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어던지고 인간 본질을 탐구한 시어들

 

대전에서 활발한 시창작을 하고 있는 도복희 시인의 첫 시집 ‘그녀의 사막’이 출간됐다. 2011년 문학사상 ‘그녀의 사막’으로 등단한 도복희 시인은 인간의 내면을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본질에 가까운 질문을 들춰내 시인만의 독특한 답을 던져주고 있다. 그것은 생소하고 당돌하지만 가면을 벗어던진 민낯이어서 자유롭고 가벼우며 통쾌하다. 또한 일상의 틀에서 끝없이 벗어나려고 한 도 시인의 언어들은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이번 도복희 시인의 첫 시집 ‘그녀의 사막’은 총 99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으며 오는 26일 4시 대전문학관 다목적 강의실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시에 관심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도 시인은 아름다운 자연이 풍광처럼 펼쳐진 부여에서 감성 풍부한 유년기를 보내고 자연스럽게 충남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2011년 문학사상에 「그녀의 사막」으로 등단한 후 여러 문학지에 그녀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발표했다. 2016년 ‘전국계간지 우수문학상’을 수상 2017년 한남대학교 사회문화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옥천향수신문사’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월간 『청풍』에서는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는 바람같이 살고 싶다”는 시인은 오늘도 히말라야 네팔로 떠나는 꿈을 꾸고 있다.

다음은 도복희 시인의 대표시 ‘그녀의 사막’ 전문이다

여자의 몸에 더듬이가 자라기 시작했다 밤이 익어갈수록 손톱을 물어뜯는 횟수가 많아졌다 그가 벗어놓고 간 와이셔츠와 빠진 몇 가닥 머리카락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낯선 냄새가 여자의 몸에 붉은 발진을 일으켰고 시간이 지나면서 냄새의 농도는 차츰 진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오래 그 남자만 바라보고 왔기에 손동작 하나하나 읽히지 않는 것이 없는 여자에게 냄새의 징후는 불길했다 그것은 편서풍이 불 때 느껴지는 묘한 기분으로 가만있어도 멀미를 일으켰다 여자의 밤이 길어지고 발진의 부작용으로 온 몸을 벅벅 긁어댈수록 길게 뻗어가는 더듬이는, 닫힌 현관문을 빠져나가 그가 품고 있는 흔적을 찾아다녔다 몸 한쪽에서 길어진 더듬이가 낯익은 냄새를 찾아 나선 동안 그녀의 발이 검은 집을 기웃거렸다 키우던 난 화분들이 배배 말라가며 뱉어내는 신음이 베란다 가득 쌓여가는 집, 생장점을 저당 잡힌 여자가 더듬이로 버티는 집에서 밤마다 목쉰 소리가 웅얼웅얼 창틀을 새나갔다 악어가죽 소파에 앉아 있는 등에 악어 한 마리 아가리를 쩌 억 벌리고 있다 끝도 없이 중얼거리는 입, 바삭하게 말라가는 말들이 악어의 목구멍 속으로 연신 뛰어 들어가는 저녁, 그녀의 사막에는 돌개바람 뿌리가 쭉쭉 뻗어가고 있었다
<자료제공>옥천향수신문사 김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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