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금요일 저녁이 천천히 지나가고, 차령 휴게소에서

밥 딜런의 노래를 우물거리네

구절초가 게릴라처럼 몰려든 초원을 떠올리며

수선한 환등기를 지상의 거처에 매달고 싶어

연애는 말발굽처럼 사라지고

습지 물새 떼 깃털만 남아 있는데

노인은 침침한 눈으로 소설을 더듬는데

차령산맥 협궤열차를 갈아타고, 푸른 지도의 끝자락으로 떠나지

천사들이 처방해 준 알약을 삼키고 달빛에 투신한

여자를 발견했다고 놀라지 마시라

쪼개진 달을 품고

왕성한 식욕으로 구름을 흡입하며

빨간 석류로 오거나

딱총나무 열매로 떨어질 것이니

장례행렬을 따라가는 여인들아,

목덜미 길어진 여인들아,

검은 묘비 붙들고 더는 울지 마시라

방풍림이 해안과 몸 섞고

목초향기 분사할 것이니, 골몰하는 사랑의 체위에 익사했다

생각하시라,

우측 심장을 관통하고 지나간, 생의 금요일 저녁
 

< 도복희 시인 >

아름다운 자연이 풍광처럼 펼쳐진 부여에서 감성 풍부한 유년기를 보내고 자연스럽게 충남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2011년 문학사상에 「그녀의 사막」으로 등단한 후 여러 문학지에 그녀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발표했다.

2016년 ‘전국계간지 우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래도 부족한 것을 느껴, 2017년 한남대학교 사회문화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는 바람같이 살고 싶다”는 시인은 오늘도 히말라야 네팔로 떠나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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