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수려한 이승의 극락세계

강원도는 폭염과는 딴 세상이다. 산이 많고 천(川)이 많아서 시원하기가 그지없다. 극락이 따로 없고 신선이 별것이랴! 저승에 극락이 있다한들, 이승의 개똥밭이 더 낫다는 말도 있지만, 이승의 찌든 사바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극락세계가 있으니, 그곳이 바로 문막 궁촌리요, 궁촌리 가운데서도 극락암이 아닌가 한다.

암자보다는 크고 보통 사찰보다는 아담한 극락암은 한국 전통의 산사로서 한국적인 불교사찰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극락암이 있는 마을 이름이 궁촌리인데, 고종의 순빈 엄씨인 경우궁이 이곳에 있어서 궁촌리라고 불렀으며, 후백제 견훤도 이곳에 흙성을 쌓았다고 한다.

극락암 주지 정선스님은 조계산 선암사에서 잠깐 살았던 적을 제외하면 은사스님이 물려준 극락암에서 어언 45년 성상도 더 넘는 세월을 이곳 극락암에서 보내고 있다. 급할 것도 없고 느릴 것도 없는 삶을 즐기면서 여유작작하게 보내고 있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고 신선놀음이 별것이리요. 그렇다고 정선 스님은 아무 일도 안하고 노는 것으로 낙을 삼는 분도 아니다.

허허실실(虛虛實實)의 삶이다. 되면 좋고 안 되어도 그만인 식으로 사는 무소유의 삶이다. 하지만 스님은 바쁘기로 말하면 누구 못지않게 바쁜 분이다. 맡은 직함만도 극락암 주지, 원주 불교사암연합회장, 태고종강원교구 종무원장, 태고종 총무원 총무부장,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상임이사 이밖에도 몇 개 더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직함은 달마도(達摩圖)를 잘 그리는 선화가(禪畫家)가 제일이라고 한다.

달마화상만 그리고 있으면 무념무상 선정삼매의 경지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란다. 달마대사는 본래 인도에서 오신 큰 스님이시지만, 중국에 와서는 큰 대접을 못 받았다고 했다. 달마대사는 열반에 들고 난 다음에 제자들을 잘 만나서 유명하게 되었고, 이렇게 스님 같은 분이 이런 경치 좋은 곳에서 주야로 얼굴을 그려주니 얼마나 유명하신 스님이냐고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참으로 바쁘게 살지, 《명심보감》에 ‘만사(萬事)는 분이정(分已定)인데, 부생(浮生)은 공자망(空自忙)이라’고 했어요. 중생들 참으로 바쁘지, 다 정해져 있는데 괜히 바빠. 하기야 바빠야 먹는 것 소화되고 잠도 오지. 가만히 있어봐, 머리가 돌아서 사이코가 돼.” 스님의 말씀은 구구절절이 다 무진법문이다.

금년 11월 21일 날은 달마대사 고향에 가서 달마대사의 혼을 느낄 꺼라 한다. 달마대사 많이 그렸으니, 인도 가서 보답한번 하고 오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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