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삼대리, 태학산 자락에 위치한 태학사(주지 법연스님)를 향해 가는 동안 내내 가을비가 내렸다.

청동삼존불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약사여래불 점안식 및 대웅전 현판식을 봉행하는 행사가 있다고 해서 서둘러 취재 가방을 어깨에 멨다.

유구한 역사와 공덕의 삶이 깊이 내재한 한국불교태고종 태학사(주지 법연스님)... 그곳은 태학산 자락 한쪽 기슭, 바람과 구름도 마애불 앞에 내려앉아 삼배를 하고 가는 곳이다.

태학산(泰鶴山)(455.3m)은 충남 천안의 명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1년 동쪽 골짜기에 ‘태약산 자연휴양림’이 조성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와 오랜 고목들은 찾아오는 길손들에게 마음의 휴식을 주고 있다.

태약산 자연휴양림 초입에 들어서자 잠시 가을비가 멈추었다. 깊은 골짜기 계곡에서 흘러나온 물소리마저 청량하게 들린다. 이러저러한 사연들이 나뭇잎 위에 물방울로 맺혀있다. 말갛고 푸른색이다. 태약사 경내에 들어서자. 대웅전 현판이 하얀 광목으로 싸매져있다.

청동삼존불 또한 하얀 고갈을 쓰고 있다. 가람 곳곳에서 행사준비로 분주한 신도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법연스님과 큰스님께 삼배를 올리고, 대웅전과 삼성각 그리고 마애불을 탱화를 모셔놓은 곳으로 들어가 기도를 올렸다.

태학사, 공양 간에서 흘러나오는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돌계단 아래로 내려섰다. 처마 끝, 고여 있던 빗물이 공양을 준비하고 있는 선정문 태학사 회장의 머리에 똑똑 떨어진다. 어린 손자에게 고운 한복 입혀온 선외암 보살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청동삼존불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약사여래불 점안하는 날, 어린 손자의 눈도 밝고 맑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까. 청동삼존불 점안식을 기다리는 선외암 보살의 얼굴이 해사하니 곱다. 태학사 마애불에 간곡히 기도를 올려 얻은 손자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태학사 마애불에 기도를 올리면 불임이었던 여성도 건강한 아기를 낳는다는 전설이 있었다.

태학사는 신라 흥덕왕 때 진산조사(珍山祖師)가 지었다는 문헌 기록이 발견되었다. 절 뒤로 십 여분 걸어 올라가면 커다란 바위가 나온다. 그 바위에 마애불을 모셨는데 연대가 신라시대로 밝혀져 천안시 보물 제 407호로 지정되었다. 당시 진산조사는 해선암(海仙庵)이라는 절을 창건하였으며, 유구한 역사가 흐르는 동안 많은 스님들의 발길이 닿아 그 명맥을 이어왔을 것이다. 그러다가 해선암은 세월 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1931년 춘담스님(1903-1994, 세수93,법랍62)은 해선암의 절터 흔적과 덤불 속에서 마애불을 발견하고 중창 불사하여 1959년에 태학사로 개명을 하였다. 2대 태광스님이 태학사 주지로 오르면서, 수행정진의 도량으로 전국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태학사 3대 주지 법연스님에 이르러서 부처님의 자비가 불자들의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든다. 법연스님은 현재 동남경찰서 경승, 천안교도소 교정협의회 불교분과 위원장, 천안불교사암연합회 총무, 무료급식 봉사단체 마하이타 대표, 풍세면 주민자치위원 등 다양한 위치에서 사회복지와 봉사 활동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천안불교사암연합회회장 일로 스님의 점안법문으로 시작되었으며,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보존회 이수자 스님들의 집도하에 의식이 진행되었다. 이어 태학사의 발자취를 연구 발표한 단국대 엄기표 교수의 경과보고를 비롯해 각원사 주지 대원스님의 축사와 태고종 세종충남교구 종무원장 법훈스님 축사, 용인불교 사암연합회 도원스님, 양승조 세종충남도지사 축사, 윤일규 국회의원, 유병국 세종충남 도의회 의장, 동남구청 주재석 구청장, 동남경찰서 김광남 서장, 프라지움 박기완 대표 등이 축사를 했으며, 사회에는 자은 이선준 전문포교사가 진행했다.

태학사 주지 법연스님은 “석가보니불, 관세음보살, 약사여래불을 새로이 봉안하게 되어 너무도 감사하다. 앞으로도 부처님의 원력으로 어두운 그늘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불자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라며 축사를 대신했다.

공양 간에 앉아 나물을 다듬던 박보살은 태악산 자연휴양림이 조성되기 전에는 절로 들어오는 길이 협소해서 신도들이 행사 때마다 공양물을 이고 메고 올라와야했다는 지난 세월을 이야기한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때에는 수십 명이나 되는 피난민들이 태학사까지 숨어들어 절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지냈으며, 전쟁이 끝나기까지 공양을 함께 나눠먹었다고 한다. 태학사는 오랜 역사의 아픔과 전설이 묻어있어 누구나 찾아오면 안식처가 되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불자들의 마음에 휴식의 시간을 불어넣기 위해 ‘제1회 태학사 산사음악회’를 작년부터 시작했다. 10월 7일 (토)오후 2시에 천안시민과 함께 하는 태학산 자연휴양림, ‘제2회 태학사 산사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드디어 청동삼존불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약사여래불 점안식이 봉행되었다.

의식에 따라 부처님 얼굴이 환하게 드러났다. 태학사 1대 춘담스님의 모습이기도 하며, 2대 태광스님의 모습이기도, 현재 3대 법연스님과 얼굴이 똑같다는 스님들의 덕담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제 50호 영산재 이수자 스님들의 염불소리가 처마 끝 풍경에 연이어 걸린다.

서둘러 태학사 뒤편에 있다는 마애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야트막한 산길, 곳곳이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찌나 많은지 길이 단단하다. 십 여분 오르자 마애불이 환하게 자태를 드러냈다.

마애여래입상(磨崖如來立像), 넓은 이마와 둥그런 얼굴이다. 약간 치켜 올라간 두 눈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지 깊다. 광대뼈가 튀어나온 두 볼 그리고 큰 코, 그런데 입이 작다. 매우 곧고 우직한 인상을 준다. 잠시 합장을 하고 서서 기도를 올린다. 누군가 내 머릿속, 모든 생각들을 걷어내고 있음이 느껴진다. 역시 마애여래불의 신비한 도력(道力)이 일어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