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하회마을, 봉정사, 한국국학진흥원

이른 아침부터 활기가 넘치는 농수산물도매시장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이은 앤드루 왕자의 방문으로 안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의 여왕이자 ‘영연방’의 수장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년에 두 차례 해외 방문에 나선다고 한다. 그중 한번은 영연방 국가 중 한 곳이니, 그 외의 국가는 1년에 단 한 곳만 방문하는 셈이다. 영국 왕실이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이러한 이유로 여왕의 해외 방문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1999년 여왕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그중에서도 안동을 찾았다. ‘가장 한국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다며, 안동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어머니의 뒤를 이어 다시 한번 안동을 찾은 앤드루 왕자. 그들이 다녀간 곳은 어떤 곳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한 폭의 동양화, 하회마을

하회마을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마을이다. 하회마을은 풍산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동성마을로 기와집과 초가가 오랜 역사 속에서도 잘 보존된 곳이다. 특히 낙동강이 마을을 휘돌아 가는 풍광과 이 풍광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부용대에서의 절경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여왕과 왕자가 방문한 충효당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이다. 선생은 충효당이 지어지기 이전의 집에서 소년기와 만년을 보냈다. 조선 중엽의 전형적 사대부(士大夫) 집으로 대문간채, 사랑채, 안채, 사당으로 52칸이 남아있다. 충효당 안에는 선생의 유품이 보존되어 있는 영모각이 별도로 건립돼 있다.

마당에는 여왕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기념 식수가 나란히 서 있고 그 사이에 이번에 설치한 영국 왕가의 길, ‘The Royal Way’ 표지판이 놓여 있다.

여왕의 생일상이 차려졌던 담연재와 왕자가 오찬을 한 원록정사는 하회마을 안에서도 규모가 있는 한옥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아쉽게도 일반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앤드루 왕자 방문을 기념해 만송정에서 옥연정사를 잇는 섶다리가 설치됐다. 하회마을 섶다리는 옛 문헌에도 나와 있던 것으로 한시적으로 설치했다 하니 서둘러 가 봐야 할 곳이다.

하회마을은 여왕 방문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문 이전에는 한해 30~40만 정도의 관광객이 방문했으나, 1999년 여왕이 방문한 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후 80~90만 명 수준을 유지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다시 100만 명을 넘어섰다. 2014년부터는 5년 연속 100만 관광객을 유지하고 있다.

봄에는 강을 따라 심어진 벚꽃이 초가집을 따라 띠를 두르고, 가을이면 색색이 단풍과 누런 황금 들판이 펼쳐지는, 한 폭의 동양화와 같은 하회마을. 영국 왕실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하회마을이 유명세를 타기까지는 영국 왕실의 도움이 컸지만, 그 이전에 여왕이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찾아 방문할 수밖에 없었던 전통이 깃들어 있다.

▲ 제철 과일·채소, 있을 건 다 있는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

풍산읍 노리에 위치한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은 1997년 경북북부권의 농산물 유통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농산물도매시장으로 개장했다. 추가 확장에 이어 2004년 전자경매 시스템을 도입하고 2016년에는 수산물 유통센터가 들어서며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부지면적 8만여㎡, 건축면적 2만여㎡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농수산물 유통 중심지로 거듭났다.

꾸준한 시설 현대화로 개장 이후 거래량이 계속 늘며 2006년에는 1천억 돌파, 그 후 7년만인 2014년에는 2천억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전국공영도매시장 가운데 사과거래량은 부동의 선두를 달리며 사과가격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2017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한 농산물도매시장 현대화사업에 선정돼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농수산물도매시장에는 각종 제철 과일과 채소들이 넘친다. 도매인들이 판매하는 과일과 채소를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느지막이 가면 ‘떨이’로 양껏 구입할 수 있다.

앤드루 왕자는 도매시장에서 사과나무를 기념식수 했다. 사과가 열리면 얼마에 경매될지 궁금하다.

▲ 조용한 산사 봉정사에서 한국의 봄을 맞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봉정사에서 ‘조용한 산사 봉정사에서 한국의 봄을 맞다’라는 문구 아래 자신의 서명을 했다.

능인대덕이 수련을 마치고 종이 봉황을 날려 그 봉황이 머문 곳에 자리 잡았다고 해 이름이 붙여진 봉정사(鳳停寺). 그 이름부터가 신비롭다.

그 신비로운 전설만큼이나 오래되고 소중한 문화유산이 가득한 곳이다.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국보 제15호 극락전, 국보 제311호 대웅전을 비롯해 보물로 지정된 화엄강당, 고금당, 영산회상도, 목조관음보살좌상 등등 다 헤아리기도 힘들다. 국보·보물 박물관이다.

봉정사는 건축학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고려 중기 건축양식을 한 극락전부터 조선 후기 건축양식의 만세루까지 전 시대의 건축양식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여왕과 왕자도 가보지 못한 봉정사의 숨은 비경이 있다. 대웅전에서 동쪽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작은 암자 영산암이 나온다. 봉정사를 찾는 많은 사람이 만세루를 통해 대웅전과 극락전을 둘러보고 대부분 이곳을 찾지 못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영산암의 출입문인 우화루 밑을 지나 암자의 안마당에 닿으면 고건축의 미학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도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는 마당의 멋스러움에 넋을 빼앗기게 된다.

봉정사는 지난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 세계기록유산의 산실, 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은 민간에 소장된 기록유산을 체계적으로 조사·수집하고 연구하기 위해 1995년 도산서원이 지척인 이곳 안동시 도산면에 자리 잡았다.

한국국학진흥원 장판각에는 2015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유교책판이 보관돼 있다. ‘유교책판’은 조선 시대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간행하기 위해 나무판에 새긴 책판으로, 305개 문중과 서원 등에서 한국국학진흥원에 맡긴 718종 64,226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각 지역의 지식인 집단들이 시기를 달리하면서 만든 것으로, 수록 내용도 문화를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 그 가치가 매우 크다. 또한 활자본과 달리 판목에 직접 새긴 목판본으로 후대에 새로 제작된 것도 거의 없어 절대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유산이다.

2016년과 2018년에는 ‘한국의 편액’과 ‘만인의 청원, 만인소’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기록유산에 등재됐으며, 지난해 6월에는 국학 자료수집 50만 점을 돌파하며 국내 최다 국학 자료 소장기관으로 위상을 재확인했다.

앤드루 왕자는 이곳에서 퇴계 이황이 써 어린 선조에게 올렸다는 성학십도 유교책판 인출을 직접 체험했다. 성학십도는 성왕(聖王)·성인(聖人)이 되기 위한 유교 철학을 10가지 도설(圖說)로 작성한 것으로 영국 왕실에 귀중한 선물을 한 듯하다.

안동시는 영국 왕실에서 대를 이어 방문한 곳을 ‘The Royal Way’로 이름 짓고 적극적인 관광마케팅에 나선다고 한다.

‘영국 신사’와 ‘한국 선비의 만남’. 여왕 방문 당시를 언론에서는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그 만남이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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