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스님과 편백운 태고종 총무원장스님 간의 만남에서 의례적이고 덕담 차원에서 나눈 ‘우리 미래를 위해 함께 합시다’란 대화 내용을 갖고 온갖 억측과 공격성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어서, 부득이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어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몇 말씀 올리고자 한다.

사실, 한국불교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양 종단의 수장이 만나서 이런 정도의 대화도 나눌 수 없다면 한국불교는 너무나 삭막하다고나 해야 하겠다.결론부터 말한다면, 관권개입에 의한 통합종단출범이후 법륜사측에서 통합종단대표자회의에서 극단적인 견해차이로 퇴장, 통합종단이 결렬된 후 분종의 길을 걷게 되었고,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불교조계종으로 분립하기에 이르렀다.당시 문교부에서는 동명(同名)의 ‘조계종’ 명칭사용으로는 관의 등록을 받을 수 없다하여 한국불교조계종은 한국불교태고종을 창종하여 등록하였고, 한국불교조계종은 태고종과 통합하여 합종하는 형식을 취해서 오늘날의 태고종이 되었다.사실, 분종 이전에는 다 같은 종문(宗門)의 불도(佛徒)로서 ‘한국불교 승가공동체’의 일원이었다. 여기서 긴 설명은 하지 않겠다. 다만, 권력개입에 의한 불교법난과 분종이란 한국불교의 현대사에서 굴곡진 부분을 다 언급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진다.

조계종과 태고종과의 관계는 한국불교 제 종단 가운데 다른 종단들과는 뿌리가 다름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같은 뿌리에서 자란 한 나무의 다른 가지이지 나무 자체까지도 다르지 는 않다. 현실적으로 조계종과 태고종 수장 간에는 당장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하는 현안문제로서 이른바 분규사찰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에 있기도 하다.

원인과 이유야 어디에 있든지 간에 현실적으로 이런 현안문제를 대화로써 풀어가야 할 책무가 수장들에게는 당연히 있지 않겠는가.이런 기본적인 대화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원 종단으로서의 친선우호적인 만남과 의례적인 덕담도 하지 못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분명코 말하지만, 조계종과–태고종은 한 그루의 나무뿌리에서 자란 한 나무의 다른 가지일 뿐이다.

공교롭게도 조계종 내부 문제로 인한 상황이 어수선한 국면에서, 조-태간의 수장들의 만남이 오비이락 격이 되긴 했지만, 양 종단의 수장들은 통합종단 결렬 이후, 총무원장이 새로 취임할 때마다 만나왔다. 이번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태고종 총무원장 편백운 스님의 만남이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게다가 두 분의 원장스님은 출가본사 또한 같은 덕숭산 수덕사요 같은 문손이다. 종단이 갈라졌다고 해서, 같은 본사 출신으로 법손으로서 만나지도 못한단 말인가. 두 분의 만남은 이런 복합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며, 미래 한국불교를 생각할 때 양 종단이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각을 지면서까지 등을 돌려야 할 큰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대한불교조계종 청정승가탁마도량 상임대표’명의의 사문서(7월11일자)에 “더욱이 설정 총무원장이 6월 29일 태고종 총무원을 방문하여 태고종과의 통합을 운운함은 독신 비구승단을 위하여 피 흘리며 일구어온 정화의 이념을 능멸하는 망언이기에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고 언급했는데, 만남의 목적이나 구체적인 대화내용도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몰아 부치는 것은 비약이라고 본다.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스님은 조계종의 정체성까지 훼손해가면서 ‘통합’을 논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한국불교란 큰 틀에서 함께 협력하고 교육이나 포교 문제 등의 공동과제를 함께 풀어가자는 의례적 덕담차원의 대화와 답방 차원의 방문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공격하는 것은 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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