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근대화의 역사와 민초들의 애환이 깃든 중구 향촌동 골목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전시회가 열린다.

대구근대역사관은 4월 25일부터 9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향촌동 이야기’ 특별전을 연다. 향촌동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유물과 자료 102건 142점을 소개한다.

유물 가운데 ‘대구읍지’에는 1832년 당시 대구읍성 성곽과 사대문이 그려져 있고, 향촌동의 옛 행정구역 이름이 ‘동상(東上)’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또 유물 중 시인 구상이 1.4후퇴 당시 대구 생활기를 적은 대구 회상 친필 원고도 소개된다. 1952년, 1954년 ‘대구 지도’를 통해 옛 대구의 문화살롱로 불렸던 백조다방, 모나미다방, 백록다방 등 향촌동을 대표한 다방의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향촌동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유물과 사진자료 등을 선보인다.

향촌동 골목에 늘어선 구둣방 등 수제화 공방 장인들의 손때가 묻은 낚시 송곳, 고바, 징걸이 등은 대구 향촌동 구둣방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대구 도심인 향촌동은 일제강점기 근대화가 시작되 대구의 옛 번화가로, 향촌동 골목은 무궁화백화점 동쪽 길에서 북성로로 이어지는 300m 정도의 거리로 조선시대 감영의 중영(中營)과 대구부(大邱府)가 있었던 곳에 위치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주요 관공서를 비롯해 다방, 술집 등 유흥가와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대구의 번화가가 되었다. 1950년대 초 한국 전쟁기에는 향촌동 다방과 주점 등에서 피란 온 서울의 유명 문인과 예술가들이 예술혼을 불태우기도 했다.

상록, 아담, 향수, 녹향, 르네상스, 백록 등 향촌동의 다방에서는 예술인들이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술가로 시인 구상, 화가 이중섭 등이 꼽힌다. 그들이 자주 들렀던 다방과 음악감상실은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 당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한때는 예술 창작의 중심지이자 도심지였지만 지금은 중장년층들의 친교장소로 변했다. 이번 전시에서 당시 수많은 예술인들이 향촌동 일대 다방에서 문학과 예술을 의논하며 낭만과 풍류를 즐겼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 고전음악 감상실인 녹향, ‘폐허에서 바흐의 음악이 들린다’라고 외신 기자가 타전한 음악감상실 르네상스, ‘음악은 르네상스에서 차와 대화는 백록에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예술인들이 즐겨 찾던 백록다방, 특히 구상 시인이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를 연 꽃자리 다방 등 향촌동의 문화예술 지도가 전시된다. <초토의 시> 표지화는 화가 이중섭이 그린 것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이밖에 이곳 모나미다방에서 열린 시인 이효상의 시집 <바다>의 출판기념회 사진도 전시되고 있다.

6.25전쟁 당시 대구 향촌동은 전선문학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당시 문인들은 ‘문총구국대’를 조직, 국군의 활약을 작품화해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기도 했다. 대구에 있던 종군문인단은 문총구국대와 함께 <전선시첩>, <전선문학>, <보병과 더불어> 등의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전시되는 <전선문학>은 박목월, 유치환, 구상 등이 계산성당에 있던 육군정훈감실에서 발간한 종합문예지로 소중한 문학사적 자료이다.

전시실 한켠에는 수제화 제작 과정을 담은 동영상과 함께 제작과정에 따른 구두 견본품, 수제화 제작 도구들이 같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전시장 입구에는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지도를 배경으로 향촌동의 가볼만한 곳이나, 맛집, 멋집 등 관람객들이 선호하는 향촌동 골목의 숨은 장소 표시에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도록 해 상호정보 전달의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향촌동은 대구 근현대사의 부침(浮沈)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을 거쳐 현대로 이어지는 도심 골목이 한국근현대사의 영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라며 “이번 전시는 향촌동의 역사와 이곳에서 사랑방문화를 꽃피운 예술인들의 삶과 애환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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