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옥빈’ 시인 세 번째 시집 『업무일지』 실천문학사 출간
[인터뷰] ‘옥빈’ 시인 세 번째 시집 『업무일지』 실천문학사 출간
  • 이경
  • 승인 2019.08.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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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빈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업무일지』 (실천문학사)를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옥빈 시인을 만난 것은 광복 74주년을 막 보내고 난 그 다음 날이었다. 칠십 사년 전, 하얀 망초 꽃이 피어있는 언덕을 넘어 개울을 건너 태극기를 든 민초들의 함성이 전국을 훑고 지나갔다. 그 찌는 듯한 여름날의 함성이 옥빈 시인의 시집 『업무일지』에도 녹아있다. 시인이 직접 경험한 노동 현장의 애환과 노동의 가치와 의미 그리고 공구와 기계와의 애착을 시집에 풀어놓았다. 바로 땀 흘려 일하는 민초들의 노동 현장인 셈이다.

평생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해온 옥빈 시인은 시(詩)라는 장르 안에서 수많은 공구와 기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옥빈 시인은 문단 활동

옥빈 시인은 충남 계룡시에서 태어나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거제도의 대우조선에 입사하여 7년간 근무했다. 현재 대전에서 기계장비를 판매, 설치하는 ‘한국기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시인은 1993년 계간 《문학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 가슴까지 붉게 물들이겠어요』, 『흔들렸던 추억은 아름답다』가 있다. 대전광역시장문학부문공로상, 정훈문학작품상, 한국생활문학작품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옥빈 시인은 늘 초심의 마음으로 시 창작에 열중하고 있는데, 뜻을 함께한 십여 명의 문학인들이 『해밀』이라는 동인지를 발간해 철을 자르고 용접을 하듯 치열한 문학토론을 벌이고 있다.

옥빈시인이 문단활동의 초석

옥빈시인이 문단활동의 초석은 청년기에 대우조선소에서 배 엔진 도면을 그리고 기계설계를 함께 하던 동료들의 땀방울을 잊지 않았던 덕분이다. 옥빈 시인에게 이십대의 시간은 대격변의 시기였다. 거제도에서 조선소에 다닐 때‘섬동인 발간’을 하였으며, 잠시 용인에서 기계설비 회사에 다닐 때 ‘서정 3세대’ 시동인을 창단하였고, 다시 거제도로 귀환, 그러다 대전으로 또다시 귀환했다. 그의 이십대는 이 처럼 삶이 거미줄처럼 엉겨 붙어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 거미줄은 결코 엉겨 붙어 있지 않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인연들과 촘촘한 관계를 유지하며 문학이란 장르 안에 또 다시 하나가 되어 큰 우주처럼 뭉쳐있다.

그리고 현재 콤퓨레사 전문화사인 ‘한국기계’를 설립해 이십여 년 동안 경영하기까지 시인은 공사현장 노동자들의 일상을 출근과 점심 그리고 출장, 퇴근으로 나누어 시(詩)안에 풀어놓았다.

옥빈시인의 세 번째 시집 『업무일지』 는 6월 실천문학사에서 펴냈다.

1부 「출근」, 2부 「점심시간」, 3부 「출장」, 4부 「퇴근」으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업무현장에서 함께 한 공구와 기계들과의 시간을 표현한 60편의 시를 담고 있다.

『업무일지』 는 삶의 현장에서 체험하고 보아왔던 것들을 업무일지 형식으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참신한 소재의 시집이라는 독자의 평을 듣고 있다. 이 시집은 점점 사라져가는 노동현장의 모습을 참여시 형식으로, 시인은 공구와 기계장비와 기계 부품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인은 ‘지금처럼 문학 활동을 계속해가면서 기계를 만지는 엔지니어로써의 삶 또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자연과 환경을 테마로 하는 또 다른 시집을 구상 중에 있으며, 볼트와 너트를 조이고 모터에 베어링을 교환하는 일상을 업무일지에 소상히 기록하는 일 또한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면장갑

한나절이나 하루를 쓰고 무심코 버려질 때마다 나는 무사한 날들을 꿈꾸었다

내가 잡았던 연장이나 자재들이 쉼 없이 일하는 동안 기름때에 얼룩진 저녁이 오면 검은 노을이 진다

무엇이 나를 사지로 내몰아대는가 닳고 헤어져서가 아니다 스멀스멀 내 안쪽까지 파고들어 위협하는 분진이나 기름때에 방어선을 넘겨주었을 뿐이다

오른쪽과 왼쪽이 없다 정해진 것은 과거이고, 정해지지 않은 것은 미래다 날품 같은 사랑이 전부다 -면장갑 전문-

사무실 어항에는

사무실 어항에는 고객관리 잘하는 금붕어 둘이 근무하고 있는데, 먹이를 벌겠다는 생산부 직원과 사장은 출장이 잦다

먹이를 일급으로 받는 금붕어의 담당업무는 손님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일로 나름대로는 부지런하다 그래서인지 보너스도 자주 받는다

최근 사장은 사무실 근무여건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라로 휴게실을 만든 뒤 바닥에 흰 자갈을 깔고 야자수를 심었다 청정한 공기를 위해 순환펌프도 설치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난방시설도 할 참이다

금붕어 둘이 입사한 후부터 사장은 직원이 늘어났다며 오종종 바쁘다. -사무실 어항에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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