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청주시장  한범덕

존경하는 청주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청주시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주에서 나고 자란 반칠환 시인의 시처럼,

저마다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여건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모두 각자의 보폭으로 기해년을 보내고

2020년 한날한시에

경자년 새해를 함께 맞았습니다.

항상 바라는 일이지만 올해는 특히,

시민 여러분 모두의 매일이

기적과 같기를 기대합니다.

‘함께 웃는 청주’를 만들겠다는

뜨거운 포부를 품고 임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반이 지났습니다.

날수로는 550일째,

달수로는 19개월째,

햇수로는 벌써 3년째가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550일을 거슬러 올라가

시정목표를 정하던 그때를 되돌아봅니다.

단순하고도 자명해 보이는 그 목표가

얼마나 이루기가 어려운 일인지

새삼 겁이 덜컥 났습니다.

‘함께’도 어렵고 ‘웃는’도 어렵지만,

‘함께 웃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그래서 저는 오늘 다시

청주시의 역할을 생각해봅니다.

누군가는 지금이

리더도, 현자도, 영웅도 없는

3무(無)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것이 특별한 개인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동의합니다.

하지만 저는 단호히,

이제 그 역할은

시민 모두의 몫이 되었다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능력껏 내딛는 모든 걸음이

우리 사회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거버넌스라는 협치기구를 통해

현명한 답변을 끌어내는

현자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조은누리양을 찾아 나서고

인천장발장을 도운

그 수많은 익명의 영웅들은 또 어떻습니까.

저는 시민 모두가

리더요, 현자요,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모든 순간에

반짝반짝 빛나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있다면

우리의 오늘과 내일은

또 기적이 될 것입니다.

저는 시민의 힘을 믿습니다.

저는 시민 모두의 삶이

안정되게 빛날 수 있도록

청주라는 집을 탄탄하게 지어보려고 합니다.

섬돌은 불리한 조건을 가진 분들을 위해

도약의 발판이 되어줄 것입니다.

기단과 주춧돌은

천년이 지나도 흔들림이 없도록

안전한 집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20년 뒤, 100년 뒤 미래를

멀리 보고 설계할 수 있도록

기둥과 들보도 튼튼하게 세우겠습니다.

예기치 못한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굳건히 막아낼 수 있도록

지붕을 받칠 서까래도 좋은 나무를 쓰겠습니다.

대청마루는 집 안팎의 사람들이

넉넉하게 모여 즐길 수 있도록

널찍하게 만들고

누마루는 좋은 경관을 품은

편안한 휴식처가 되게 하겠습니다.

섬돌과 주춧돌,

기둥과 들보와 서까래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안방과 건넌방,

대청마루와 누마루가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복지, 경제, 안전, 문화 등등

시정의 곳곳이

진짜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민의 힘과

청주시의 행정적 뒷받침이 함께 한다면

청주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가능성의 도시로 거듭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라는 목표와

같은 의미입니다.

우리는 청주가

우아한 품격을 갖춘

깨어있는 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민들의 걱정과 한숨

그리고 요구를 잘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 걱정들이

서로 상반된 정책을 필요로 하곤 합니다.

내 집 가진 사람의 집 값 하락 걱정과

집 한 채 마련이 목표인 사람의 집 값 상승 걱정,

지역경제에 기여하기 위한

안정적인 경영환경 마련이라는 목표와

아이들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가질 권리,

땅의 값어치를 올리는 일과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사는 것,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나누어 가지는 것과

공평한 출발선을 만들기 위해

부족함을 채워 주는 것,

출퇴근길 교통체증 걱정과

걷기 좋은 안전한 환경에 대한 요구

각자가 처한 환경과 삶의 조건에 따라

상반되는 고민이 대립하는 때,

그때부터 청주시의 고민은 시작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보다 나은 정책적 대안을 찾아야 하며,

옳은 방향을 찾기 위해

대화하고 논쟁해야 합니다.

값어치를 생각하기에 앞서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좋은 것을 좇기보다는

옳은 것을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올해에도

과정에 투자하는 시간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다시,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라는

청주의 근원적 고민에 대한 답으로

다음의 3가지 원칙을

다시 세우겠다는 각오를 들려드립니다.

3무(無), 불안과 불편, 불쾌함이 없는

도시가 되게 하겠습니다.

민선7기 출범부터

계속 강조해 오는 대로

시정의 첫 번째 목표는 안전한 도시입니다.

재난안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지하안전 체계 확립,

사람중심의 도로환경 개선,

범죄예방 환경설계 등을 통해

자연재해와 사회재난,

범죄로 인한 불안이 없게 하겠습니다.

노동현장의 안전문제도 지켜만 볼 수 없습니다.

2018년 12월,

홀로 석탄운반용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벨트에 끼어 사망한

24살 청년 김용균씨의 사망 이후에야

우리는 매일 3명의 김용균이

산업재해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역할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산업재해 문제와 관련해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환경현안은 불편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미세먼지는 심각한 안전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교통은 불편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분야입니다.

대중교통 활성화협의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바와 같이

준공영제, 시내버스 노선개편도

원만히 시행되도록 하겠습니다.

대중교통 체계의 완비와 더불어 청주는

걸으며 즐기는 도시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도심 내에서는

차를 가지고 이동하는 것보다

대중교통과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편해지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트램의 도입도 서둘러 검토하겠습니다.

