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詩月)에 시역(詩驛)에서 아름다운 시전이 열린다.

시골 간이역인 충북 영동군 황간역은 시역(詩驛)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시를 적어 넣은 항아리가 역 마당에 가득하고, 플랫폼이며 승객 대기실, 건물 2층 카페에도 다양한 형태의 시 작품이 걸려 있다.

경부선 기차를 타고 오고 가는 여행객들의 문화공간이자 쉼터인 이곳에서 10월 한 달 동안(10월 1~31일) 가을을 수놓을 시전이 열린다.

이번 시전에 정완영·이근배·유자효·양문규·이정록·김기준·김영주·최정란·김석인 등 30여 시인의 작품이 선보인다.

현재 별도 직군으로 남아 이 역을 지키고 있는 강병규 전 역장이 틈틈이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 넣어 액자를 제작했다.

삭막했던 황간역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강 전 역장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이곳에서 역장으로 근무했다.

재임 기간 여행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역사(驛舍) 주변에 원두막과 허수아비를 세워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향토 작가와 유명 시인들의 그림과 시를 옹기에 적거나 그려 넣은 ‘항아리 작품 전시장’을 꾸미고, 여행객 대기실 한편에 조그만 갤러리까지 마련해 각종 전시회를 열었다.

역사 2층을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카페로 구조변경하고, 여행객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노랑 자전거’ 30대도 비치해 놓았다.

이 덕분에 그동안 파리만 날던 대기실이 다양한 문화행사를 관람하거나 전시, 공연하는 장소로 탈바꿈하면서 여행객 수도 많이 늘어났다.

황간에 외가를 둔 정완영 시조 시인(1919~2016)이 생존해 있을 때는 ‘외가 가는 길’이라는 동시조 전시회와 ‘외가 가는 날’이라는 시노래 음악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시월시역시전’은 2015년 정 시인을 황간역으로 초대해 시화전과 가곡음악회를 열면서 시작한 뒤 매년 10월에 개최하고 있다.

강 전 역장은 “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난 시 가운데 마음에 쉽게 와닿는 시를 골라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 넣었다”며 “올해 철도원 생활을 마치게 되니, 현직 신분으로는 마지막으로 여는 시화전이다”고 감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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