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창종 당시의 제2회 중앙종회(1970년 11월 8일)에서 박대륜(朴大輪)종정은 교시(敎示)를 통해서 종회의원들에게; “오직 우리 종조 태고보우 원증국사의 문도만으로 금일까지 계승한 것이니 우리는 한국불교의 적손임을 긍지할 뿐만 아니라 교단운영에 중대한 임무감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중략...

끝으로 회원제위는 일치단결 파사현정의 견고한 마음으로 상보사중은(上報四重恩)하고 하제삼도고(下濟 三塗苦)할 것을 서원하여 미래제가 다하도록 오직 신명을 삼보전에 바쳐 불일(佛日)이 욱욱 법륜상전하기를 기망(冀望=希望)합니다.“라는 요지로 중앙종회에 당부했다.

안흥덕(덕암) 총무원장도 연술을 통하여 “太古종의 특성은 보살승단”임을 강조하였는데, 장문의 연설문 뒷부분은;

“존경하는 의원여러분!
우리 종도는 보살행도의 실천을 통하여 격동하는 국내외의 정세를 직시하고 개인의 행복과 세계평화의 환경조성에 노력하고 대승불교운동을 통한 국제친선을 도모하여 인간의 연대성을 깊이 인식하고 청소년의 종교적 정서함양에 적극 추진해야 할 무거운 직책이 우리의 양어깨에 걸머져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종단에서는 ...포교.교육.사원관리.의식.의제 등 모든 면을 재검토하여 개선책을...“이라고 종단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불교조계종 종정은 한국불교태고종으로 이적하였으나, 한국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은 그대로 존속하였다. 1972년 5월 10일 불교조계종 김기석 총무원장은 각 시도교구 종무원장에게 공문을 보내서 제32회 임시중앙종회소집을 통고하였다고 기록은 전한다. 1972년 5월 25일 한국불교조계종(원조계종)으로는 마지막이 되는 제 32회 중앙종회가 열렸다. 한국불교조계종은 박대륜 종정이 태고종 종정으로 추대됨에 따라서 묵담 국성우 대율사께서 한국불교조계종 종정에 취임하여 선시를 하게 된다. 1941년에 민족불교 유일의 정통 종단으로 창립되었던 조계종이 1954년 이후의 법난으로 절체절명의 역경 속에서도 20년 가까운 동안 어려움을 견디며 끝까지 버티어오다가 이제 종조(태고국사)의 법통을 이은 태고종으로 새로 태어난 태고문손의 새 종단에 합류하기로 한, 역사적인...“이라고 선시를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태고종 종회가 우연히 탄생한 것이 아니라, 한국불교사에서 엄청난 역사적 맥락을 이어오고 있음을 현재 태고종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에게 주지시키고 싶어서이다. 잠시 종회의원에 몸담았다가 지금은 종단의 기관지 편집국장이라는 위치에 있으면서 지켜보는 종회는 뭔가 종도의 대의기구로서 생산적인 종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고 싶어서이다.

우리 종단의 대의기구인 종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질적으로 낮아졌는지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다. 교계언론으로부터 ‘누더기 종법’이라는 오명을 들어도 되는지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떠들거나 말거나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우리 종회는 어딘지 이상증후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지적을 받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버티고 있는 용기다. 이런 경우에 이런 태도를 용기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를 일이지만, 이것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에 가까운 외면이다. 종회가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오직 집행부 깎아내리는 데에만 골몰한다면 종회라는 대의기구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게다가 종회나 의원이 국회나 국회의원인 것처럼 착각한다든지, 특히 의장단도 마치 국회의장단인 것처럼 행세하는 그 태도에는 정말 놀랐다. 솔직히 의사진행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자리에 앉는다고 능사가 아니라, 어떻게 종회를 운용해 가야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하면서 격조 높은 종회를 만들어 가야하지 않겠는지 의장스님은 한번 심사숙고해 주시기를 바란다.

태고종 제2회 중앙중회에서 종회가 해야 할 과업을 이미 언급해 놓았다. “태고종의 특성은 보살승단”임을 정의해 놓았고, 할 일은 “포교.교육.사원관리.의식.의제” 등이라고 했다. 포교 교육 사원관리 의식 의제에 대해서 연구하고 개선하면서 보살승단으로서의 불교적 사명을 다하도록 선사(先師)님들께서 규정해 놓으신 것이다. 예산도 얼마 되지 않는 살림을 지나치게 감시하고 총무원의 종무행정을 견제하고 감사가 만능인 것처럼 생각하는 종회는 태고종의 종회상이 아니다.

지난 8월 27일 제135회 임시종회에서 상정안건에도 없는 ‘종무원법, 징계법 일부 개정안’을 기습 상정한 것은 절차상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의원 발의로 밀실에서 야합하여 안건을 기습 상정, 의원들에게 충분한 독해(讀解)의 시간도 주지 않고 의결한 것은 종회운용의 난맥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그렇게 급해서 기습상정을 해야 할 긴급한 개정안이었는가? 깊이 숙고하여 반성할 일이다. 설사 개정안이 종회에서 의결되었다고 할지라도 모든 종법(종회의결)은 총무원장이 공포하게 되어 있다. 아무리 집행부와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할지라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예의이고, 종회의원들에게도 미리 공지하여 독해의 시간을 주는 것이 정도가 아니겠는가?

누구를 위한 종회이며 누구를 위한 종회의원인가. 누가 뽑은 종회의장인가. 이런 종회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을 것이다. 종도의 대의기구로서 생산적인 종회로 거듭 태어날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