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지워내고 봉숭아꽃을 심었습니다

씨껍질 열어 마음을 훔치러 갑니다

어둠 밀어내고 민첩한 눈을 피해 다다른 곳

선홍빛 입술 벌어지듯

유연하게 아무렇지 않은 듯

당신의 바닥까지 사로잡을 속셈입니다

모든 기밀을 털어내고도 후회 따윈 없도록

다만 맑은 낯빛으로 흔들리면 되겠습니까

울 밖 담장 아래 분홍들 분분 피어나면

꽃 잎 몇 장으로 당신 손톱에 스며들 시간

숨소리 죽이며 기다립니다

부드러운 사명을 위해 나는

뿌리까지 변신에 변신을 훈련 받았습니다

 

 

저자소개

도복희

아름다운 자연이 풍광처럼 펼쳐진 부여에서 감성 풍부한 유년기를 보내고 자연스럽게 충남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2011년 문학사상에 「그녀의 사막」으로 등단한 후

여러 문학지에 그녀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발표했다.

2016년 ‘전국계간지 우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래도 부족한 것을 느껴,

2017년 한남대학교 사회문화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는 바람같이 살고 싶다”는 시인은 오늘도 히말라야 네팔로 떠나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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