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석문사(주지 혜전스님)에는 벨리댄스를 아주 잘하는, 전국대회의 상을 모두 휩쓸고 있다는 그런 소녀가 살고 있다. 청주 현도정보고 2학년인 조혜진 학생이 바로 그 벨리댄서였다. 소녀의 이름만 알고 찾아간 석문사에는 혜전스님과 주인 없는 고양이 3마리가 분주히 태풍이 훑고 간 잔여물을 정리 중이었다.

사찰 입구에 수문장처럼 우뚝 서 있는 은행나무는 범상치 않아보였다. 볏짚 띠를 몇 줄 두르고 서서 누굴 위한 기도를 하고 있는지, 나뭇가지에 매달린 작은 연등마다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야트막한 을성산 자락, 석문사 가람은 낮은 자세로 웅크리고 앉아 날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지고 오는 불자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고 했다.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에 위치한 석문사, 청주시와 인접해 있어 불자들의 접근이 용이했다.

그런 조건 때문인지 2004년 혜전스님이 석문사 도량을 인수하고 불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미혼모 지원센터’를 운영했다.

혜전스님이 미혼모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오래전 경남 창녕 하왕산 작은 토굴에서 부처를 모시고 기도하던 때였다. 한 아가씨가 토굴로 찾아와 어린 아기를 키워달라고 했다. 당시 주위 환경이 아이를 거둘 처지가 못돼 돌려보냈던 게 늘 마음에 걸렸다. 그 후, 2004년 석문사 가람에 둥지를 틀면서 미혼모 지원센터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석문사 미혼모지원센터에서 태어난 생명은 모두 세 명이며. 만삭의 몸으로 잠시 머물다 떠나간 예비엄마들까지 십여 명이나 된다하니 부처임의 원력이 가득한 도량임이 분명했다. 요즘에야 미혼모를 위한 쉼터를 국가에서 운영하거나 지원하지만 그때만 해도 오로지 혜전스님의 자력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또한 석문사 혜전 스님은 경노잔치, 농촌 일손 돕기, 소년원과 재소자 교화사업, 어린이 여름방학 템플스테이 등 많은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고 있었다. 올해는 그 바쁜 와중에도 ‘동국대대학원 사찰경영 최고과정’을 수료했다.

혜전스님이 벨리댄스를 잘하는 조혜진 학생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혜진(법명 조연아)와의 인연은 7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혜진이 삼남매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석문사에 살게 되었다. 혜전스님이 혜진이와 일가친척이라는 인연도 있었지만 평소 혜진이 아버지는 석문사 불사에 힘을 주었던 신도이기도 했다. 그런 인연 때문이었던지 혜진이 삼남매는 석문사 도량에서 꿈을 키우며 건강하게 자라게 되었던 것이다.

감성이 풍부하고 조용조용했던 혜진이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인한 환경변화에 충격이 컸는지 말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석문사 이경희 보살이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딸 채은이와 함께 벨리댄스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혜전스님은 혜진이가 밝게 웃을 수만 있다면 뭐든 가르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혜진이가 벨리댄스를 배우게 되었다.

현재 조혜진 학생은 현도정보고 2학년 재학 중이며, 청주 뮤즈케이 전문반에서 열심히 벨리댄스를 연구하고 있다. 대학진학도 벨리댄스와 관련된 학과를 지원할 계획이며 수상 경력이 화려한 혜진이를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제의도 몇몇 대학에서 들어오고 있다.

조혜진 학생이 함께 하고 있는 ‘뮤즈케이팀’은 한중친선교류협회 중국초청공연을 비롯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연수를 다녀왔다. 국내외 벨리댄서 대회에서 굵직한 수상은 물론 우크라이나 아마추어부문 2위를 수상한 바도 있다.

또한 ‘뮤즈케이팀’에는 중학생이 된 이채은 학생도 함께 활동하고 있는데, 요양원이나 청남대 등 다양한 곳에서 재능기부 활동까지 하고 있다.

그런 혜진이의 모습을 보면 너무도 행복하다는 혜전스님, 부모의 빈자리를 다 채워주진 못해도 간절한 마음으로 혜진이의 뒷바라지를 끝까지 하겠다고 말한다.

매년 4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 청주 석문사 앞마당에는 잔칫집이 된다. 푸짐한 음식이 대웅전 앞마당에 차려지고 마을 어르신은, 물론 인근 마을 어른 천여 명이 찾아와 함빡 웃음을 지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얼굴마다 연등 꽃이 가득 피는 것이다. 혜전스님의 얼굴에도 연등이 수천 수 만개 걸린다는 그날, 조혜진의 학생의 얼굴에도 연꽃이 활짝 피었는지 다시 한 번 찾겠다는 약속을 하며 청주 석문사 은행나무를 보며 합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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