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은 어디로 가야 하는 가 !

종교는 구원과 해탈을 갈구하는 인간의 염원이 만들어 낸 관념의 세계이자 사회적 문화현상의 하나다.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는 우주만유의 존재실상을 철학적으로 궁구하고 인간의 대의(大義)를 밝혀 모든 사람을 안심임명(安心立命)으로 인도함으로써 개인에게는 행복을 인류에게는 평화를 향유하는데 그 존재목적이 있다.

종교마다 신앙형태나 궁극적 지향점은 다를 수 있으나 이와 같은 존재 이유는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동서양이 차이가 없다.

불교는 두 가지 대의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수행을 통해 밝은 지혜를 터득하고(자기완성) 또 하나는 지혜에 기반한 자비를 실천하여 중생들에게 행복과 평화를 제공하는 것이다.(인류완성)

한국불교는 이 두 가지 대의를 함께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와 진속일여(眞俗一如)의 대승불교사상으로 수행면에 있어서도 선교(禪敎)와 현밀(顯密)을 겸수하는 통불교가 근본이다.

태고종의 정체성은 이러한 이념과 사상에 기반하여 보살불교를 지향하는 대승교화종단으로 개화기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 불교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를 이끌어 온 정통(正統)종단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부당한 정치권력에 의해 발생한 불교법난으로 인하여 전국의 모든 기성사찰을 망실하는 인고의 세월을 감내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본인이 총무원장에 취임한지 1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나는 지난 일 년 동안 종단을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갖가지 오해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과연 우리종단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과연 무엇인가, 예컨대 태고종이 앞으로 장려해야 할 긍정적인 것은 무엇이고 반드시 개선하고 청산해야할 부정적인 요소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포인트를 찾는데 노력해 왔다.

결과를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우리 종단은 장려해야 할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그 보다는 먼저 개선하고 청산되어야 할 부정적인 요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 자신 종단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사람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우리 종단이 개선하고 청산해야 할 부정적인 사례를 열거해 보고자 한다.

첫째 재정의 빈곤상태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현대사회는 돈과 자본이 지배한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심지어 종교까지도 돈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종단 수입원으로는 사찰분담금과 승려 의무금 그리고 독지가의 성금이 전부다 그러나 이것마저 제대로 징수되지 않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분담금 징수비율이 약 50%로 반수에 불과하며 이마저 종단과 지방종무원이 나누어 집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종회의 자료에 의하면 태고종의 일 년 예산이 명목상 약 89억 원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집행예산은 그보다 못하다. 역사가 백 여 년의 신흥종단에 비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러운 수준이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종단을 이끌어가도 재정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종단발전을 기대하기는 난망한 상태다.

둘째 불교(사찰)재산의 사유화 현상이다.

태고종은 사설 사암 중심으로 구성되어 사찰재산권을 창건주에게 보장하고 있다. 이것이 종단의 조직상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인이 창건한 사설사암은 그렇다 치더라도 역사적으로 전래된 공찰이나 창건주의 의지에 따라 이미 공찰화된 사찰까지 사유화 현상이 고착되어 가고 있다.

예컨대 한번 주지로 임명받으면 평생 놓지 않고 심지어 혈족에게 사자상승을 도모하는 일까지 있다.

천중사의 경우 종단이 만든 재단법인을 가지고 밖으로 나아가 별개로 운영하며 재산을 임의대로 처분하는 등 완전히 사유화 된 상태다.

또한 전통사찰의 경우 전래된 사찰재산을 가지고 독립법인을 만들어 종단을 이탈하고 있다. 서울 3사 중 백련사(홍은동)는 재산상 독립법인이 된지 오래되고 최근에는 정부의 보상금을 받아 경기도로 이전한 청련사(안정사)마저 재단법인을 만들어 종단과 결별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회통념상 종교재산은 이념과 사상을 함께하는 신앙공동체의 공유자산으로 개인소유개념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사찰의 운영과 관리주체는 개인적인 인연과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또한 필요한 경우 마땅히 바뀌는 것이 순리다.

종단발전은 불교(사찰)재산의 공공성(公共性)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흥종단(천태종.진각종) 사례에서 보듯이 불교재산의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종단발전은 결코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지배적 인식이다.

셋째 승려의 자질향상과 재교육을 위하여

승려는 수행자인 동시에(소승적 입장) 부처님 말씀으로 사회를 교화하는 스승이다(대승적 입장). 따라서 승려는 네 가지 알음알이(常識, 知識, 意識, 良識)를 구족해야 하며 청량한 부득불이(不得不異)의 고결한 위상으로 사회와 중생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솔직히 우리 종단은 그것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대부분의 스님들이 얌전하고 훌륭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개중에는 수행공부는 뒷전이고 모리(謨利)와 명예에만 집착하여 시정잡배와 같은 행동을 서슴치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인성과 양식이 결여된 지각없는 사람들이 유유상종 세력을 만들고 사리에 어긋나는 억지 논리로 타인을 일방적으로 비판매도하며 명예를 훼손하고 아무 일에나 함부로 끼어들어 종단을 농단하려는 무지몽매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들 가운데는 불교의 기초교육도 이수하지 않은 무학자도 있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종교지도자는 기본적인 인성의 바탕위에 교육을 통해 얻어지는 필수 지식과 포용의 덕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거저 주어지는게 아니다. 기독교의 목사나 전도사는 4년, 가톨릭 신부는 6년의 혹독한 수학과정을 거처 성직자를 배출한다.

