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는 15일 오전 10시 시청 대강당에서 광복회원과 주요 기관․단체장, 시민 등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행사를 가졌다.

 이날 경축행사는 윤석경 광복회대전지부장의 기념사와 허태정 대전시장의 유공자 표창과 경축사, 한빛사랑예술원의 기념공연, 광복절 노래제창과 만세삼창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임시정부수립과 3.1운동 100주년의 해를 맞아 독립투사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이루어낸 광복의 의미와 발자취를 조명하기 위해 우리지역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선생’의 항일운동을 주제로 한 ‘위대한 단재 신채호! 역사가 미래다’ 뮤지컬 기념공연이 펼쳐졌다.

 경축행사에서는 이번에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고)이고명 여사의 자녀인 도상원 씨가 건국포장을 전수 받았으며, 광복회 대전광역시지부 정환목, 이배금, 안덕영 씨가 나라사랑운동 유공시민으로 선정돼 대전시장 표창을 수상했다.

 한편, 이날 경축행사 후에는 광복회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충원 참배와 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 헌화, 그리고 오찬 간담회가 이어졌다.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빈 여러분,

오늘은 빼앗겼던 나라와 자유를 다시 찾아온 지 74주년이 되는 아주 뜻깊은 날입니다.

암흑기에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우리가 오늘 이렇게 한 자리에서 광복을 경축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그 분들의 고귀한 희생 덕분입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광복회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경술년 1910년 8월 29일. 일본이 통치권을 강탈해간 날입니다. 유사 이래 많은 외침을 받아왔지만, 우리 민족이 국권을 상실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날을 국치일이라 부릅니다.

나라를 되찾기까지 우리는 36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자랑스러운 그날의 광복은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선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힘을 모아 싸운 정의로운 결과였습니다.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대전 중구 어남동에서 태어나신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독립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거다.” 저항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의병은 항일역사 그 자체입니다. 대한제국 때는 을미·을사·정미의병으로, 일제강점기에는 독립군과 광복군으로 이어졌습니다. 홍범도, 김상한, 신돌석 의병장, 그리고 안중근 의사도 의병이셨습니다. 평민 의병장, 양반 의병. 나라를 구하는 데는 그 어떤 구분도 없었습니다.

3.1만세운동과 임시정부수립도 모두 그러한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역사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독립을 향한 가슴 설레는 출발점이었습니다. 독립은 그렇게 우리 스스로가 하나 돼 싸워 얻어낸 값진 결과물이었습니다. 대대손손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소중한 역사입니다.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며칠 전 시청 옆 보라매공원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세워졌습니다.

일본은 패망하기까지 36년 동안 한반도를 수탈해갔습니다.

그 중 위안부와 근로정신대, 강제징용은 사람을 수탈한 반인륜적 범죄입니다. 강제징용으로 끌려가셨던 피해자 할아버지 네 분이 오랜 법정싸움 끝에 지난해 말 결국 배상판결을 받아내셨습니다. 안타깝게도 함께 소송을 해 오시던 네 분 중 세 분은 판결문을 못 보고 눈을 감으셨습니다.

대한민국 대법원이 확정 판결한 대로 일본 전범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마땅히 배상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화해와 용서, 치유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한일 양국은 과거사 정리를 위해 서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믿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일본의 무역조치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사 부정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고립을 자처할 뿐입니다. 동북아발전, 세계평화에 큰 위협이 될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일본은 정정당당하게 호혜평등의 틀 속에서 새로운 자세로 나서길 바랍니다. 불합리한 통상행위 중단을 촉구합니다. 두 나라 국민들 모두 밝은 미래를 원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지금 한일경제대치 속에서 대한민국이 공멸해서는 안 됩니다.

2차 대전 뒤 6.25전쟁으로 남과 북은 초토화됐지만, 패망국이자 전범국인 일본은 전쟁특수를 누렸습니다. 이는 경제종속의 단초가 됐던 한일청구권협정을 낳았습니다. 민족끼리 힘을 합쳐야 합니다.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안으로부터의 협력이 중요합니다.일본은 지금 사태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하고 있습니다. 일부지만 우리 안에서도 이에 동조하고 있습니다.남남갈등은 자멸을 자초할 뿐입니다. 지금은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나라를 잃었을 때 우리에게는 단재 신채호 선생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싸웠던 자랑스러운 기억이 있습니다. 독재와 부정부패, 인권유린에 맞서 학생들이 일어섰던 3.8민주의거라는 역사를 간직한 도시가 바로 이곳 대전입니다.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은 결을 같이 합니다. 우리 모두의 역사이자 이어나가야 할 소중한 마음의 자산입니다. 발굴하고 계승하는데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시민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빈 여러분,

이제는 항일, 반일을 넘어 극일, 극복의 역사를 써야할 때입니다. 새로운 기술독립, 기술광복, 경제독립, 경제광복을 일궈야 합니다.

그 시작은 과학기술 중심도시, 4차산업혁명특별시 대전에서 가능할 것입니다.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소재와 부품·장비사업 경쟁력을 키워가야 합니다. 기술독립만세운동은 대전에서 충청으로,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갈 것입니다.

다소 더디고 고통이 따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427년 전 임진왜란 때 우리민족은 평민에서 양반까지 단결해 왜군을 물리쳤습니다.

100년 전 3.1운동 때도 모두가 거리로 나와 한마음임을 확인했고, 그해 임시정부를 수립해 본격적인 독립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독립을, 광복을 이뤄냈습니다.

한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면서 응원하면 그 길은 결코 외롭지도 길지도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광복은 자랑스럽게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 함께 그날을 차근차근 준비해나갑시다.

다시 한 번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신 독립유공자와 순국선열들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요. 감사합니다.

2019. 8.15

대전광역시장 허 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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