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석교동 ‘김동준 시인’을 만나러 가는 길, 석교동 골목길 모퉁이마다 시인이 30여년 동안 흩뿌려놓은 시들이 조약돌처럼 반짝였다.

모처럼 ‘시 줍는 날’이었다.

김동준 시인은 5월 『공양젖 한 홉』 출간해 회자 되고 있다.

김동준 시인은 출간한 시집 서문에서 “기도를 하러 가는 길은 詩(시)를 짓는 길이다. 구비 진 산길을 걷고 삭발한 전나무 가로수 길을 걷고, 어머니와 복전암 비탈길 걸으며 시를 만나러 간다 ”고 시인은 시의 쓰게 된 내막을 조심스럽게 내비추고 있다.

김동준 시인은 대전 출생으로 1998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우기의 시』, 『줄기 산행』, 『물의 집』 의 시집을 출간했다.

김동준 시인은 대전 충무새마을금고 이사장이란 직함과 시인 그리고 대학에서 ‘풍자와 해학’이란 주제로 박사과정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만학도 그리고 한 집안의 가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시인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김동준 시인!

시인은 시집을 출간하기까지 숨겨둔 뒷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김동준 시인은 힘든 청소년기를 겪었다. 집안의 장남이었기에 모든 면에서 일등을 원했던 아버지의 기대치와 충돌이 벌어졌던 것, 날마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자 반항과 가출을 감행하는 등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냈다. 어느 날 밤, 집으로 돌아온 열다섯 아들에게 이제부터 다시 사랑으로 키우겠다며 어머니는 다 말라버린 빈 젖을 아들에게 물렸다. 그 어머니의 빈 젖은 훗날 ‘공양젖 한 홉’이 되어 시인의 영혼을 맑게 채우고도 진진하게 흘러넘쳤다.
 

젖이 돈다

메지구름 옷고름 풀어헤친다

바싹 타 들어가는 대지로

대못 치듯 내리 꽂히는 젖 줄기

벅찬 기운 목젖 깊이 적실 틈 없이

금세 잦아든다

겨우 얻은 공양 젖 한 홉

그것은 뼈였구나

마른 물관 자작자작하게 적셔 주며

돌돌 말린 머위 잎을

비비 틀린 하늘나리 꽃대를 일으켜 세우는

단단한 정강이뼈였구나

휘모리장단에 잠시 입 맡긴 여름 한낮

단 젖 먹은 자리마다 훅 끼치는 젖 내음

비릿하다

아기동자꽃 그새 씨앗 한 톨 품는다

- "공양젖 한홉" 전문-

 

‘공양젖 한 홉’을 열 다섯 소년에게 물려주었던 어머니는 현재 알츠하이머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부축해 복전암에 들러 백팔 배를 하기 시작한 이후 어머니의 사랑과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기족들의 사랑을 시 속에 담는다고 했다.

시인은 3년 전, 우연히 ‘개심사’란 절에서 ‘억경대’란 연못과 마주하게 되었다. 김동준 시인은 ‘억경대’에서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 그 후, 불교의 색깔이 보이는 시를 쓰게 되었고 50편을 정리해 『공양젖 한 홉』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동준 시인은 전국 이백 여 개의 사찰과 암자를 돌며 매번 108배를 올렸다고도 했다. 앞으로 십만 배가 목표라고 하니, 언젠가 김동준 시에도 우담바라가 필지도 모를 일이다. ‘기도하러가는 길은 시를 짓는 길’이라는 김동준 시인은 매 년 꿈을 정해놓고 하나씩 이뤄나가는 삶을 지속하고 있다.
 

뒷북친 비설거리 탓에

여우비 맞은 배롱나무 꽃잎 불티처럼 쏟아졌다

개심사 업경 연못으로

연못가 소담한 꽃 그림자

함께 몸을 섞는다

새새이 뭉게구름도

굶주린 시간 아등바등 늘려가며

모감주 염주같이 단단히 엮은 이승

오롯이 비춰졌다

-“업경연못” 중략-
 

20대부터 산을 타기 시작한 김동준 시인은 자연친화적인 시를 쓰고 있는데 『줄기 산행』 이 시집은 지리산 주령을 타고 넘나들며 건진 시 들을 모아 묶었다고 했다.

앞으로 시 세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김동준 시인은 선뜻 ‘내 시에는 늘 산이 함께 하고 있다. 그 산에는 절도 있고 사랑도 있다. 다음 시집은 풍자와 해학이 들어간 자연친화적인 사랑이 담긴 시를 쓸 것이다’라고 말을 했다.
 

양쪽 합쳐

족히 서너 되는 됐을 풍만한 발우

알맹이 털린 쭉정이처럼 가붓하다

어머니 골수 짜낸

안다미로 차고 진진한 젓,

물고

내 뼈 마디마디 굵어지고

그 덕으로 굳건히 바닥을 딛고

어머니는 설설 바닥을 기고

꿈결에 들어

어머니인 양 쥐어 본 아내의 발우

열 말 죄 공양하고

어머니 젖 진 자리처럼 가붓하다

아내의 슬하

사리처럼 야무지다.
 

-“발우” 전문-
 

김동준 시인이 어머니를 부축해 ‘복전암’ 비탈진 언덕을 오를 날이 몇 날이 될까? 그의 시 속에 또 다른 향기가 피고, 또 다른 색의 시가 꽃을 피워낼 것이란 진진한 약속을 하며, 골목길로 돌아 장미덩굴 꽃송이를 막 털어낸 석교동을 홀가분해진 발걸음으로 빠져나왔다. 시가 가득 채워진 가방이 몹시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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