이 안내한 안동의 전통 여인숙을 필름에 담고 온 것. 흑백필름을 갈아 끼우고 셔터를 누르며 강렬한 손맛을 보았다. 「여인숙」 휴먼다큐의 중요 작품이 될 게 분명하다. 살다 보니 묘한 일이 반복된다. 역마를 즐기는 내 기행 중에 마치 어떤 패턴처럼 반복되는 일.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보고 싶은 사람, 꼭 봐야 할 사람을 만나러 먼길을 다녀올 때마다 뜻밖의 선물을 받곤 하는 것. 선물 몇 개를 꺼내 본다. 20여 년 휴먼 다큐 인물 사진 작업 중, 도저히 집에 걸어둘 수 없는 철거민과 어머니들과 노동자 사진 중, 최초로 판매가 된 하동 섬진강 어린이 사진. 그것은 2012년 겨울, 버스를 갈아타고 친구의 모친상을 다녀가던 날, 고인께서 주신 영생의 선물이다.

그 뒤부터 새새틈틈 선물을 받는다. 밀양의 시인은 ‘만어사’를, 부산의 시인은 ‘감천동’을, 서산의 시인은 ‘육필 문인의 초상’을, 제주의 시인은 ‘애월중학교 벚꽃비’를, 전남 무안의 시인은 ‘느티나무’를, 그리고 십여 년 전, ‘안동 소주’의 시인은 철거 파노라마 사진을 내 품에 안겼다. 일산과 사북, 소청도와 가거도에서도 엇비슷한 선물이 이어졌다.

선물들은 하나같이 내 글과 사진의 뿌리이자 척추가 되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늘 먼 길의 ‘사람’을 찾아 나설 때마다 설렌다. 그러나 돌아보면 내가 품고 온 모든 선물 가운데 ‘사람’ 만한 선물은 없었다. 사람이야말로 크고 깊은 선물이다. 그 선물을 받아 들고서야 비로소 내가 누군가 보인다.

어제와 다른, 내일도 달라질 내가 보인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나와 나, ‘차이’가 보인다.

먼 길, 막다른 골목 끝엔 언제나 선물이 있다.
내가 있다.

이강산(시인·소설가·사진가)

이강산(시인·소설가·사진가)

「휴먼 다큐」 아날로그 흑백사진개인전 5회 개최
휴먼 다큐 흑백사진집 『집-지상의 방 한 칸』
장편소설 『나비의 방』 외.
시집 모항 외.
흑백명상사진시집 『섬, 육지의』 외
현재 중앙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순수사진전공) 재학.
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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