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희 시 - 그곳, 서해
도복희 시 - 그곳, 서해
  • 손혜철
  • 승인 2018.06.13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합니다

 

퇴락한 어촌의 끝 집,

바다로 난 뒷방을 얻어 우리, 숨어살까

저녁에 묻어온 해풍이 창문을 들썩이는 동안

누구도 발견 못한 백골처럼 누워 있을까

폭우가 휩쓰는 백사장에서 맨발로 지탱하는 밤

손과 손만 남아 서로를 끌어잡는 온기에 기댈게

괭이갈매기가 바람을 가르는 해변

무리지은 새떼에 갇혀 몇 개의 계절을 그려낼게

둥글게 말린 오후가 바닥을 굴러다니며

쏟아내는 소리에는

퇴화한 물고기의 눈이 떠다닐 거야

수평선이 달빛을 품는 동안

잠들지 못한 우리의 호흡은 하나로 엉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