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 지배층은 2%였다. 그 지배층의 습관은 독서였다. 조선시대 상놈이 책을 들고 글을 읽으면 양반에게 맞아죽었다. 지배층인 양반들은 대부분의 백성들이 글을 읽지 못하게 막았다. 세종이 이미 1400년대에 만든 훈민정음이 단시간에 일반 백성에게 널리 퍼지지 못한 이유는 지배층의 방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문자를 읽는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고, 먹고 살기에 바쁜 백성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선의 양반은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일을 하지 않았다. 집의 쌀독이 바닥을 보여도 그들은 책을 잡고 읽었다. 몸을 움직여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책을 읽고 시를 읊고 책을 쓰는 일이었다. 즉 조선의 지배층은 독서를 통해 권위와 기득권을 유지했다. 그들은 지식을 백성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이런 폐쇄적인 지식의 전달체계는 국가를 유지하는데 용이했다. 하지만 그것이 국가의 발전을 막고 근대화에 치명적이었다. 그로 인해 조선은 일본에 식민지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나라 5,000년 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역사를 남겼다.

현대에도 지도층의 습관은 조선시대와 마찬가지로 독서다. 조직과 회사를 이끄는 리더들은 분초를 다투는 일정 속에서도 짬을 내어 책을 읽는다. 대학에 개설된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리더십이나 경영을 배우고, 조찬강연회에 참석해서 그 분야 최고의 실력자에게 강연을 듣는다. 그 강사들은 대부분 책을 쓴 저자들이다. 반면, 일반 서민들의 습관은 TV시청이나 게임 등이다. 서민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힘들게 일한다. 업무가 고되고 스트레스가 높은 경우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책을 펼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퇴근하면 쉬고 싶고 주말에는 자고 싶다. 가끔 가족이나 친구와 외식을 하거나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자연스럽게 책과는 멀어지는 생활을 한다. 조선시대와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양반과 백성, 리더와 서민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책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써놓은 지식과 정보의 결정체다. 책은 단순히 종이에 글자를 인쇄해 놓은 물건이 아니다. 저자가 독자에게 간절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목까지 차올라 내뱉은 말이다. 저자가 본 독특한 관점과 삶이 담긴 그릇이다. 독자의 삶을 바꿀 유일한 무기다.

지배층만 읽었던 책. 그 책이 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게는 기회다. 삶에서 보고 듣고 먹는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다. 하지만 대부분 본능에 충실하며 감각적인 것들이다. 부자가 되고 성공을 하고 유명해지는 것을 떠나,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또 오늘보다 성장하는 내일을 위해 책 읽기가 필요하다. 영상과 이미지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글로 된 책을 권한다. 좋은 책을 만나 책의 세계에 푹 빠지면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 세상은 당신을 지금과는 다른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_ 이태우미래경영연구소장 dnetpro@naver.com

: 작가, 칼럼니스트, 강사. 《혼자 알기 아까운 책 읽기의 비밀》 저자. ‘초서鈔書독서회(양산도서관)’ 운영자.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