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서울 ‘육조사’ 현웅스님 이야기
[탐방] 서울 ‘육조사’ 현웅스님 이야기
  • 도복희
  • 승인 2019.02.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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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기차를 탔다. 현웅스님의 한 말씀을 듣기 위해서다. 2018년 3월에 출간한 ‘번뇌를 끊는 이야기’를 보고 어떻게 하면 현대인들의 정신을 파고드는 번뇌 망상을 끊어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문자가 아닌 스님의 생생한 목소리로 듣는다면 더욱 뼛속 깊이 새겨지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었는지도 모른다.

서울 ‘육조사’는 성북구 동암동 413-123번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래된 구옥을 개조해 사용하는 ‘육조사’는 손볼 곳이 많은 듯 했다. 그 날도 일하고 있는 중이어서 현웅스님은 몹시 바쁜 시간이었다. 시간을 쪼개 차 한 잔을 권하며 다음에 ‘서울 육조사’라는 사이트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성악을 전공한 스님은 사이트에 올린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내 노래 두 곡을 연달아 부르는 것으로 이른 아침 발길을 한 기자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줬다. 현웅스님이 말한 ‘번뇌를 끊어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 편집자 주

△‘번(煩)뇌(惱)를 끓는 이야기

‘번(煩)뇌(惱)를 끓는 이야기는 첫 번째 저서 ‘묻지 않는 질문’ 이후 12년 만에 낸 책으로 2018년 3월에 출간됐다. 대중과 소통하며 대중을 이끈 공부와, 출가 후 50여 년 동안 수행하며 깨달은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은 깨달음의 견고함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는 수행의 목적이 무엇이고 수행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깨달음이 무엇이고 왜 간화선을 닦아야 하는지 등을 명료하게 밝혀놓고 있다.

현웅스님은 유럽과 미국에서 20여 년 동안 서양인들에게 선을 가르쳐 왔다. 한국에 돌아와 2005년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육조사 도량을 열고 간화선을 지도하고 있다. 육조사에 들어서면 ‘사람은 스스로 귀한 존재이다’라는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는 사람 속에 있는 부처가 살아나 그 부처가 밖으로 나와야 불교가 밝아지고 세상도 밝아진다는 뜻. 스님은 “먼저 자신을 믿는 것부터 시작해야 간화선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사람을 떠나 부처가 따로 없기 때문”이라고 확실하게 집어 준다.

이 책에서 방황하던 시절 마침내 스승을 만나 그 방황을 끝내는 이야기가 눈에 띤다. 이것은 비단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가 방황은 하기 마련이고, 그 방황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번뇌를 끊어내야 하는지 고심이 녹아있다. 이 책은 누구나의 숙제인 인생에 대한 고뇌를 푸는 열쇠를 건넨다.

현웅스님은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미 부처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믿는 사람은 가까이에 있고 믿음이 없는 사람은 부처가 멀 뿐이라는 것. 우리는 이미 부처를 보듬고 살고 있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불교를 배우지 말라. 다만 자기를 믿는 길을 배워라” 이것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자신의 길에 든 사람은 능력이 살아난다. 능력이 살아나야 내가 살기가 좋다. 이렇듯 불교는 사람을 살려내는 종교라는 것” 즉 “불교는 부처님을 위하는 종교가 아니라 작자의 삶을 살려내는 종교”라는 것이 그가 이 책을 통해 선명하게 전하는 이야기다.

△현웅스님

현웅스님 20세에 조계종 승보사찰인 전남 순천 송광사 구산 스님(1901∼1983) 문하로 출가, 구산 스님으로부터 수행의 기초를 닦았다. 71년 통도사 극락암에서 월하 스님을 은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인천 용화사 선원을 거쳐 대중 선방 생활을 뒤로하고 산중 토굴에 들어가 6년 동안 수행했다. 그는 토굴에서 솔잎과 콩만 먹으며 공부에 정진했다. 그러다 1984년 스위스 제네바 불승사의 초청을 받아 서양인에게 한국 선불교를 지도하기 시작했다. 1986년 캐나다로 건너갔고, 89년 미국으로 옮겨 시애틀 돈오선원과 버클리 육조사를 각각 창건했다. 2004년 5월 서울 가회동에 육조사 한국 분원을 개설, 2005년 7월 지금의 돈암동으로 이전했다. 스님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동서양을 아우르는 지혜로 참선을 지도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선문답집 ‘묻지 않는 질문’(민족사)이 있다.

서울 돈암동 언덕배기의 육조사 선원은 쇠락한 주택을 개조해 수행공간으로 꾸민, 아담하고 멋스러운 도심 속 참선도량이다. 스님은 “현실을 피하거나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내 안의 마음을 바꾸어 보라”고 권한다. 진정한 피서는 마음에 있다는 것.

“자본이 최고의 가치를 이루는 사회는 모든 것이 기계화되다 보니 ‘나’를 소홀히 대한다”며 “우선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부터 가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명상과 참선을 통해 큰 깨달음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는 가질 수 있다”며 “참선은 고향으로 가는 길이고, 그것은 마음속 진리 성품을 찾는 것으로 마음을 놓으면 번뇌·망상(밖의 것)이 들어와도 앉을 데가 없다. 그것들은 하릴없이 바람처럼 스쳐간다”고 전했다.

이어 “깨달음은 내 마음에 부처 마음, 곧 진리 성품이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자기 품격이 높아지고 진리의 향이 묻어난다”고 했다.

때론 경전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 흔히 참선을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자세만으로 안 된다. 힘든 자세로 인해 자칫 마음이 구속될 수 있다. 법문을 통해 믿음이 실리면 참선의 방향이 정해지고, 자세도 정돈된다. 참선 효과를 못 보는 것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수행자들이 수행을 한다고 자신의 몸을 심하게 다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행보다는 큰 스승을 만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했다.

미국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스님은 가끔 수행자들에게 이탈리아 가곡을 들려주기도 한다. 끝으로 스님은 “참선도 몸이 건강해야 할 수 있다”며 “평소 운동을 많이 해 건강한 몸을 유지하라, 운동을 하면 정신도 시원해진다”고 전했다.

△열정이 주는 詩-현웅스님

열정이 넘칠 때 나는 그친다/ 그치고 나면 서 있는 발아래 안온한 곳에 닿는다/ 내가 살던 고향이다. 산 아래 동네/ 나 사는 빈 초가집 햇빛만 가득하다/ 미운 사람이 옆에 있을 때는 미워할 수 있다/ 하지만 미운 사람이 옆에 없는데도 미운 생각이 떠나지 않으면/ 그것은 미운 생각이 망상으로 남아있어 그렇다/ 그러므로 망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있지도 않은데 혼자 만들어 있다고 하는 것이 망상이 아니겠는가!/ 도복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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