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영빈·최낙삼, 출판사 : 새빛

“실패하지 않는 농식품 상품기획 9가지 방법”이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우리 농촌이 보다 잘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농식품 분야에서 9가지 상품기획의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농부들에게 ‘6차 산업 시대의 농사는 이렇게 해야 되는 것이다’라는 매뉴얼을 제대로 알려주고 구체적인 실천방법까지도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책이 이론만 나열했다면 조금은 지루하고 농사꾼들로부터 외면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알기 쉬운 아주 적절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와 효과를 높이고 있다. 청년농부, 소녀농부가 태어나는 시대가 되었다. 고구마, 감자에 독특한 브랜드가 붙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에 우리나라 농촌이 잘 살 수 있도록 농부들에게 ‘돈 좀 만지게 하는 비법’을 전수해 주고 있다.

6차 산업이라는 말은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이를 언급한 사람은 동경대학교(東京大學校)의 농업경제학자인 이마무라 나라오미(今村奈良臣)교수로 초기 6차 산업을 ‘1차+2차+3차 산업의 덧셈’으로 정의하였다. 하지만 그는 곧 단순히 농축산물의 생산을 의미하는 1차 산업이나 초보적인 제조나 가공만으로 만족하는 2차 산업, 교감도 없고 감동도 없이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체험 프로그램을 나열하는 3차 산업을 줄 세우는 것은 진정한 6차 산업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따라 융합과 시너지(Synergy)를 통한 지역 활성화와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생성을 위해 6차 산업을 ‘1차×2차×3차 산업의 곱셈’으로 확장하였다.

두 가지 모두 결과의 숫자는‘6’이다. 하지만 ‘6’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의도는 전혀 다르다. 덧셈 차원에서 보는 6차 산업은 1차가 부족하거나 2차가 없어도 3차 산업만 있으면 ‘6’에서 ‘1’이나 ‘2’가 빠진 ‘4’나 ‘5’쯤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6차 산업은 1차와 2차, 3차 중 어느 것 하나라도 ‘0’이 되면 ‘전체가 ‘0’이 되기 때문에 6차 산업을 곱셈의 원리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파트는 “들어가는 글”로 ‘농촌융복합산업’이라는 6차 산업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두 번째 파트는 “상품기획의 정석”이라는 주제로 농식품 분야에서 9가지 상품기획의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강의할 때마다, 학생들이나 후배 MD들을 대할 때마다 ‘제일 나쁜 상품은 비싼 상품도 아니고 부피가 큰 상품도 아니다. 팔리지 않는 상품이다’라고 얘기하면서 팔릴 가능성이 높은 좋은 상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농가농촌이 잘되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과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한두 번의 훈수는 둘 수 있고 나온 결과를 가지고 원인을 평하기는 쉽다. 하지만 결과를 모아 그 다음을 예측하거나 예측된 결과를 당겨 원인에 적ㅇ요하게 함으로써 예정된 결과를 비껴나가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머리말> 중에서

6차 산업의 성공기준도 ‘매출증대나 방문객 증가’로 삼지 않았다고 했다. 그들은 6차 산업의 성공을 ‘판매자가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여 판매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유통업자의 판매 전략이나 가격 전술에 휘둘리지 않고 구매자의 눈치조차 볼 필요 없이 자신들의 땀 흘린 연구와 노력, 수고와 정성, 의도와 결과물을 정직하고 꾸준히 알리고 당당하게 그에 맞는 대가를 요구했을 때 소비자들이 이를 기꺼이 수용하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 ‘성공’이라고 했다. - <들어가는 글_일본에서 배운 6차 산업(농촌융복합산업)의 목표> 중에서

고객을 정하기 위해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은 시장을 분석하는 일이다. 시장을 분석하는 이유는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기회란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런칭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적절한 시기나 경우를 뜻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상품기획을 시작하게 하는 배경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취급할 수 있는 작목이 정해진 농업경영체들은 최근 신문 기사나 관련된 각종 통계자료들, 협회나 단체들이 발행하는 자료나 국내외 선진지 견학,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되는 자료들을 가지고 시장분석을 위한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 - <상품기획의 정석_고객이 누군인지를 명확히 해라> 중에서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함에 있어 기획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판매하고자 하는 유통채널의 시장조사를 통해 해당 상품과 동일하거나 또는 유사한 카테고리의 상품이 판매되는 시장가격을 충분히 인지한 후, 팔릴 수 있는 가격의 범위(유보가격과 최저수용가격 사이) 안에서 자신이 생산과 공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다. 진심은 그 범위 안에서 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100%만을 고집해서는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용물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콘셉트다. 2019년에는 콘셉팅(Concepting)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 <상품기획의 정석_100%에 빠지지 마라> 중에서

효능이나 약성을 강조한 홍보 전략은 단기적으로 생산자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봏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자에게 이익을 보장할 수 없다. 종편TV에서 시작했다가 홈쇼핑을 거쳐 안개처럼 사라진 수많은 작물들의 공통점은 늘 효능 효과를 강조하며 시작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정한 작물을 만병통치의 소재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무리한 일이다. 그렇게 팔던 시대는 지났다. - <상품기획의 정석_자신이 없으면 얹어가라> 중에서

기능적으로는 단순한 기능의 상품을 먼저 출시하는 것이 복잡한 기능의 상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더 낫다. 더 잘 만들려고 시간을 그는 것보다 단순하게라도 만들어서 먼저 출시하여 자릴 잡는 것이 낫다. 그리고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로부터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이 훨씬 좋다. 판매자는 대용량으로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마다 한 눈에 대고가 표시 나게 빠지면 좋겠지만 상품을 기획할 때는 대용량보다는 소용량을 먼저 만드는 것이 순서다. - <상품기획의 정석_확장에도 순서가 있다> 중에서

“6차 산업에 있어 중요한 점은 고객에게 ‘내가 팔고 싶은 가격에’ 상품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이 가지고 있는 지역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6차 산업 성공의 핵심 요소입니다. 지역을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지역 출신인 저도 지역에서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 <상품기획의 정석_큰 시장을 두려워하지 말라>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저성장시대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성장시대를 타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계에 비해 농촌은 상대적으로 뒤쳐 있다. 이제는 농촌도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역시 지금이 기회다. 6차 산업시대가 도래되었기 때문이다. 이 역시 덧셈의 6차 산업이 아닌 곱셈의 6차 산업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농사는 농부들만 짓고, 장사는 상인들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농부도 상인이 되어야 하는 시대로 변화되었다. 트랙터로 밭을 갈고,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따다가도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받고 배송까지 해야 하는 시대다. 땅에서만 바빴던 농부들이 이제는 땅 밖에서도 바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바쁘다고 다 소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바빠도 효율적으로 바빠야 하는 것이다.

그냥 농사만 잘 지으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열심히 농사를 지었는데 왜 다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시장을 몰랐고, 가격을 몰랐고 그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농사와 농업은 개념이 다르다. 농사는 조그만 밭에서 자기 먹을거리만 키워 먹는 것이다. 어디 내다 팔려고 땅을 일구지 않는다. 그러나 농업은 말 그대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다. 이 책에서 ‘6차 산업 시대의 농사는 이렇게 하는 구나’하는 매뉴얼을 제대로 전수해 주고 있다.

농사를 평생 업으로 알고 살아왔던 농부들에게 희망의 등대가 되어줄 수 있는 한 권의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잘 사는 농촌농가의 꿈이 영글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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