그러나 불교종단 특히 태고종은 승려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기본 매뉴얼 없이 불과 몇 주 동안의 교육으로 뚝딱 승려를 만든다. 그나마 머리가 샤프한 2, 30대의 젊은이는 거의 없고 대부분 4, 50대의 중년이상이다. 이런 분들에게 바람직한 수행자의 위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종단에 수많은 문제점이 있고 해결해야 할 사항도 산적해 있지만 위에서 열거한 문제들은 종단의 역사적 정체성은 물론 종단 존립과 관련하여 가장 기본이 되는 문제로 시급히 개선하고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넷째 사설사암은 재산권을 절대 보장해주며

기성 전래 전통사찰은 분명하게 지킬 것입니다.

특히 그 가운데 전통사찰 등 종단의 기본재산을 지키는 일이야 말로 가장 중대하고도 필요한 문제다. 따라서 나는 총무원장 취임 직후 재단법인(천중사)문제를 비롯하여 울산용암사와 종정스님께서 종단에 증여하신 영평사 문제에 이르기 까지 사찰재산을 종단화 하는데 중점을 두어 업무를 추진해 왔다. 앞으로 독립법인으로 종단을 이탈한 청련사에 대해서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 가고자 한다.

다섯째 종회 특별감사위원회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

지금 종회 일각에서는 아직도 종단부채탕감과 상환노력을 과소평가하고 감사운운하며 과거 제 13대 종회운영비(2억)지급문제를 가지고 혜공스님과 편백운 두 사람이 나누어 먹었다는 등의 의혹을 부풀리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가 하면 일부 종회의원은 운산스님의 입장을 두둔하여 재단법인 문제를 덮으려 획책하고 있고 울산 용암사 문제까지 끌어들이는 등 그 동안 종단이 추진해 온 종무행정을 깡그리 부정하며 시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의 입법부 기능의 한계를 한참 넘어선 것이다.

양심을 터놓고 솔직히 한번 따져보자 지금이 어떤 세상이라고 정의와 자비를 생명으로 하는 종교단체가 한 달에도 수 천 만 원씩 늘어나는 은행 빚을 안 갚고 버틴단 말인가. 이는 인간의 양심과 도덕성의 문제다.

또 하나 예산 집행자인 총무원(행정부)이 종회(입법부)운영비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13대 중앙종회에서 정식으로 기채결의를 거친 합법적인 종회운영비를 지급한 것이 어찌하여 문제가 되는가. 종회에 묻는다. 그렇다면 현 종회에서는 전 총무원장(도산스님)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분쟁비용(소송비등)을 왜 승인해 주었는가?

재단법인(천중사) 문제만 해도 그렇다. 누가 무슨 논리를 내세워도 재단법인은 종단에서 만든 것이고, 천중사 역시 종단 공찰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총무원장(운산스님)은 총무원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개인적으로 가져다 사유화 했다. 이를 시정하여 종단화 하려는 노력이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총무원장 탄핵(불신임결의)이란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

총무원장을 탄핵(불신임)하려면 명백하고도 구체적인 탄핵사유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총무원장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종단공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여 종단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부정행위가 있었다거나, 살인, 강도, 사기, 폭력등 사회적 강력범죄를 저지른 현행범으로 실형을 언도받았다든지, 아니면 불성실한 태도로 총무원장의 직무를 태만이 하여 정상적인 종단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든가’ 하는 등의 구체적이고 명백한 사유가 있어야 함은 두말할 것이 없다. 그렇지 않고 사사로운 개인감정에 의해 억지 논리를 침소봉대하여 탄핵을 시도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사회정의에 어긋난다.

종교는 진리와 정의, 생명과 평화를 그 존재이유로 하고 있다. 불교는 시대정신에 부합하여 그 영역을 넓히고 사회와 중생의 물음에 충실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민족의 해방공간으로부터 군사독재에 이은 민주화 과정까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하여 보살불교를 지향하는 태고종의 목소리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불교법난 이후 종단존립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불가피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아니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 가고 있다.

◈ 이 시점에서 태고종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

현실에 안주하여 구태의연하게 생계수단이 주무인 활도(活道)승려들의 삼류종단으로 계속 전락해 갈 것인지 아니면 종도들이 힘을 모아 변화와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신망 받는 일류종단으로 거듭 태어날 것인지 이는 종단 주인인 종도들이 스스로 선택해야 할 문제다.

태고종은 지금이라도 환골탈태하여 종단 패러다임(인식체계)을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 개인주의가 팽배하여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삼보정재가 사유화되고 인재양성을 위한 정상적인 교육시스템 하나 가지지 못한 채, 자질과 수준에 문제가 있는 무자격 승려를 양산하고 그들의 분별없는 행동으로 종단을 어지럽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종단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남은 임기동안 누구의 어떤 부당한 압력에도 절대 굴하지 않고 위에서 밝힌 종책 방향을 기조로 하여 법과 원칙, 철학과 신념에 따라 종단개혁에 힘써 전통종단의 자존과 품격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혀두고자 한다.

불기2562년(서기2018년) 8월 21일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편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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