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은 본래 육조대사께서 머무르셨던 도량이름에서 유래합니다. 육조스님은 나무꾼이었다고 하고 남방 사람이었다 하는데, 금선(金仙)의 혜명(慧命)을 아시고 황매산 홍인대사의 법을 계승하셨습니다. 불조의 정맥을 철견(徹見)하여 정안종사(正眼宗師)가 되는 데는 재상이나 나무꾼의 차별이 없습니다.

혜능이 《금강경》 읽는 소리에 마음이 열려서 점검받을 스승을 찾던 중, 황매산 홍인대사가 당대의 선지식이라 찾아갔을 때, 5조가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에서 무엇을 구하러 왔는가?”

혜능이 대답하기를

“저는 신주에서 부처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하니,

조사께서

“그대 같은 영남 사람에게 불성(佛性)은 없다”라고 잘라 말하자,

혜능은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지만 불성에는 남북이 없습니다.”라고 하자,

조사가

“신주는 사냥하는 오랑캐 땅인데 어찌 불성이 있겠는가?”라고 다그치자,

혜능은

“여래장(如來藏)의 성품은 개미에게까지 두루 미치거늘 어찌 오랑캐에게만 없다 하겠습니까?

조사가 말했다.

“너에게 이미 불성이 있다면 어찌 나의 뜻을 구하는 게냐?”라고 하면서 기특하게 여겨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고 합니다.

육조스님께서는 심인(心印)을 얻어 의발(衣鉢)을 전수 받고 나서

“심지에는 모든 종자를 머금었다가 단비에 모두 싹이 돋는다.

꽃의 마음을 갑자기 깨닫고 나면 보리의 열매는 자연히 맺으리.

(心地含諸種 普雨悉皆生 頓悟花情已 菩提果自成)“

이런 게송을 읊은 내력이 《조당집》에 실려 있습니다. 하나도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

오늘 조계산 칠전선원에 방부를 들이는 수좌들은 이 소식을 알겠는가? 모르겠는가? 알아도 30방이요 몰라도 30방이니, 한번 말후구(末後句)를 일러 보시오. (良久)

심외무불(心外無佛)이요 식심견성(識心見性)이라 했으니, 마른 지혜나 알음알이로 사량하지 말고, 이번 여름 한철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무(無)’자 화두 하나로 승부를 보는 용맹심을 내 봅시다. 수좌는 정력(定力)이 있어야 선지식(善知識) 대접을 받는 것입니다.

삼천리금수강산이 다 선불장(選佛場)이니, 조계산에서 정진하다가 금강산에서도 정진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남과 북이 통하는 소식이 우주법계에 퍼지기를 바라노라!

불기 2562년 5월 29일(음 무술년 4월 15일)

한국불교 태고종 종 정 혜초

태고총림 선암사 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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