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 찍힌 발자국은 삶의 기록이다’라는 김동준 시인의 생각이 요즘처럼 귀에 쏙 들어찬다. 가을이 끝자락 그 깊이가 묻어나는 작가들의 예술의 혼! 가슴속으로 저며 드는 11월이다. 이런 날, 이런 계절에 한번쯤 시인들의 시를 두 눈 가득 담아 가슴에서 오래도록 품고 싶어진다.

그런 시인과 아동문학가와 소설가들이 모여 1년 동안 창작을 혼을 쏟아 부은 작품을 엄선하여 ‘해밀 시화전’을 대전 계룡문고 전시실에서 2019년 11월 8일(금) ~ 14일(목)까지 열고 있다.

‘해밀 시화전’은 김동준 시인, 김종윤 시인, 손혁건 시인, 오영란 시인, 옥빈 시인, 이영주 시인, 학명란 시인, 이봉직 아동문학가, 안일상 소설가가 참여했다.

시화 초대 화가로는 혜강 김해선 화가, 백혜옥 화가. 시인, 장한숙 캘리그라피 작가가 참여했다.

해밀 동인회는 2014년에 결성된 이후, 정기적인 모임과 작품 품평회를 갖고 있으며, 대전문화 발전에 남다른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해밀 시화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작품발표회의 소회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작가의 말

발길 풀어 새길 닦으며 굳은살 박인 뒤꿈치가 끌고 가는 낯선 길에 찍힌 발자국은 삶의 기록이다. 김동준 시인

한 끼 식사를 위해 새벽안개 속에 오른발을 내밀고 허방에 손을 밀어 넣는다. 사실, 사는 일이 다 그렇다. 김종윤 시인

창가로 쏟아지는 햇살 한 가득 모아 차 한 잔 책 한 권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앞에 흩뿌리다 그렇게 햇살로 익어가는 가을, 詩 피우다. 손혁건 시인

그것은 오랜 기다림이었으나 허공에 한 줄 길을 그리는 것과 같다. 바람의 입김에 중심이 휘어지고 하늘 맑은 날에도 보이지 않아 눈으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길, 세상 길치인 내가 이정표 없는 길 위에서 너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다. 사랑이다. 오영란 시인

정치적으로 트집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한해다. 트집은 일하기 싫어하는 놈들이 부리는 앙탈이다. 트집을 생각하다 앙탈, 고집, 떼, 투정, 심통, 응석, 어리광 같은 대체어가 생각나는 가을이다. 나는 시적 여유가 없었으나 시적으로 흘러왔다. 옥빈 시인

숫자의 나이는 먹되 사고와 의식의 나이는 멈추기를 바라면서. 이영주 시인

단맛이 빠진 복숭아로 조림을 만들었다. 아플 때나 겨우 얻어먹던 복숭아통조림 맛이 다. 마당에 풀 뽑고, 산책하면서 가끔 아니, 자주 어릴 적 나를 만난다. 돌아갈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과를 모르는 기다림도 아름답지 않은가. 학명란 시인

2019년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의 해입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이봉직 아동문학가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막상 쓰고 보니 괴물을 만들어낸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실험이라는 핑계가 있어 다행스럽기도 하다.
안일상 소설가

 

* ‘해밀’ 시화전시회 안내

*일시 : 2019년 11월 8일(금) ~ 14일(목)

*장소 : 대전계룡문고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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