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물리학>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림태주,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은 “우리 모두는 무언가의 틈새에, 누군가와의 사이에 존재한다”라는 시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관계라는 우주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에세이집이다. 내 생각과 당신의 이해 사이를 잘 맺고 끊고 적당한 거리를 주는 이른바 지구적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저자는 서로의 마음에 난 길이 관계라 말하며, 그 길은 서로 간의 오해로 막혀버릴 수 있기에 건너기 어렵다. 스스로에 대한 오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는 닿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길 위에서, 내 생각과 당신의 이해 속에 비친 서로를 들여다보며 진정한 자아를 확인할 수 있을 테니. 나다운 삶을 꿈꾸기 전 관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이유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관계와 관계 사이에서 대책 없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균형이란 적당한 힘과 거리를 줄 때에야 비로소 맞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관계와 관계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균형을 이루면서 관계를 맺고 있을까?

아마도 자신 있게 균형을 맞추고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 역시 관계에 있어서 서툴기 그지없는 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글을 짓는 사람이기에, 이리저리 난 길 위 우리가 붙들고 걸었으면 싶은 은유 몇 낱을 던지고자 하는 할 뿐이다. 당신의 마음 어딘가에 가 닿는 지점이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관계의 날씨”라는 주제에서는 세상에 생겨난 모든 사이들을 우주에 비유하면서 우리는 나의 우주와 누군가의 우주가 만나 확장한 서로의 우주 안에 있기 때문에 서로 간의 평행을 이루기 위한 적당한 틈, 적당한 거리는 얼마쯤일까를 고민해 보고 있다 . 2부 “관계의 언어”라는 주제에서는 사람을 얻고 또 잃는 말과 태도의 얄궂음을 전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실패했던 시인의 고백을 들을 수 있다.

3부 “행복의 질량”이라는 주제에서는 세상과의 관계에서 취해야 할 마음가짐, 밀도 있는 삶을 위한 선택과 집중에 대해 사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4부 “마음의 오지”라는 주제에서는 나 자신과의 관계, 스스로에 대한 오해와 마주하며 외로움의 본질을 알려주고 있다.

서로의 마음에 난 길이 관계다. 인연이 관계로 나아가려면 서로 간의 아름다운 증표가 필요하고, 영혼이란 아마도 관계 때문에 생겨난 관념일 것이다. 몸은 내게 돌아와야 하므로 길 저편에 남겨두고 올 또 다른 내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이 몸을 뺀 나머지 전부를 일컫는 영혼이 생겨난 이유다. 몸이 서로를 잇는 길이라면, 영혼은 서로의 분리를 극복하려는 욕망이다. - <프롤로그_닿으며> 중에서

우주의 법칙에 따르자면, 진정한 관계란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미는 힘으로 서로의 확장을 돕는 일이다. 팽창의 본성을 인정하고 자유로운 거리를 내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지상의 모든 관계는 팽창한다’는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가 멀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깊어질수록 관계가 드넓어진다는 의미다. - <관계의 날씨_관계의 우주> 중에서

오랜 친구란 단순하게 긴 발효의 시간을 견딘 것만으로 붙여지는 이름은 아닐 것이다. 그 관계 안에는 갖가지 불순한 효모들과 잡균들이 섞여든다. 향기로운 빵을 얻을 때처럼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껴안으며 나 자신 또한 기꺼이 발효되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된장뚝배기 같은 우정은 그렇게 얻어지는 것이다. - <관계의 날씨_발효하는 관계> 중에서

즐기는 자는 알게 된다. 여행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터에서 오늘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임을. 즐기는 자는 어느 이름 모를 비린 바닷가에서 파도처럼 말려드는 별빛을 보며 깨닫는다. 내가 떠나온 그곳에 여기 이곳의 삶들이 있었구나. 견디는 삶이 초라한 게 아니라 정착 외롭고 가여운 것은 삶에 대한 너무 이르고 편협한 단정이었구나. - <말의 색채_떠나는 자와 남은 자> 중에서

아낌없이 주고도 평생 남는 마음을 우리는 왜 그렇게 아끼고 사는 것일까. 저승에 가서는 쓸모도 없을 이승의 아끼고 사는 말들을 관 속에 넣어 가려고 그렇게 아끼고 쓰지 않는 것일까. 한번 죽어보니 그것들을 남김없이 펑펑 쓴 게 이득이겠더라는 말을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다. - <말의 색채_아까워서 아낀 그 말> 중에서

세상이 물질적으로 풍요해졌지만 행복은 더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더 자극적이고 더 커다란 행복을 좇기 때문은 아닐까. 남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에 인색해지고, 누군가를 보살피고 돕는 일에 여유를 잃고, 덜 주고 더 많이 받으려는 이기적인 마음이 넘쳐나기 때문은 아닐까. - <행복의 질량_행복의 질량> 중에서

빨리 무언가를 이루려고 조급하게 굴 필요도, 삐까번쩍한 성공담에 부러움을 보낼 이유도 없다. 그게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준다면 모르겠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요즘의 텔레비전 뉴스가 자주, 너무너무 지겹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나는 앞으로도 나의 속도로 살아가려고 한다. 나중에 죽음 하나만 잘 성공하고 싶다. 나의 진가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고 미루다가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가려고 한다. - <행복의 질량_늦음과 느림> 중에서

불가에서는 마음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에 관한 비유가 있다. 물 하나를 놓고도 바라보는 입장이 제각기 다르다. 물고기에게 물은 집이다. 사람에게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불 속의 마귀에게 물은 타는 목마름이다. 천사의 눈에는 보석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호수는 온통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니까. 마음도 이와 같다. 내가 어느 자리에 마음을 두고 사는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의 색깔의 온도도 달라진다. 그러므로 마음자리를 들여다본다는 건 곧 마음의 상태가 어떤가를 살핀다는 것이다. - <마음의 오지_마음은 무엇일까?> 중에서

머물면 실상이 보인다. 바다는 한 방울의 빗방울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 내가 한 방울의 빗방울이라면 내가 곧 바다라는 사실, 내가 미미한 한 방울에 지나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바다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겸허한 진실! - <마음의 오지_머문다는 것>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관계를 매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관계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은 되풀이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만남과 헤어짐이 있을 수 있고, 불행한 만남과 헤어짐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의 차이는 관계와 관계 사이에 얼마나 균형적인 만남이 있었느냐에 따라 결정되어질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아서, 만남과 헤어짐은 수없이 반복되어진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속도와 마음의 기울기를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려고 시간과 거리의 힘으로 견뎌내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지구적 삶으로의 적응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평범함의 힘을 믿고 버티는 삶을 귀히 여기는 이들에게, 저자는 “관계란, 반복되는 일상의 의미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의 것이다”라고 한마디로 슬쩍 위안을 건네주고 있다.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모든 관계는 결국 그 관계의 중요성을 서로 인식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경우 지속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통찰과 위트가 담긴 문체 그리고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어린 메시지는 세상과의 관계에 지친 나와 당신의 가슴에 작은 깨달음을 줄 것이다. 나답게 살기를 원하지만 잘 맺고 끊고 적당한 거리를 주는, 사이의 균형에 서툰 모든 이들에게 힘이 되는 한 권의 책이 될 것이다.

책장을 덮는 순간, 서로 닿기 쉬우면서도 또 상처받지 않는 적당한 거리 그리고 온전한 나의 속도는 얼마쯤인지 가늠하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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