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슬이 맺는다는 한로(寒露)를 지나고 며칠 후, 『흩어진 생각들』 산문집(이든북 출판사)을 출간한 최성배 소설가와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최성배 소설가는 자유의 몸, 공직에서 퇴직하면서부터 매년 한 권씩의 작품집 출간을 할 만큼 문학에 열정을 쏟고 있다.

최성배 소설가의 고향은 땅 끝 마을 해남이다. 1952년 해남 월송리 출생하여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보냈다. 그리고 1986년 소설 계간지『동촌문학』에 「도시의 불빛」을 발표하고 문단에 나왔다. 그는 소외된 인간 중심의 초기 작품 경향에서 부조리와 사회적 문제로 범위를 넓혔다. 소설은 물론 시·산문까지 장르를 아우르며 집필을 하고 있다.

현재 대전에 창작실을 갖고 활동 중이며 제3회 '문학저널' 창작문학상 수상,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에서는 이사직을 맡고 있다.

“한로가 오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럼에도 그가 서울과 해남의 중간지점인 대전에, 남동생이 살고 있어 집필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최성배 소설가는 수구지심(首丘之心)의 마음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해남의 산천을 소설 곳곳에 그려놓고 날마다 해남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해남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우록 김봉호 선생을 만나 해남신문에 첫 소설 ‘움직이는 박제’를 기고한 것이 인연이 되어 소설과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삼십대 중반쯤 되었을 무렵, 고인이 된 이호철 소설가와의 두 번째 큰 인연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소설이란 집을 짓기에 열중했다. 수십 년 동안 소설이란 궤도 안에서 활자와 전쟁을 치르는 동안, 그 또한 수도자의 수행과정이었음을 깨달고 면벽수행(面壁修行)의 일환으로 원고지를 마주했던 것이다. 그렇게 면벽수행의 결과로 최성배 소설가의 문단경력은 빈칸을 빼꼭하게 채워갔다.

장편소설 『침묵의 노래』(2004), 『바다 건너서』(2010), 『내가 너다』(2012),

『별보다 무거운 바람』(2014), 『그 이웃들』(2018)

소설집 『물살』(2000), 『발기에 관한 마지막 질문』(2001),

『무인시대에 생긴 일』(2003), 『개밥』(2005), 『은밀한 대화』(2007),

『흔들리는 불빛들』(2011), 『나비의 뼈』(2016), 『찢어진 밤』(2017)
 

산문집 『그 시간을 묻는 말』(2008), 『흩어진 생각들』(2019)

시집 『내 마음의 거처』(1998),

『파란가을하늘아래서는 그리움도 꿈이다』(2002),

『뜨거운 바다』(2006)
 

수상 시집『뜨거운 바다』 2006년 우수도서

중편「바람 지나간 자리」 2008년 창작문학상

장편『바다 건너서』 2010년 한국문학백년상

장편『별보다 무거운 바람』 2014년 청소년교양도서

단편「잠실」 2015년 한국소설문학상

소설집『나비의 뼈』 2017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최성배 소설가가 면벽수행의 결과로 빚어낸 창작물들이다. 연대기별로 서열을 배열 해보면 매년 한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과연 최성배 소설가의 문학적 원천적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최성배 소설가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종교와 같은 큰 존재였다.

최성배 소설가는 선친의 나이 환갑에 얻은 첫 아들이었다. 딸 하나를 얻고 상처를 한 아버지가 재혼 후, 어린 아내에게서 얻은 귀한 아들이었기에 기대와 염려가 컸다. 하지만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열세 살이란 나이가 되었을 때 애석하게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의 기도 소리는 더욱 간절해졌다. 천수천안관세음보살(千手千眼觀世音菩薩) 원력을 빌어 환갑에 얻은 귀한 아들의 입성을 위한 기도는 애간장이 끊어지도록 깊고 컸다. 어머니의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으로 지켜준 덕분에 굽이굽이 인생의 고비를 잘도 넘겼다.

최성배 소설가가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1980년 5.18광주와의 만남이었다. 그는 당시 보안사령부에서 근무했다. 보안사령부는 신군부의 핵심에 있었고 정국 주도의 결정적 권력을 갖고 있었다.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느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만 20년을 근무를 정점으로 자유의 몸이 된 이후, 소설가로써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다 쏟아내지 못한 숙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부채를 짊어지고 살아온 그동안의 세월에 짓눌려 오다가 이제야 서서히 가벼워지고 있다는 최성배의 소설가, 앞으로 만나게 될 작품이 자못 기대가 된다. 작가만이 겪었던 그 아픔이 언젠가는 우담바라를 피울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반달 빛이 하얗다. 만삭의 달은 배가 고팠나. 차디찬 반쪽이언만 밝음은 어둠을 어루만지며 표표히 자태를 드러냈다. 밝음과 어둠이 자못 교차하는 와중에 내 심장이 가볍게 뛰었다.

유년의 기억들이, 좌변기를 틀어 한꺼번에 쏟아지는 물살처럼 튀어나왔다. 달빛은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추억의 편린들을 불러냈던 것이다. 별들이 우박처럼 쏟아질 것 같았던 밤. 칼처럼 휘어져서 베일 듯이 다가온 그믐달. 아련한 기억들이 어둠으로 사라져버린 꿈.

-『흩어진 생각들』 산문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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