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례 시인은 10월 26일, 오후 1시 마포중앙도서관 6층 마중홀에서 아름다운작가상을 수상했다.

18회째를 맞는 ‘아름다운 작가상’은 한국작가회의 젊은작가포럼(위원장 최지인 시인)이 주관하는 상으로 젊은 작가들이 선배들에게 마음으로 헌정하는 상이다.

한국작가회의 젊은작가포럼이 주관해온 아름다운 작가 콘서트를 올해에는 마포중앙도서관에서 ‘땀을 흘릴 때 누군가 밥을 주었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행사의 순서로는 아름다운작가상, 내일의 한국작가상, 내일을여는작가 신인상 수상식과 낭독공연, 그리고 시민 참여형 순으로 진행되었다.

함순례 시인은 1993년 '시와 사회'로 등단, 시집 『뜨거운 발』, 『혹시나』,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울컥』을 출간했다. 한남문인상을 수상, `작은詩앗 채송화' 동인으로 활동하고 했으며, 대전작가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작가마당》 편집위원, '애지시선' 기획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함순례 시인은 “개인의 수상이란 것을 넘어서 우리 대전작가회의 전체가 받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이 기쁘고 영광스런 일이다.”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 앞서 오후 1시부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내 멋대로 만드는 시집’, ‘신영복서체 캘리그래피로 쓰는 시’를 시인 배수연, 시인 김성장의 진행으로 흥미롭게 펼쳐졌다.

내일의 한국작가상에는 이병국 시인이 수상했으며, 내일을여는작가 신인상에는 문경수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소설 부문과 평론 부분에서는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함순례 시인의 시詩 감상]

일곱 살 우주

바람이 들썩이는 호숫가

비닐돗자리 손에 든 아이가

풀밭으로 걸어간다

신발 벗어 한 귀퉁이 두 귀퉁이

메고 온 가방 벗어 세 귀퉁이

마지막 귀퉁이에 제 몸 내려놓는다

​삼라만상을

돗자리에 전부 모셨다

뜨거운 발

어스름 할머니민박 외진 방에 든다
방파제에서 그물 깁던 오십줄의 사내
지금쯤 어느 속정 깊은 여인네와
바짓가랑이 갯내 털어내고 있을까
저마다 제 등껍질 챙겨가고 난 뒤
어항의 물비늘만 혼자 반짝인다
이곳까지 따라붙은
그리움의 물살들
밤새 창턱에 매달려 아우성친다
사랑이 저런 것일까 벼랑 차고 바윗살 핥아
제 살 불려가는 시린 슬픔일까
몸이 자랄 때마다
맨발로 차가운 바다를 헤매야 하는 소라게야
울지 말아라 쓸쓸해하지 말아라
게잠으로 누워 옆걸음 치며 돌아가야 할
누더기 등껍질 촘촘 기워간다
물 밀려간 자리 흰 거품 걷어내며
기어 나오는,
소라게의 발이 뜨겁다

울컥

강물이 흐느끼는 소리
파란만장하게 스며드는
신성리 갈대밭
노랑어리연, 나비처럼 날고 있다
그 꽃 하도 이뻐
그 물웅덩이 하도 가벼워
세찬 바람도
잠시 숨 고르는 사이
그 사이

꼴림에 대하여

개구리 울음소리 와글와글 여름밤을 끌고 간다

한 번 하고 싶어 저리 야단들인데

푸른 기운 쌓이는 들녘에 점점 붉은 등불 켜진다

내가 꼴린다는 말 할 때마다

사내들은 가시내가 참, 혀를 찬다

꼴림은 떨림이고 싹이 튼다는 것

무언가 하고 싶어진다는 것

빈 하늘에 기러기를 날려보내는 일

마음속 냉기 당당하게 풀면서

한 발 내딛는 것

개구리 울음소리 저릿저릿 메마른 마음 훑고 간다

물오른 아카시아 꽃잎들

붉은 달빛 안으로 가득 들어앉는다

꼴린다, 화르르 풍요로워지는 초여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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