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사회적 약자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누구보다 희망했다. 이전까지 의식하지 않았던 불공평한 사회문제에 눈뜬 건 큰딸 정윤이가 태어나고 아이가 세상에 발을 내디딜 때부터였다. 딸아이는 중증장애인이었다.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교육청을 찾는 그 순간부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불합리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벽에 부딪치는 느낌이었다. 당연시 여겨지던 것들이 장애아를 양육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섰을 때 길이 보이지 않았다. 길을 찾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아무리 두드려도 길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는 거리로 나서 거대한 편견과 싸워야 했다. 그렇게 세상에 길을 내기 위해 지금까지 뒤돌아보지 않은 삶이었다. 배영옥 상임이사는 “정윤이는 내 삶의 나침반이었다”고 말했다. 사회문제에 눈을 뜨게 했고 문제를 해결해 작은 소로를 내는데 앞장섰던 그녀를 친환경로컬푸드매장 품앗이마을(지족로 364번길-40)에서 만났다. 2018년 10월 이곳에 부임해 매장 총괄 운영관리와 1만5천여 명의 조합원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배영옥 상임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회구성원이 더불어 살아갈 방법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배 상임이사는 2017년에는 대전시성평등기획특별보좌관으로 대전시에서 최초로 전국 최초 ‘직장내 성희롱 실태 전수조사’를 펼쳐 인식개선을 위해 이바지했다. 2006년에서 2016년까지는 (재)아름다운가게 대전충청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녀는 “다 같이 살자, 나도 좀 살자”와 같은 처절한 외침이 줄어들기를 누구보다 바랐다. 제도와 인식의 문제가 있다면 개선되어 서로를 위하는 세상이 되기를 여전히 꿈꾸고 있었다. 그녀의 일과 가치관에 대한 소신 있는 발언을 전한다.

△ 품앗이소비자생활협동조합 상임이사

품앗이소비자생활협동조합(친환경로컬푸드 매장) 배영옥 상임이사는 “지역에서 로컬푸드를 고민하고 식량주권을 지켜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생활협동조합”으로 “우리 지역에서 나는 것 즉 소농들의 판로를 개척해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지역민들은 건강한 먹거리를 믿고 사먹을 수 있도록 하는 매장”이라고 ‘품앗이마을’을 소개했다. 많은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매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는 장으로 소통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곳. 이곳에서 매장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배 상임이사는 “딸기 판매 생산자 분이 오늘 새벽 3시에 딸기를 따고 포장해서 가지고 왔다”며 “그런 농부들의 삶이 존중받고 그들의 삶도 같이 윤택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생활이 보장되어야 책임감 있게 농사지을 수 있고 이러한 농사가 지어져야 우리 식량 주권이 지켜질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대전시성평등특별보좌관

대전시성평등특별보좌관으로 대전시에 성평등 관련 정책 자문 역할을 했다. 시민사회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수 있도록 대전시에 제안하는 소통의 가교역할을 한 셈. 2017년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기획한 ‘직장내 성희롱 실태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성평등 실현에 이바지했다. 이러한 경험으로 행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민·관의 장·단 점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 (재)아름다운가게 대전·충청 본부장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재)아름다운가게 대전·충청 본부장으로 일했다. 아름다운 가게는 재활용품 재판매를 통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로 이곳에서의 활동은 나눔과 기부의 문화운동 확산이었다. 대전충청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중리동, 탄방동, 지족동, 판암동과 청주, 천안에 매장을 확대해 나갔다. “버리면 쓰레기인데 재사용으로 상품에 생명을 불어넣고 이렇게 모아진 돈이 어려운 이웃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기부문화 운동의 확산이 가치 있었다”고 전했다.

△그녀가 전하는 말

“큰 아이(김정윤 25)가 중증지체장애아였다. 태어날 때부터 아팠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세상이 얼마나 불평등한지 몰랐다. 내 아이가 아프다 보니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공평하지 않은 것들이 생활 깊숙이 들어박혀 있음을 피부로 직면하게 되었다. 정윤이는 내 인생의 나침판이다. 딸이 아니었다면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 사는 세상을 몰랐을 것이다. 몸의 장애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불편함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사회를 위해 지금까지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유치원에 들어가는 길부터 막혔다. 국·공립유치원에 장애인반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고 접수 후에 면접을 보러 갔다. 휠체어를 탄다는 사실을 기재했음에도 접수장소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에 있었다. 남편과 휠체어를 들고 올라가야 했다. 이때부터 특수교사 배치 요구 등 장애인의 인권을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싸우고 나니 길이 생겼다. 길이 생기면 다른 장애아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남편(김성훈 한국철도시설공단, 55)과 ‘차별 없는 장애인 특수교육을 바라는 시민연대’에서 지금까지 함께 한목소리로 사회에 요구해 왔다. 부모가 없어도 시스템 안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단 하나의 소망 때문이었다.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받는 사회가 좀 더 살만한 사회가 될 것은 확실하다.” 배영옥 상임이사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누군가 흔들리지 않고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고 싶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비단 그녀만의 외침은 아니길 바란다./도복희기자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