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대밭길, ‘정관암(正觀庵)’에는 ‘음유시인’ 대활(大活) 스님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다 해서 돌고 돌아 겨우 찾아들었다.

‘정관암’의 일주문은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한다. 삼동면 둔기리 구불구불 논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오래된 전봇대마다 검은 먹물로 쓴 ‘정관암’이란 글씨가 보인다. 바로 일주문 의미하는 표시다. 그 전봇대를 하나 둘 찾다보면 막다른 길이 보이는가 싶다가도, 모롱이를 몇 굽이 더 돌아야한다. 드디어 야트막한 문수산 봉우리가 보이고 ‘정관암’ 대웅전이 가부좌를 틀고 부처님 말씀을 읊고 있다.

‘헨젤과 그레텔’ 동화에 나오는 하얀 조약돌처럼 전봇대는 검은 조약돌이 되어 ‘정관암’으로 가는 길을 안전하게 안내했다. 무사히 ‘정관암’을 찾아들었다.

‘음유시인’ 대활 스님은 2011년 문수산 서쪽 주령 대밭 초입에 움막을 짓고, 불사의 첫 삽을 떴다. 2015년 8월 30일 대웅전 낙성법회와 삼존불 점안식을 봉행한 이후, 음유시인을 찾는 불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십시일반 모은 기금으로 요사채를 완성했다. 넓은 창틀 끝까지 뻗어 오른 담쟁이가 요사채 기와지붕 끝을 에워싸도 대활 스님은 시인의 눈으로 볼 것은 보고, 보지 않아도 될 것은 보지 않는단다.


보름달이 동산에 말없이 걸리면

계곡의 물소리도 숨을 죽이고

지나던 골바람도 잠시 멈춘다

달은 꽃을 보고

꽃은 달을 맞는다.(중략)

시집 『염화미소』 ‘달맞이 꽃’ 일부
 

대활스님은 2008년에 시집 『염화미소』를 출간했다. 구불구불 논길을 따라가야 하는 그곳, 전봇대 일주문을 따라가야만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는 정관암, 그곳에는 아직 인터넷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과의 소통이 조금 늦다. 하지만 대활 스님은 아주 천천히 시를 쓴다. 첫 시집을 낸지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시집 한권 낼 분량의 시를 겨우 건졌다. 하지만 대활 스님의 음유 시는 날마다 술처럼 깊게 익어간다.

청빈한 선비의 일상처럼 보이는, 더구나 시간마저 천천히 흐를 곳 같은 울산 울주군 정관암, 그곳에서 4년째 ‘2018 울산연주인상 시상식과 시 낭송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8월 26일 대활스님은 지역 주민과 사부대중 300여명이 동참한 가운데 차와 시낭송, 음악이 함께하는 ‘제4회 정관암 차(茶)시(時)락(音樂)의 밤’을 개최했던 것이다.

대활 스님은 그저 시가 좋고 음악이 좋고 차가 좋아 만든 자리였다. 앞으로 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지역주민들과 시와 음악 그리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한다고 했다.

‘2018 연주인상 시상식’이 매년 함께 진행되는데 4회에는 조은향, 안옥순 바이올리니스트가 수상했다.

또한 대활 스님은 얼마 전 태고종 울산교구 종무원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졌다. 앞으로 종무원장으로써 책임이 막중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태고종 울산교구는 40여개의 사찰이 있다. 규모가 작지만 지금까지 종무원장님들께서 해왔던 것을 귀감으로 받들고, 조용조용하게 화합을 우선으로 삼고, 종도들과 불자들을 말에 귀 기울이겠다.’ 라는 짧은 답을 했다.

정관암에는 종각은 있는데 범종 자리가 비어있다. 그래서 범종불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랬다. 전의 이씨 문중 선산이 정관암 바로 뒤편에 있다. 종각은 전의 이씨 문중에서 동참해서 지어졌다. 올 해 안에 범종불사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는 계획을 대활 스님은 조용조용히 시를 읊듯 말한다.
 

물위에 떠서 흘러가는 저 나뭇가지처럼

빨리 가려고 애쓰지 말고

양 길 나와도

한길을 고집도 말며

물줄기 흐름타고

흐름에 몸을 내어주는

저 나뭇가지처럼

그래, 세월이

흘러가는 물 같을진데

우리네 주머니 가득 쩔렁대는 동전들

그 무겁고 사소한 것들 다 들어내고

내 삶에 힘을 쫙 빼고

텅하니 흐름에 삶을 맡겨

과거(過去) 미래(未來) 생각조차 말며

흐름 속에서

흐를뿐이다

그저 흘러가자

-시집 『염화미소』 ‘그저 흘러가자’ 전문-
 

(정관암 범종불사 연락처: 대활스님 010- 4517-0097 1인 십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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