움직임이 편치 않은

어르신 등 이동약자의 불편을 없애도록

모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불쾌함은 자원의 순환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자원선순환의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쓸 만큼만 깨끗하게 사용하고

다시 쓸 것과 버릴 것을 제대로 분류하는 일은

시민 여러분께서 같이 해주셔야 합니다.

나머지 고민은 청주시가 하겠습니다.

분류체계를 제대로 만들어

시민 여러분께 정확히 알리는 일,

다시 쓸 것을 잘 수집하고

올바르게 순환시키는 일,

지구의 정화능력에 맞추어

묻을 것과 태울 것을 구분하여 처리하는 일은

시간이 들더라도

꼼꼼히 고민하고 완벽하게 처리하겠습니다.

3생(生), 지역경제와 원도심, 전통의 가치가

살아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

일 할 맛이 나게 하겠습니다.

땀 흘려 모은 가계소득은

청주페이를 통해

지역 내에서 소비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리하여 노동자,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비롯한 지역의 모든 경제주체가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살 맛 나는 지역경제를 일구겠습니다.

재생의 원칙은 언제나 사람중심입니다.

쭉 뻗은 도로보다

구불구불 마을길이 돋보이도록,

도시공간에 사람의 숨결을 더하겠습니다.

역사와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재생의 원칙하에

우암동, 내덕동, 운천·신봉동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1,500년 고도의 정체성이

청주의 문화에 고스란히 스며들 수 있도록

역사자원을 가치 있게 쓰겠습니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

직지코리아 페스티벌, 문화재 야행 등

문화자원을 활용한 행사는

지역상권의 활성화와 연계해

그 가치를 더하도록 하겠습니다.

3편(便), 육아와 여가활동, 창업이

어느 도시보다도 편하게 하겠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즐거운 노래로 가득 찬 것은,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기쁨이고, 해이고, 노래라는 사실을

아이를 키워본 부모님들이라면

다들 아시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낳는 두려움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도록,

그것이 얼마나 감동적인 축복인지

알 수 있도록 청주가 함께 돌보겠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물론

공동육아나눔터와 다함께 돌봄센터를

곳곳에 설치하여

그렇게 정말 노랫말처럼,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준공한 금빛도서관에 이어

올해는 가로수도서관을

복합커뮤니티 공간으로 제대로 지어보겠습니다.

아울러, 영운동에 들어설 생활문화센터와

국민체육센터, 내수생활체육공원,

청주 실내빙상장 등

청주 구석구석에서

문화와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도록

생활SOC 인프라를 확대하겠습니다.

창업은 청주의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입니다.

오창과 테크노폴리스의 IT,

오송의 BT 산업이 나날이 성장하여

국가경제의 중추가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이런 좋은 여건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미래를 위한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규제와 걸림돌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청년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무궁한 가능성을 지닌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3가지의 기본 원칙과 더불어

청주시는 시민과 함께 한다는

대원칙을 다시 밝힙니다.

갈등현안을 대화로 풀어갈 때마다

마음 한 편에는 끝내 풀지 못한

갈증이 항상 있었습니다.

85만 청주시민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 분 한 분 만나 뵙고

의견을 듣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올해 청주시는

‘청주시선’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 여러분의 의견을 정확히 듣고자 합니다.

청주에 사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구성원을 대표할 만한

1만 명의 패널을 모셔서

상시적 의견접수 창구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많이 듣고, 많이 대화하고

많이 고민하기 위해 마련한 소통창구니만큼

시민 여러분께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고견을 나눠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시민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간혁신의 실험도 계속합니다.

시청 본관 3층의

비채나움으로부터 시작된 공간혁신은

올해 완공될 흥덕구청사로,

국제설계 공모가 진행될

청주시청사로 이어집니다.

공간의 변화는

새로운 행정 모델을 제시할 것입니다.

외부는 높은 문턱이,

내부는 칸막이가 단절시켰던

폐쇄적인 환경으로부터,

시민들 누구나 함께 어울려 즐기고

직원 모두가 함께 정책을 만들어내는

열린 청사로 변화할 것입니다.

독선과 권위적 행정의 시대에서

상생과 협치 행정의 시대로의 변화를 통해

시민중심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청주시민 여러분,

저는 새삼스럽지만

오늘 다시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훗날 청주를 아는 모두가

돌이켜 2020년을 기억할 때

그 시절을 ‘함께 즐거웠던 때’라고

말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청주는 85만 명의 도시가 아닙니다.

청주에 있는 대학에 유학을 보낸

타 지역 학부모님들,

청주에서 나고 자라

다른 지역에 기반을 잡은 동향인들,

저마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던 때

청주에 머물렀던 사람들 모두가 청주사람입니다.

그 모든 청주사람이

가까운 미래의 청주를 볼 때

가슴 한 쪽에서 뿌듯함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시민 여러분의 힘과 청주시의 노력이

함께한다면

청주의 내일은 더 나아질 것입니다.

도시는 더 안전해질 것이고,

환경은 더 쾌적해질 것이며,

관계는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

올해도 물론 대단하고 거창한

성과를 바라고 뛰지 않겠습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수식되는 도시는

원하지 않습니다.

아이와 부모, 노동자와 기업인과 소상공인,

선생님과 학생, 청년과 어르신,

도시와 농촌 사람

그 모든 청주의 구성원들의 삶터가

우아한 품격을 갖추기를 꿈꾸겠습니다.

저는 언제나 청주시민 편에 서겠습니다.

경자년 새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의미 그대로

시민 모두가 진정으로

‘더불어 함께 웃는’ 기적이 일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안녕하시기를 바라봅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0년 첫 날

청 주 시 장 한 범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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