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대전 세우리병원장

정호 대전 세우리병원장

국내 질병코드를 기준으로 최근 2~3년간 입원환자가 가장 많은 질환은 장염이나 노년백내장, 폐렴 같은 질병이다. 그러나 2020년에 3월에 는, 신종코로나-19가 감염병으로서 약 40여일간 폐를 손상시키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여서 우리나라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상위 10대 가장 많은 질환 가운데 4개가 관절ㆍ뼈와 관련한 병(코드 M, 근골격 계통ㆍ결합조직의 질환)이다. 흔히 ‘허리디스크’로 부르는 기타 추간판 장애(질병코드 M51)로 입원한 이가 26만 여명으로 다섯 번째, 기타 척추병증(M48)이 일곱 번째로 입원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척추에 문제가 생겨 고생하는 이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척추는 표현 그대로 우리 몸의 중심으로 기둥역할을 하는데 갑작스러운 충격에 따라 손상을 입기도 하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통증이 지속되거나 형태가 바뀌기도 한다는 사실을 지난 칼럼에서 지속적으로 말씀드렸다.

출·퇴근길 짝다리는 척추에 부담이 된다.

대전이나 충청지역, 그밖에 지역의 직장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에 적지 않은 시간을 약 1시간 이상을 쓰는데,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불편한 자세로 오랜 시간 서있을 경우 허리나 무릎, 골반 등에 부담이 간다. 차를 기다리거나 서서 이동할 때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싣는 이른바 ‘짝다리 자세’를 취하기 쉽다.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면서 몸의 좌우 높낮이가 달라져 척추나 골반이 틀어질 수도 있다.

한쪽 발에만 치우쳐 체중을 실으면 근육 피로가 한 곳에만 집중돼 피로가 증가될 우려도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목이 뻐근해지는 일은 누구나 여러 번 겪어봤을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자세도 신경 쓰지 않으면 척추에 부담이 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출·퇴근 길에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귀, 어깨 중앙, 골반, 무릎 중간, 발목이 일직선이 된 자세는 상ㆍ하체의 근육이 적당히 긴장해서 균형을 이루게 된다. 서 있을 때 발뒤꿈치에 체중을 실은 채 턱은 안으로 당기고, 아랫배는 집어넣고, 엉덩이는 당겨 올리듯이 서 있는 것이 좋다. 양 발을 어깨 넓이만큼 벌려 체중을 반씩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몸이 편한 술자리 자세는 척추에 부담이 된다.

한편 최근의 신종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진행하고 있는 시기에 일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폭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경기가 최악이고, 국가적 위기이다’ 보니,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포장마차, 선술집에서 술자리를 갖다 보면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자칫 과음하기 쉬워진다. 술이 간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누구나 알려진 사실이지만, 술자리에서 흐트러진 자세를 장시간 취하게 되면 허리 건강에도 안 좋을 뿐 아니라 평소 질환이 있다면 통증도 심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술자리가 척추건강을 위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잘못된 자세 때문이다. 등받이 없는 의자, 좌식 식당에서 양반다리로 앉는 자세, 의자 끝에 걸터앉는 자세,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 등은 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처음에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더라도 술자리가 길어지면 자세가 흐트러지기 쉬운데, 한 쪽으로 기대거나 턱을 괴면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것도 모두 허리에 부담을 준다. 삐뚤어진 자세는 허리 근육과 인대에 부담을 줘 허리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척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바닥에 앉거나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서는 가급적 오래 앉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의자에 앉을 때는 다리를 꼬는 자세는 삼가고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허리를 펴고 앉도록 한다. 화장실을 갈 때나 틈이 날 때마다 일어나 가볍게 허리를 돌려주며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척추는 혈액을 통해 끊임없이 영양분을 공급 받는다. 그러나 체내에 알코올이 계속 축적되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이 생겨 혈액에 쌓이면서 디스크로 가는 혈액공급을 방해하여 허리 통증을 유발한다. 또한, 술을 많이 마시면 우리 몸은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더 많은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데, 이때 근육과 인대에 필요한 단백질이 알코올 분해를 위해 사용되면서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를 약하게 만든다.

따라서 적당히 음주를 즐기되 술을 마실 때는 계란이나 두부를 활용한 안주, 고기, 생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체지방 축적, 비만으로 이어져 척추에 부담을 가중시키므로 자주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단, 평소보다 허리통증이 심하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술을 줄이고, 피할 수 없는 모임이라면 물을 자주 마셔 알코올 분해를 돕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최근 캐나다 런던건강과학센터 ‘크리스 베일리 박사’는 ‘요추추간판탈출증’이른바 ‘허리디스크로 인한 만성좌골신경통’이 4개월간 지속한 환자 128명을 대상으로 수술요법과 비 수술 요법의 효과를 무작위로 비교한 결과 ‘수술요법이 비 수술 요법보다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수술하게 되면 무조건 허리가 망가진 다는 잘못된 편견으로 비수술적 방법만을 행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우선 이러한 질환이 발생되지 않도록 평상시 활동에서 ‘짝다리 등 잘못된 자세’, ‘무리한 음주시 나타나는 자세의 불안정’을 제거하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만약에 허리통증이 4개월 정도 지속되는 경우에 전문의와 상의를 통한 치료방법을 강구하길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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