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만든 사람은, ‘세종대왕’. 거북선을 만든 사람은. ‘이순신’.

문화유산과 역사를 이해하려 할 때, 그 주역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 그렇다면, ‘직지’는 어떨까?

<2018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이 직지를 만든 사람과 그 내용에 관한 스토리텔링을 전시로 풀어내 연일 관람객의 호평을 얻고 있다. 직지의 편저자 백운화상과 묘덕을 재조명하고 그들이 담아내고자 했던 ‘직지’의 본질을 주목한 주제전 ‘무심의 숲’이야기다.

직지는 승려 백운화상이 손으로 쓴 수고본(手稿本)이었으나, 그의 입적 후 비구니 묘덕의 시주로 제자 석찬과 달잠이 금속활자로 찍어내 오늘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직지에 수록된 내용을 쉽게 풀어낸 33개 구절이 빛나는 ‘무심의 숲’의 첫 번째 공간을 지나면 벽 하나의 전면을 가득 채운 백운화상의 뒷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 곁엔 백운화상의 간략한 일대기와 그가 남긴 임종게송 ‘이 몸 본래 있지 않았고 마음 또한 머문 데 없나니 재로 만들어 사방에 뿌리고 남의 땅 조금도 사용 말라’는 구절이 쓰여 있다. 이는 직지의 내용을 관통하는 무심(無心) 사상이기도 하다.

이어 최초로 공개되는 백운화상의 진영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백운화상의 진영은 그림 183×104.5cm, 장황 261×120.2cm 크기의 족자 형태로 한국전통회화연구소가 백운화상에 관련한 문헌조사를 거쳐 전통 재료와 방식으로 제작한 진영이다. 전통 초상화 방식을 기준으로 비단과 염색 방식을 준비했고, 어우러지는 색상을 얻기 위해 담먹을 바르고 말리길 수차례 반복하여 채색했다.

진영 아래로는 백운화상이 입었던 가사(袈裟)와 장삼(長衫)을 재현하여 고려시대를 살았던 백운화상의 모습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승복인 가사(袈裟)에는 고려불화 군의에 그려진 비운문 문양과 천의에 그려진 비봉문 문양을 응용하여 담았고, 역시 승복인 장삼에도 비봉문 문양을 응용해 담았다. 손바느질로 한 땀 한 땀 제작한 가사와 장삼은 승복을 입고 무심(無心) 사상을 설파했던 백운화상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장에는 또한, 직지의 출판 경비를 시주했던 고려 여인 묘덕의 의상도 전시되고 있다. 당시 고려 귀족이었던 묘덕의 의상은 고려시대 귀족인 하연부인의 초상화와 불화에 나타난 귀부인 그림, 문헌에 기록된 자료들을 참고하여 제작되었다. 특히 겉옷인 대수포는 진주, 산호, 청금석, 자수정의 준보석의 장식이 형형히 빛나고 있어 고려시대 고위층의 복식을 엿보게 하는 자료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묘덕의 의상과 함께 전시중인 묘덕계첩(妙德戒牒) 원본(1988년 발견)도 진귀한 관람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인도의 고승 지공이 중국을 거쳐 고려로 들어왔을 때 어린 묘덕을 만나 그에게 지켜야 할 계율을 적어 내린 것으로, 금과 은으로 새긴 그림과 글씨가 아직도 선명하게 빛나고 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묘덕이 직지와 함께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돼 직지 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단서 중 하나다.

주제전시 ‘무심의 숲’을 기획한 장한나 예술감독은 “그동안 직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만이 주로 강조돼 왔다.”며 “직지를 만들기 위해 힘썼던 백운화상과 묘덕의 이야기를 통해 직지의 내용과 가치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준비했다”며 연출의도를 전했다.

한편,‘직지 숲으로의 산책’을 주제로 열리는 <2018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은 관람객들이 직지의 내면적 가치를 느끼고 치유와 사색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 전시, 공연들로 오는 21일까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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